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빵, 대세를 꿈꾸다

서울문화사 2024. 5.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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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먹었을 때는 ‘이게 무슨 맛이지?’, 다시 먹었을 때는 ‘묘한데?’란 생각이 드는 독일 빵. 첫입에 모두를 사로잡기보다 천천히 오래 마음을 사로잡는 독일 빵을 만드는 브로트아트의 김형준 대표를 만났다.

브로트아트(Brotart)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마이스터 과정을 거치고 현지에서 경력을 쌓은 김형준 대표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다. 독일어로 ‘빵(Brot)’과 ‘종류(Art)’를 뜻하는 이름처럼 다양한 독일 빵을 선보이며 빵덕후들에게 독일 빵 베이커리로 사랑받고 있다. 독일 빵은 흰 밀가루 대신 호밀과 딩켈(밀의 종류)을 천연 발효시켜 만든다. 초반에는 독일 빵 특유의 맛을 내기 위해 발효를 위한 박테리아 종을 가져왔지만, 지금은 효모를 직접 키워 사용한다. 김형준 대표는 몇 개월 과정의 단기 코스를 수료한 것이 아니라 5년이라는 긴 시간을 독일에서 보냈다. 19세기까지 여러 나라로 분열돼 있었던 독일의 특성상 지역마다 배워야 할 빵의 종류가 너무나 많았기 때문. 그는 지역별로 다양한 특징을 가진 독일 빵을 제대로 알기 위해 여러 베이커리를 돌며 제빵 기술을 배웠다. 아우스빌둥 마이스터 과정을 거쳐 독일 제빵사 자격증을 땄고, 슈투트가르트의 3개 베이커리, 드레스덴의 5개 베이커리에서 직접 빵을 만들며 제빵 기술을 익혔다. 각 지역의 유명한 빵을 배우고 만드는 데 들인 시간이 꼬박 5년. 한국으로 돌아와 시작한 브로트아트는 현재 여의도와 청담동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독일 빵은 먹을수록 매력적인 빵이죠.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다시 찾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빵은 디저트에 가깝지만, 유럽에서 빵은 식사에 가깝습니다.
독일 빵은 유럽에서도 소화가 잘되고 포만감이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반죽을 길게 만들어 가운데에 매듭이 있는 하트 모양으로 구운 독일 빵 브레첼.
국내에서 독일 빵은 아직 생소합니다. 독일 빵의 매력이 궁금합니다.

처음 먹었을 때는 입에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독일 빵은 먹을수록 매력적인 빵이죠. 속이 편안하고 소화가 잘되기 때문에 다시 찾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빵은 디저트에 가깝지만, 유럽에서 빵은 식사에 가깝습니다. 특히 독일 빵은 유네스코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일종의 문화로, 종류가 3,000가지가 넘어요. 각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건강 빵이라는 공통점이 있죠. 독일 빵은 유럽에서도 소화가 잘되고 포만감이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다른 국가가 아닌 독일 빵에 빠지게 된 계기를 알고 싶습니다.

어릴 때는 일본식 달콤한 빵에 익숙했어요. 그러다 해외여행 중 맛본 독일 빵의 매력에 사로잡혀 베이커가 되기로 결심했죠. 단맛이 강한, 디저트 같은 빵을 식사로 늘 먹기에는 무리가 있잖아요. 마치 초콜릿케이크가 우리의 쌀밥을 대체할 수 없듯 말이죠. 독일 빵의 거친 크러스트에서 느껴지는 바삭함과 씹을수록 느껴지는 산미와 고소함,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 없는 독일 빵의 편리함이 저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어요.

패션 브랜드 MCM과 협업한 브로트아트 MCM M CAFE.

수많은 종류의 독일 빵 중 가장 좋아하는 빵은 무엇인가요?

