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야구 매력에 푹 빠진 ‘슬라이더 마스터’ 윤길현, 국가대표 코치되다 [SS 인터뷰]

황혜정 2024. 5. 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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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SK·롯데 출신 윤길현이 2024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코치로 새롭게 합류했다. 화성 | 황혜정 기자 et16@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화성=황혜정 기자] “여자야구는 정말 매력있어요. 정말이에요.”

인터뷰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말 매력있다’고 강조했다. 여자야구 매력에 푹 빠진 2024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코치 윤길현(41) 얘기다.

2002년 SK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프로에 입단한 윤길현은 2015년까지 SK에서 뛰며 왕조를 함께이룩했다. 2016년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롯데로 이적해 은퇴(2019년)까지 18년을 프로야구 선수로 지낸 윤길현의 KBO리그 통산 성적은 44승(41패) 111홀드 30세이브, 평균자책점 4.31이다. 통산 이닝은 800.2이닝에 달한다.

2002년 신인 시절 윤길현. 사진 | 스포츠서울 DB


2008년 한국시리즈2차전. 6회초 등판 2이닝 6연속타자 삼진을 거둔 윤길현이 환호성을 터트리며 7회초를 마감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 기자 kanjo@sportsseoul.com


6연속타자 삼진을 솎아내며 이의리(KIA)와 함께 역대 고졸 신인 연속타자 삼진 부분 2위 기록을 갖고 있는 윤 코치의 현역시절은 화려했다. 특히 주무기 ‘슬라이더’는 리그 최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SK 시절 ‘필승조’로 활약하며 횡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던질 때면 상대 타자들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특히 좌타자 상대 ‘백도어 슬라이더’는 명품이었다. 선수들 사이에선 ‘알고도 못 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랬던 그가 이젠 여자야구 대표팀 투수코치로 새 도전에 나선다. 지난 11일 화성드림파크에서 대표팀 선수들 코칭에 열심인 윤 코치는 자상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의 기초 체력부터 키워나갔다.

윤 코치는 “선수들이 야외에서 20분씩 뛸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 함께 뛰면서 기초 체력을 키웠다. 투수들의 경우 한 번씩 롱러닝을 하면 몸 밸런스가 굉장히 좋아진다. 그런 경험들이 있어서 한번 뛰어보자고 선수들과 함께 뛰었다”며 미소지었다.

20분 러닝을 마친 선수들은 지친 기색을 보이며 “코치님이 너무 빡세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 말을 전해들은 윤 코치는 “야구를 할 때 만났던 감독님들이 모두 운동을 많이 시켰던 분들이시라 그런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윤길현 투수코치가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20분 러닝을 했다. 화성 | 황혜정 기자 et16@sportsseoul.com


여자야구 대표팀 코치직은 보수가 적다. 사실상 교통비 정도의 수당만 나온다. 그럼에도 윤 코치는 흔쾌히 대표팀 신임 사령탑인 허일상 감독의 코치직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여자야구 대표팀을 유심히 지켜본 윤 코치의 숨겨진 팬심도 있었다.

윤 코치는 “지난해 여자야구 대표팀 기사를 언론보도로 접하면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감독님께서 함께 해볼 생각이 없냐고 하셔서 흔쾌히 수락했다”며 웃었다.

2009프로야구 한국시리즈4차전. 홈런까지 치며 활약을 펼쳤던 KIA 이현곤을 9회초 2사 만루찬스에서 땅볼로 잡아내고 환호하는 윤길현. 문학 | 강영조 기자kanjo@sportsseoul.com


현역 시절 ‘슬라이더 마스터’였다. 대표팀 선수들에게 슬라이더를 전수할 생각이 있냐고 묻자 미소지으며 “속구부터 기본기를 다녀놓은 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윤 코치는 “여자야구는 제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더라. 볼넷으로 공짜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제구부터 다잡으며 기량이 올라왔을 때 변화구를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윤 코치의 지도방식은 명료하다. “선수들에게 볼넷을 줄 바엔 안타를 맞으라 했다. 맞더라도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라고 지시하고 있다. 의식적으로 강한 공을 던지려고들 하는데, 그런 마음을 바꿔주고 싶다”며 프로야구 베테랑 투수 출신의 면모를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 달여 만에 여자야구 선수들에 대한 파악을 한 모습을 보인 윤 코치는 “처음 여자야구 선수들을 봤을 때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놀랐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유망하더라. 그래서 이 친구들을 키워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놀라워했다.

윤 코치는 “기존 대표팀 주축 선수들은 자기 것이 확실히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베테랑들은 자기 것을 잘 지켜나가면서 발전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어린 친구들은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많이 전수하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코칭 방식도 밝혔다.

롯데 우완 불펜 윤길현이 4월 3일 2019 KBO리그 롯데자이언츠와 SK와이번스의 경기 6회말 2사후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 기자kanjo@sportsseoul.com


“내년 아시안컵까지 두려워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피칭하는 투수를 키울 것”이라고 각오를 다진 윤 코치는 주중엔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또 사회인 야구도 하면서 주말마다 여자야구 대표팀 국가대표 투수코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훈련을 마치면 자녀들과 함께 하기 위해 곧바로 집으로 향하는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하다.

이런 바쁜 나날 속에서도 윤 코치는 “여자야구는 정말 매력있다. 매력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코치를 하고 있다”며 환하게 미소지었다. 여자야구 대표팀이 ‘슬라이더 마스터’ 윤길현 코치와 내년 아시아야구연맹(BFA) 주관 ‘2025 아시안컵’을 준비하고 있다. 윤 코치의 지도 하에 대표팀 투수들이 얼마나 많이 성장할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봄직 하다. et16@sportsseoul.com

2009년 한국시리즈 4차전 9회초 2사 만루에서 윤길현이 KIA 이현곤을 땅볼로 아웃잡으며 승리를 따낸 SK 선수들이 경기 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 문학 | 배우근 기자 kenny@sportsseoul.com


윤길현 대표팀 투수코치가 지난 11일 선수들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화성 | 황혜정 기자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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