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도시서 한국 대표 스마트 제조의 메카로…경북구미강소특구의 도전[균형 발전의 거점, 강소특구를 가다⑫]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4. 5. 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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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섬유 도시였던 경상북도 구미
반도체, 조선 산업 중심의 제조 도시 거쳐
구미강소특구와 스마트 제조 중심 도시로
“창업 문화 확산, 산학연 연결 강화할 것”

‘스마트 제조의 메카로!’

1963년, 삼성물산이 경상북도 구미에 섬유 공장을 설립하면서부터 구미는 한국을 대표하는 섬유 도시로 부상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국가 산업단지의 조성과 함께 국내 주요 섬유 기업들이 대거 구미로 몰려들면서 국내 섬유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섬유 메카’로 떠올랐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구미에 구축하면서 반도체 산업은 구미 경제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은 글로벌 경쟁의 심화와 중국 등의 추격이 이어지고 있고 석유화학 산업 역시 국제 유가 변동, 환경 규제 강화 등과 맞물리면서 과거와 같은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일부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청년 인력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이에 구미는 제조업 중심의 도시에서 벗어나 균형 잡힌 산업구조를 갖춘 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한 가지 방안으로 ‘강소연구개발특구(이하 강소특구)’를 추진했다. 2020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경북 구미 강소특구로 지정받은 뒤 구미강소특구는 기술창업 활성화, 구미 특화형 제조혁신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립금오공과대학 중심으로 구미의 연구기관 총집합
구미강소특구의 기술핵심 기관 국립금오공과대학 [사진=구미강소특구]
구미강소특구는 ‘스마트제조시스템’을 기술 특화 분야로 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로봇, 3D 프린팅 등 관련 기술 개발과 확보에 나서고 있다. 기술 핵심 기관인 국립금오공과대를 중심으로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 경북산학융합원,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센터,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등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구미강소특구를 이끌고 있다.

권오형 구미 강소특구육성사업단장은 “기술 핵심 기관인 국립금오공과대는 스마트제조 분야의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구미 지역에서 설립된 창업기업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라며 “그 외의 기관도 각 특성에 맞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구미에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소특구 지정 이후 창업 실증지구인 금오테크노밸리에서는 구미전자정보기술원의 주관으로 ‘서비스로봇용 제조실증 기반 구축 사업’, ‘메타버스 활용·저변을 위한 허브 구축 운영’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제조생산지구인 금오하이테크벨리에서는 ‘이차전지 부품용 인조흑연 테스트베드 구축사업’, 구미시 주체로 재활용 섬유 증가 대응을 위한 ‘폴리에스터 해중합 실증 테스트베드 구축 사업’ 등을 진행하며 신기술 찾기에 나서고 있다. 권 단장은 “구미산단이 가진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중·소 기업 간 협력 및 네트워크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신사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라며 “이 과정에서 지역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이노폴리스캠퍼스 사업을 토대로 기술창업 교육, 창업경진대회, 액셀러레이팅 등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여러 기관이 힘을 모으고 있다. 구미강소특구육성사업단을 비롯해 8개 기관이 참여해 만든 ‘창업협의체’는 구미 지역 내 창업기업 정보를 공유하고 종합적인 지원 방안 검토는 물론 해당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강소특구 지정 이후 2개 기업이 첨단기술기업으로 지정됐으며 연구소 기업은 29개나 설립됐다. 신규 창업 기업도 38개 사에 달한다. 지난 3년간 투자 유치 규모는 128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기준, 강소특구육성사업 수혜기업의 매출액은 900억 원, 일자리는 390개가 창출됐다.

지원 시작하니 ‘창업기업’ 봇물… “지역 경제 중심에 설 것”
경북구미강소특구 테크페어의 한 장면 [사진=경북구미강소특구]
이 밖에도 융복합 기술협력 네트워크 운영을 통해 사전 기획한 신규 사업 중 3개가 국가사업으로 선정되어 총사업비 272억 원에 달하는 ‘기업 밀착 구독형 BaaS(서비스형 배터리) 시험 인증 센터’ 건립은 물론 경북 구미 금오테크노벨리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로봇 Agile(신속) 제조지원센터 조성’, ‘뿌리산업 디지털 전환 제조공정 혁신 DX(디지털 전환) 구축’ 등을 진행하면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창업 기업으로 ‘엔에스랩’을 꼽을 수 있다. 2022년 설립된 엔에스랩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 효율적이고 간소화된 결제 처리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익명 기반의 투표 공정성을 입증하는 시스템, 데이터 보안 시스템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엔에스랩은 2022년 미국 기업에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에 따른 1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무소를 열고 200만 달러에 달하는 또 다른 계약도 수주했다.

구미강소특구는 향후 지역과 현장 중심의 협력을 기반으로 한 기술사업화 시스템 구축은 물론 기술 중심의 성장지향형 스타트업 지원에 ‘올인’ 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강소특구 내에 있는 창업 기업, 연구소 등이 가진 기술 특허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해 유망 기술을 발굴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 기술사업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강소특구 내 대학, 연구기관과 연계하여 시장 파급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비 창업자를 발굴하고 멘토링 프로그램, 투자기관 연계, 엑셀러레이팅 등을 기반으로 투자유치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권 단장은 “구미는 제조업 중심,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봤지만 제도적인 지원을 통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라며 “짧은 시간이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에 유의미한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미강소특구는 구미 변화의 중심에 설 것”이라며 “기술창업 문화 확산 및 지산학연 밸류체인 연계 등의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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