브레첼과 호밀빵을 가장 좋아해요. 브레첼은 독일 남부 지방의 빵으로, 우리에겐 뮌헨에서 열리는 축제인 옥토버페스트에서 맥주와 함께 나오는 안주로 유명하죠. 독일 빵의 식감이나 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브레첼 종류부터 먹어보는 것을 추천해요. 겉은 짙은 갈색을 띠고, 속은 하얀 브레첼은 짭짤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나서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아요. 특히 브레첼과 호밀빵은 브로트아트를 찾는 독일인들에게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브레첼과 호밀빵’이라는 찬사를 자주 듣고 있어요.

유럽에서 재료를 공수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재료 공수에 어려움은 없었나요?

다행히 한국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재료를 수입하는 업체가 있어 어렵지 않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 내의 가격에 비하면 유통비 등이 포함돼 가격이 비싸죠. 유럽에서 실제로 살며 일했던 저에게는 특히 그 가격 차이가 크게 느껴집니다. 한국에 유통되지 않는 소량의 재료는 독일 친구들을 통해 별도로 구매해 사용하면서 독일 전통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형준 대표가 브레첼을 만드는 모습.
여의도에 이어 청담동에 오픈한 브로트아트 매장 외관.
브로트아트 MCM M CAFE는 독일 바이에른주의 상징 컬러를 포인트로 내부를 꾸몄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독일 빵을 익숙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은 재료의 차이인가요? 방법의 차이인가요?

반죽을 만드는 방식과 굽는 방식의 차이입니다. 우리나라 빵은 살짝 구워 말랑말랑해요. 그런데 독일 빵은 스팀을 쏘고, 240℃에서 30분씩 구우니까 당연히 딱딱하죠. 아마 단팥빵도 그렇게 구우면 딱딱해질 거예요. 180℃에서 5분 정도 구워야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단팥빵이 완성되거든요. 하지만 독일 사람들에게 빵의 정의는 달라요. 빵은 딱딱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죠.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발효입니다. 어떤 식으로 발효를 해야 내가 원하는 반죽으로 내가 원하는 빵을 만들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재료도 중요하지만 핑계 대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반죽으로 빵을 만들어내는 것이 베이커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발효는 정말 어려운 영역 아닌가요?

물론 쉽지 않죠. 온도는 물론 습도도 컨트롤해야 해요. 독일에서 배운 지식에 한국에서 브로트아트를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를 더해 맛있는 빵을 만들고 있어요. 사워도를 만들 때 환경에 맞게 밀가루와 물의 양을 달리하면서 일정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맛을 보거나 향을 맡아보고 조금 더 따뜻한 공간에 반죽을 두기도 하고, 냉장고에 두는 시간을 다르게 하는 등 발효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거죠.

아직 호밀빵을 낯설어하는 사람도 많아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호밀빵은 만화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비주얼이 기준인 것 같아요. 뜯어 먹으면 고소하고 말랑할 것 같은 이미지죠. 하지만 진짜 호밀빵은 부드럽지 않고, 고소한 맛만 나는 것이 아니라 약간 시큼한 맛도 돌아요. 김치나 요구르트처럼 발효 과정을 거쳐 만드니 산미가 생기죠. 처음엔 낯설게 느껴지지만 먹을수록 매력적인 맛이에요. 독일 빵은 적절한 재료와 함께 먹어야 더 맛있어요. 버터를 발라 햄, 치즈, 로메인 등과 함께 먹어야 맛있죠. 그런데 우리는 우유식빵처럼 그냥 식빵만으로 맛을 느끼려고 해요.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맛이 있겠지만 독일 빵의 매력을 100% 끌어내기에는 아쉽죠. 독일 사람들이 보기에 호밀빵을 식빵처럼 먹는 것은 외국인이 비빔밥을 시켜놓곤 나물을 섞지 않고 하나씩 먹는 것과 비슷해요. 물론 먹는 방식은 자유지만 우리가 보기엔 아쉽잖아요. 그것과 같아요. 독일 빵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거죠.

