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청심원 가격 천차만별...불법 무허가 우황 사용 의혹

천옥현 2024. 5. 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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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며칠 전 사내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긴장감을 덜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약사가 보여준 우황청심원 제품들은 비슷한 용량인데도 2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났다.

우황 가격이 청심원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원가와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것은 이런 불법 약재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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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황청심원이 수상하다] ①

30대 직장인 정 모 씨는 며칠 전 사내 프리젠테이션을 앞두고 긴장감을 덜기 위해 약국을 찾았다. 약사가 보여준 우황청심원 제품들은 비슷한 용량인데도 2배 가까이 가격 차이가 났다. 그는 "성분은 모두 비슷하다는데 왜 가격 차이가 그렇게 큰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코메디닷컴이 최근 서울 종로와 강남 일대 여러 약국을 조사한 결과, 우황청심원 용량이 같은데도 제약사 별로 가격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약국에서 많이 취급하는 '사향 대체물질 함유 우황청심원'을 비교하니 A사 제품은 약국에 따라 8000원~1만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반면 B사 제품은 4500~5500원, C사 제품은 4000~8000원이었다. B사와 C사 제품은 평균 5000원 수준이었다.

이들 3개 제품은 성분 차이가 거의 없었다. 총 25가지 원료가 들어가는데, 산약(282mg)과 감초(202mg) 신곡(100mg) 포황(100mg) 인삼(97mg) 순으로 함유돼 있다. 가장 중요한 약재인 우황도 14mg씩 들어 있다. 의약품에 들어가는 성분과 함량은 허가 기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약사 별로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런데도 우황청심원 가격 차이가 큰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한 약사는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원료나 함량은 비슷하다"며 "다만 최근 몇 년 사이 천연우황 가격이 급등하자 불법적인 우황을 쓰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천연 우황이 아닌 불법 우황은 국내 식약처가 인정한 원료가 아니다. 우황은 소의 담낭이나 담관 에 생긴 결석을 건조해 만들어진다. 사료를 먹지 않고, 자연에서 방목해 키운 소에게서만 채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주요 우황 수출국이 농장사육을 늘리는 등 사육 환경이 변하면서 우황 원료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우황 가격이 1년 새 2배 이상 뛴 이유기도 하다.

우황 사용량이 우리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인근 국가 상황은 어떨까.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CFDA)에 따르면 중국에선 천연 우황과 함께 대체 우황도 사용한다. 대체 우황은 생산과정에 따라 천연우황 성분을 인공배합한 '인공우황', 소의 체내에 우황 생성 환경을 조성한 '체내배육우황, 생물학적 방법을 이용해 실험실에서 합성한 '체외배육우황'으로 나누고 있다. 천연 우황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대체 우황을 허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대체 우황은 식약처에서 허가한 의약품 원료가 아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충분한 임상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원료에 대해서는 사용을 금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체우황 중 학계에서 국내 유통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배양한 체외배육우황이다. 이는 소의 쓸개에서 담즙을 추출한 후, 소의 신체와 유사한 환경이 조성된 배양기에서 우황의 주요 성분을 합성해 제조하기 때문에 가격은 천연우황의 10%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 따르면 우황이 우황청심원의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5% 이상이다. 우황 가격이 청심원 가격을 좌우하는 구조라고 할 수 있는데, 원가와 큰 차이가 없는 제품이 시중에 유통된다는 것은 이런 불법 약재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 대한한의사협회의 한 임원은 "우황청심원에 들어가는 성분은 사향 혹은 사향대체물질인 영묘향이나 L-무스콘을 사용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동일하다"며 "가격 차이가 큰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천연우황 가격이 갈수록 비싸지고 구하기 어려워지니 약효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산 무허가 체외배육우황을 불법적으로 사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천옥현 기자 (okh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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