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벌꿀 생산량 ‘비상’…양봉농가 ‘울상’

이연경 기자 2024. 5. 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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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 양봉장에선 벌 날아다니는 소리가 헬리콥터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귀를 때려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채밀은 망한 수준이에요."

꿀 수집상인 안치성 충남양봉산업 대표 또한 "양봉농가 특성상 채밀하러 벌통을 가지고 전국을 이동하는데, 아직 아까시가 개화 중이거나 비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움직이겠다는 말이 많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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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 합동 작황 현지 조사
개화기 저온·비 등 일기불순
꿀벌 수요늘고 응애발생 영향
채밀군 예년보다 현저히 줄어
농촌진흥청 관계자가 충남 천안 양봉농가 지연수씨의 벌통을 열어 꿀벌 개체수 등을 확인하고 있다.

“이맘때 양봉장에선 벌 날아다니는 소리가 헬리콥터가 돌아다니는 것처럼 귀를 때려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 채밀은 망한 수준이에요.”

충남 천안지역 양봉농가 지연수씨(58)의 자조 섞인 말이다. 지씨는 10일 농림축산식품부·농촌진흥청·한국양봉협회·한국양봉농협이 민관 합동으로 진행한 아까시꿀 작황 현지 조사에서 이같이 밝혔다.

올해로 양봉에 뛰어든 지 11년째라는 지씨는 “올초 꿀벌 월동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천안지역 양봉농가 140여곳 중 70∼80%는 이상기후로 꿀벌 월동에 실패한 것 같다”면서 “농가 중 다수는 본격적인 채밀도 못해보고 벌써부터 농사를 포기했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장을 함께 둘러본 박근호 한국양봉협회장도 산지의 다급한 상황을 전했다. 박 회장은 “아까시 개화기가 예년보다 빨랐던 데다, 개화기인 이달 5∼6일 남부지방에 큰비가 연속해서 내리면서 저온이 이어져 꿀벌활동이 저하됐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부지방 양봉농가에선 재해로 인정해달라고 정부 측에 요청할 것을 협회에 건의할 정도로 최악의 상황”이라고 발을 굴렀다.

꿀 수집상인 안치성 충남양봉산업 대표 또한 “양봉농가 특성상 채밀하러 벌통을 가지고 전국을 이동하는데, 아직 아까시가 개화 중이거나 비 피해가 적은 지역으로 움직이겠다는 말이 많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안 대표는 “그러나 채밀이 가능한 면적이 전체의 3분의 1도 안되게 남아 있는 데다 소나기성 비바람이 곳곳에 몰아칠 것이란 기상예보가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화분매개용으로 꿀벌 수요가 치솟은 점도 꿀 생산량 예측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경영압박을 못 견딘 양봉농가가 수요가 높아진 화분매개용으로 꿀벌을 판매하다 보니 벌꿀을 생산할 수 있는 채밀군이 예년에 비해 현저히 적다”고 설명했다.

응애 피해를 확인하기 위해 꿀벌 애벌레 샘플을 채취하고 있다.

응애 등 병충해문제도 농가 고충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파악된다. 지씨는 “약제를 잘못 써서인지 올해도 벌통에서 응애가 수벌에 기생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응애는 꿀벌 애벌레에 붙어 살며 영양분을 섭취해 피해를 준다.

이같은 현장 목소리는 농진청 등 정부 견해와는 상반된 것이다. 앞서 농진청은 9일 ‘민관 합동 아까시꿀 작황 현장 조사 추진’이란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4월부터 전국 3개 권역 17개 지역의 50여농가를 대상으로 꿀벌 발육과 응애 발생 상황 등을 조사 중인데, 조사를 마친 27농가에서 나타난 꿀벌 증식 상황은 지난해와 비슷하게 안정적인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일부 농가에서 꿀벌 응애와 부저병이 확인됐지만 꿀벌 생육에 지장을 줄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농진청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500여 양봉농가를 대상으로 월동 꿀벌 생육 표본조사를 벌인 결과 벌통 내 착봉률 기준 평균 꿀벌 소실률이 16%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1년 전(17.5%)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김지성 농진청 기술보급과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현장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농가 맞춤형 현장 교육을 펼치고 사양관리기술을 보급해 안정적인 농가소득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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