직접 만든 빵을 들고 있는 김형준 브로트아트 대표.
브레첼, 소금빵, 라우겐에케 등 브로트아트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독일 빵.

독일 빵을 한국화해 만들진 않아요.
호밀빵을 한국식으로 부드럽게 만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다른 베이커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독일 사람들이 먹어봤을 때 독일 현지에서 먹은 맛과
같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서른이 넘은 나이에 갑자기 독일 유학을 선택했는데, 독일 생활은 어땠나요?

처음에는 독일어를 전혀 몰랐어요. 아우스빌둥 마이스터 과정은 3년 동안 학업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데 일주일 중 현장에서 4일, 학교 수업 하루, 그리고 나머지 이틀을 쉬어요. 눈으로 익히며 일하면서 배웠고, 마이스터 자격증을 땄습니다. 그 후에는 현지 8곳의 베이커리에서 다양한 빵을 만들며 제빵 기술을 익혔어요.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독일팀 공식 베이커로 활약했죠. 독일 선수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올림픽처럼 큰 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환경의 변화를 최대한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돕는 일입니다. 옆에서 지켜보니 독일팀은 선수용 매트리스도 독일에서 가져올 정도로 환경에 신경을 많이 쓰더라고요. 국제적인 규모의 큰 대회에서 독일팀의 공식 베이커가 될 기회가 주어졌고,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낸 후 저에게 감사 인사를 할 때 저도 팀원으로 인정받아 무척 기뻤습니다. 올림픽 때도, 지금 베이커리를 운영하면서도 가장 큰 칭찬은 ‘독일에서 먹던 빵 맛 그대로다’, ‘독일보다 브로트아트의 브레첼이 더 맛있다’라는 말이에요.

브로트아트를 운영하면서 반드시 지키는 신념은 무엇인가요?

브로트아트는 독일 빵집이고, 독일 빵을 메인으로 하지만 한국 빵도 있어요. 한국 빵과 독일 빵은 완전히 다르죠. 하지만 독일 빵을 한국화해 만들진 않아요. 호밀빵을 한국식으로 부드럽게 만들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건 다른 베이커리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저는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주변 독일 사람들에게 먹어보라고 하고 피드백을 들어요. 그들이 고향의 맛이 느껴진다고 하면 판매하죠. 요즘 한식이 글로벌하게 사랑받고 있잖아요. 유럽에서 한식당에 갔는데 사장이 베트남 사람이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는 알잖아요. 현지 사람들은 그걸 코리안 푸드라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아니란 걸 알죠. 그래서 독일 사람들이 먹어봤을 때 독일 현지에서 먹은 맛과 같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그 선을 지키려고 노력하죠.

성장기 아이와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엄마에게 좋은 독일 빵을 추천해주세요.

역시 호밀빵과 통밀빵이죠. 식이섬유는 많고, 혈당지수(GI)는 낮으며 영양소가 풍부합니다.

청담 매장은 패션 브랜드 MCM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완성된 공간인가요?

MCM의 제안을 받아들여 함께하게 됐습니다. MCM은 독일 뮌헨에서 시작한 브랜드인데요, 브로트아트가 있는 MCM 하우스 건물 5층은 독일 갤러리 ‘쾨닉 서울’의 공간이 자리하고 있어요. 건물 자체가 독일과 관련 있는 브랜드로만 구성된 거죠. 내부 콘셉트를 MCM과 상의해 만들었고, 전반적인 분위기와 컵 등 기물도 뮌헨이 있는 바이에른주의 상징 컬러와 패턴으로 꾸몄죠. 강남 한복판에서 바이에른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는데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 만족스러워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독일의 식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우리나라에 알리고자 10년 전 독일에 갔습니다. 좋은 기회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여의도와 청담동,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독일 빵과 독일 빵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리고 있죠. 앞으로 더욱 많은 이들이 건강한 독일 빵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아직 여의도 매장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청담 매장도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에디터 : 류창희(프리랜서) | 사진 : 박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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