女죄수 입대·女드론부대 창설… 두 개의 전쟁이 부른 ‘양성 징병론’[Global Focus]

민병기 기자 2024. 5. 1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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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Focus - 세계 각국 ‘여성 징집제’ 도입·확대
우크라, 전쟁 길어지자 병력부족
여성들 비전투병 보직제한 풀어
덴마크는 스웨덴 이어 징병추진
남녀 軍복무 11개월로 확대계획
지정학 위기고조에 국방력 강화
전쟁지역 주변국 검토에 적극적
이스라엘은 軍창설 때부터 징집
北, 2015년부터 지원 → 의무로
우크라이나 여군 병사들이 보급받은 여군 전용 군복을 입고 도열해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2월부터 야전에서 활동하는 여군들을 위한 여군 전용 군복을 보급하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제공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가중되자 각국이 국방력 강화 차원에서 ‘여성 징집’을 도입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6%를 국방비에 쏟을 정도로 러시아와의 전쟁에 국력을 ‘갈아 넣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남성 징집에 한계가 부닥치자 드론운용이나 정보기술(IT) 등 병과에 여성 징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나섰다. 러시아의 확장에 위협을 느낀 유럽 국가들도 속속 여성 징병제를 시행할 태세다. 지난 국회의원 총선거 때 개혁신당이 여성징병제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던 우리나라에서도 극심한 저출생 추세로 조만간 군 유지에 필요한 필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여성징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성징집 검토 나선 우크라= 러시아와의 전쟁이 3년 차에 접어들며 안팎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여성 징집과 군 복무 중인 여성의 보직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의 젠더 담당 고문인 옥사나 그리고리에바는 지난달 10일 영국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헌법은 조국을 지키는 것이 모든 우크라이나인의 의무라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여성도 복무하는 게 옳다”며 “우리는 구식 사고방식을 버리고 여성 징병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물리학자로 러시아 침공 몇 주 전 입대한 그리고리에바 고문은 “이 나라에서는 학창 시절부터 남학생은 신체 활동을 하고 여학생은 자수나 가정 경제를 배워야 한다”고 비판하면서 “우리의 북쪽 이웃(러시아)은 단순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처럼 우리도 이에 대비해야 하고, 이는 남녀 모두 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21일 이스라엘 혼성 보병 부대인 바르델라스 대대 소속 여군 전투병이 이집트 접경 지역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여성 징집의 필요성은 계속되는 병력 부족 상황에 기인한다. 올해만 수십만 명의 신병이 필요한 우크라이나는 최근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낮추는 병역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병역을 기피해 해외로 도피한 청년들이 발생하는 등 부족한 병력을 채우기는 역부족이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여성의 경우 징집 대신 자원입대를 열어두는 선에서 여성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에는 약 6만5000명의 여성이 복무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2021년에 비해서는 40%가량 증가한 수치다. 애초 비전투병에 국한됐던 보직 제한도 풀었다. 아예 여성으로만 구성된 드론 부대 창설도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은 이번 전쟁을 계기로 접경 지역에서 적을 피해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효과적이고 파괴적인 공격 무기로 평가받고 있다.

러시아 역시 여군의 참전을 독려하고 여성 죄수를 대상으로 입대를 장려하는 등 여군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 역시 장기화한 전쟁에 따른 병력 부족 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단 러시아의 경우 지난 7일 5선 임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전통적인 여성의 성(性) 역할을 강조하고 있어 전투 병과에서 여성을 활용하거나 군대 내 여성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못하고 있다.

◇러 위협에 여성징병제 도입하는 유럽= 지난 3월 13일 덴마크는 변화한 안보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여성징병제를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여성징병제 도입과 복무 기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국방 정비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유럽 국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등 3개국이 됐다. 현재 덴마크군은 직업 군인 9000명과 4개월간 기본 군사 훈련을 받고 의무 복무하는 징집병으로 구성돼 있다. 남성들은 18세가 되면 군에 입대해 4개월간 복무해야 하는데 프레데릭센 총리는 여성 징병제를 도입하고 복무 기간도 남녀 모두 11개월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여성들은 현재 전체 병력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은 징병제로 전환을 결정하며 자연스럽게 남녀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선택적 징병제를 도입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2016년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 여성과 남성 모두 동일하게 1년간 의무 복무를 수행한다.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동일한 훈련·동일한 근무를 수행한다. 평소 생활할 때도 동일한 막사를 사용한다. 2013년 노르웨이 유럽연합(EU) 대표부는 “더 많은 군인이 필요했기 때문이 아니라 최고의 군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여성 징병제를 도입했다고 발표했다. 2017년 3월 징병제를 부활시킨 스웨덴은 2018년부터 징병대상에 여성을 포함시켰다. 두 나라 모두 징병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여성단체들이 앞장서 여성도 동일한 국방의 의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세 나라가 징병제를 도입하는 등 국방 강화에 나선 배경에는 러시아의 위협이 깔려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커지자 2010년대 이후 군사력 강화에 나섰고 중립국이던 스웨덴과 핀란드는 최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했다. 독일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불거진 안보 우려로 인한 국방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양성 징병제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2011년 폐지한 남성 의무복무제를 부활하면서 여성에게도 같은 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디 벨트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외에 여성징병제를 도입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아프리카·중남미의 일부 국가, 북한 등이 있다. 이스라엘은 1948년 군 창설부터 지금까지 남녀 모두를 징집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북한은 지원병제로 운영하던 여군을 2015년부터 의무복무제로 변경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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