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황에 샤힌 프로젝트까지…일꾼 몰린 울산공단 '원룸 전쟁'

"1년반 사이 2배 올랐어요" 가격 올라도 온산 일대 월세방 찾기 하늘에 별따기
방 구하러 15㎞ 떨어진 동네까지 가기도…하반기부터 근로자 유입 가속화 전망

(울산=연합뉴스) 장지현 기자 = "원룸 찾는 손님은 많은데, 방을 드릴 수가 없어요."

최근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는 에쓰오일의 역대 최대 규모 석유화학 설비 사업 '샤힌(shaheen) 프로젝트' 공사가 한창이다.

중장비가 중심이 되는 터 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본격적인 인력 유입은 아직이지만, 일대 원룸촌은 벌써 '월세방 찾기 전쟁'을 치르고 있다.

15일 찾은 온산읍 덕신리 원룸촌.

인근에 있는 한 원룸 전문 부동산 중개사무소 유리창에 붙은 20여 개의 매물 안내판 중 '원룸 임대'는 단 하나였다.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이 동네 원룸 건물 1천300동 중 빈방은 겨우 10개 남짓"이라며 "방을 골라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원룸 월세 찾는 전화가 하루에서 서너 통은 걸려 오고 직접 찾아오는 분들도 많지만, 요즘은 보여줄 물건 자체가 없다"며 "방이 빠지면 알려주겠다고 하고 예약을 달아 놓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10년째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중개사는 "여기서 방을 못 구해 10∼15㎞ 떨어진 울주군 서생면 진하나 남구 공업탑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며 "그 정도로 원룸 월세가 귀한 상황"이라고 했다.

덕신리 원룸촌은 온산공단·미포 산단과 가깝고 방값이 비교적 저렴해, 공단에 일하러 온 일용직 근로자들이 많이 찾는 지역이다.

코로나19 당시만 해도 빈방 일색이었다.

이곳이 난데없는 월세 가뭄을 맞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조선업 호황을 맞아 외국인·일용직 근로자들이 미포공단으로 몰려들며 이곳 원룸촌을 먼저 채웠다.

이어 온산공단에서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샤힌 프로젝트가 착공하며 2천 명 가까운 인력이 추가로 유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월세도 크게 올랐다.

인근에서 만난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샤힌 프로젝트 착공 전인 2022년에 비해 불과 1년 반 사이 월세가 거의 2배로 뛰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 20만∼25만원을 받던 방인데 이제는 40만원씩 줘야 할 정도"라고 귀띔했다.

그나마 지금 진행 중인 터 파기 공사는 중장비를 중심으로 해 비교적 사람이 덜 투입되는 단계에 속한다.

사람이 직접 투입되는 설비 공사를 시작하는 하반기부터는 인력 유입이 더 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샤힌 프로젝트 부지 정지 공사 진행률은 약 86%다.

현재까지 부지 정지 공사에 투입된 인력은 1천800여 명.

9월 이후 설비 공사를 시작해 내년 초부터는 일평균 1만 명이 투입될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16일 "공사 주간사인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통근버스 운영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jjang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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