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별일 없길, 돈 몇 푼 이면"…선생님 협박하는 학부모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교사는 학부모에게서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사진 출처=서울교사노조 인스타그램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서이초 사건' 이후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교사는 학부모에게서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16일 서울교사노조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 A씨는 지난해 7월 한 학부모에게서 편지를 받았다. 편지는 교사의 이름을 빨간 글씨로 써서 '○○○씨'라고 부르는 것에서 시작했다.

그러더니 "딸에게 별일 없길 바란다면 편지는 끝까지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돌연 협박했다. 이 학부모는 "요즘 돈 몇 푼이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무언가를 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덕분에 알게 됐다"며 계속해서 교사의 딸을 겨냥했다.

이어 자신의 자녀가 전학 간 학교에서 예전의 밝은 모습을 되찾았다면서 "당신의 교실에 잠시나마 머물렀던 12세 아이가 주는 충고"라며 충고 메시지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이는 아이가 직접 작성한 것으로 부모의 개입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충고 메시지엔 "본인의 감정을 공감하도록 강요하지 말라"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솔직해라"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라" "자신의 문제를 먼저 생각하라" 등이 적혀 있었다.

해당 편지를 받은 교사는 "학부모가 자신의 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다"며 두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사 지난해 3월 학부모 상담과 위클래스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종합심리검사를 권유한 뒤 학부모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상담에서도 화를 내다가 일방적으로 나가버렸다고 한다. 통화 중엔 "무슨 애를 정신병자를 만들지 않나"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사가 일부 학생과 찍은 사진에 자신의 아이가 빠졌다고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