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명의 연주자가 빚어내는… 속죄·구원 갈구하는 ‘우주의 소리’[이 남자의 클래식]

2024. 5. 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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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향곡들 중엔 별칭으로 잘 알려진 곡들이 더러 있다.

가령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교향곡 제94번)'은 2악장에서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연주되던 음악이 갑자기 쾅 하고 울리는 포르티시모의 연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 '놀람'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 공연을 기획했던 공연 기획자 에밀 구트만(Emil Gutmann)은 1000명의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화제몰이하기 위해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으로 홍보했고, 이때 붙여진 별칭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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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남자의 클래식 - 말러의 제8번 ‘천인 교향곡’
성령 찬미가·파우스트 소재로
단 8주만에 휴지에 악보 완성
경건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
“내 모든 곡은 이 작품의 서곡”

교향곡들 중엔 별칭으로 잘 알려진 곡들이 더러 있다. 가령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교향곡 제94번)’은 2악장에서 피아니시모로 조용히 연주되던 음악이 갑자기 쾅 하고 울리는 포르티시모의 연주로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해 ‘놀람’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하다. 또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인 ‘교향곡 제9번’은 마지막 4악장에서 4명의 독창자와 합창단이 가세해 ‘합창 교향곡’이란 제목으로 훨씬 유명하다. 압도적인 수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라 별칭을 얻게 된 교향곡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1860∼1911)의 교향곡 제8번, ‘천인(千人) 교향곡’이다.

1910년 독일 뮌헨의 노이에 무지크 페스트할레에서 열린 공연엔 말러의 지휘 아래 하프와 피아노 등 특수 악기들이 포함된 5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연주자 171명이 무대에 올랐다. 거기에 8명의 독창자와 350명의 어린이 합창단을 포함한 총 850명 규모의 합창단까지 가세해 무려 총 1030명의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이 공연을 기획했던 공연 기획자 에밀 구트만(Emil Gutmann)은 1000명의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을 화제몰이하기 위해 ‘천인 교향곡’이라는 별칭으로 홍보했고, 이때 붙여진 별칭이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것은 지금까지 제가 작곡했던 작품들 가운데 가장 위대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내용과 형식적인 면 모두에서 가히 독창적입니다. 우주가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메아리친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이 작품의 사운드는 인간의 소리가 아닌 태양과 우주의 소리입니다.”

늘 자신의 작품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평가를 꺼려왔던 말러지만 이 작품만큼은 “지금까지 나의 모든 교향곡은 이 곡의 서곡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까지 하며 태도를 달리했다.

1906년 여름의 어느 날, 오스트리아 마이에르니히에서 머물던 말러는 문득 고대 학자 흐라바누스 마우루스가 쓴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란 제목의 라틴어 찬가를 떠올렸다. 그러곤 영혼이 가진 일곱 개의 재능인 영혼, 지혜, 지식, 분별력, 힘, 통찰력, 그리고 신에 대한 두려움을 노래하는 대림절 찬가에서 말러는 폭포처럼 쏟아지는 악상과 마주하게 된다. 이를 놓칠세라 말러는 황급히 눈앞에 있던 휴짓조각을 가져다 악보를 적어나가기 시작했고, 일필휘지로 불과 8주 만에 작품을 완성했다.

작품은 총 2악장으로 1악장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에서는 8성부의 소년 합창과 8성부의 독창, 오케스트라가 등장한다. 마치 거대한 교회음악 작품을 연상시키는 악장으로 독창자와 합창단은 각자 다른 멜로디를 동시에 노래하는 다성 음악 양식으로 노래하고, 이에 오케스트라가 더해져 경건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2악장은 괴테의 작품 파우스트의 구원의 장면을 그려내고 있는데 내기에서 이긴 메피스토펠레스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데려가려고 하자 천사들과 속죄하는 한 여인이 성모께 간구의 기도를 올려 마침내 파우스트는 구원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2악장에서 말러는 칸타타적 형식이나 오라토리오, 또 합창 등 자신이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작곡 양식을 총동원해 복합적인 악곡 형태를 그려냈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오늘의 추천곡 교향곡 제8번 ‘천인 교향곡’

1906년과 1907년에 걸쳐 작곡된 작품으로 1910년 9월 12일 말러 자신의 지휘 아래 독일 뮌헨에서 초연됐다. 성령 찬미가인 ‘오소서, 창조주 성령이여’와 괴테의 ‘파우스트’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으로 4악장에서만 합창이 등장하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과는 달리 작품 전체에 노래가 등장한다. 1000명의 연주자가 한데 모여 연습하고 또 한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보통은 500명 안팎의 연주자들로 공연이 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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