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칼럼] 부모와 스승의 역할은 다르다

김의성 변호사 2024. 5.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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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성 변호사

우리나라에는 기념일이 참 많다. 법률로 지정한 국경일이 아니더라도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빼빼로데이처럼 기원도 다양한 기념일이 존재한다. 그저 상술에 불과하다며 폄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하루하루가 기념일로 의미 있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데 많은 기념일 중에서도 유난히 관심이 적어진 날이 있는데 바로 스승의 날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교육청과 학교에서는 큰 행사를 개최하고 졸업한 제자들이 모교로 찾아와 선생님들과 재회하는 감동적인 모습이 많았지만, 지금은 선생님들이 먼저 부담을 느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사의 권위가 낮아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국민 전체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다양한 사교육 서비스가 발전하면서, 국민들에게 교사는 더 이상 과거처럼 학교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지식을 알려주는 존재가 아니다. 게다가 공교육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제공되는 기본 서비스여서 굳이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이제 학부모들에게 교사란 '내가 바빠서 자녀에게 신경 써주지 못하는 일을 대신 해주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듯하다.

하지만 교사는 학부모의 대체인력이 아니다. 교사와 부모의 고유한 역할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명심보감에는 '현명한 부모와 엄한 스승이 없이 성공한 사람은 드물다'라는 문장이 있다. 자녀의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각자 다르다는 뜻이다. 부모의 역할은 혈연과 친권으로 맺어진 자녀를 사랑과 정성으로 돌보는 것이지만, 교사의 역할은 교육체계와 결합된 공적 의무로서 학생들에게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인성을 엄하게 지도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가 아동학대를 하면 형의 2분1까지 가중하면서도 부모에게는 가중하는 규정을 두지 않는 것을 합헌이라고 결정하면서, 두 주체의 보호 의무가 질적 기초와 체계를 전혀 달리한다고 보았다.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는 학부모의 교육활동 침해 사안은 교사가 내 자녀를 '자신의 방식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으면서 시작된다. 학교 교육은 가정 교육과 구별되며 전문적이고 광범위한 재량이 존재하는 영역이다. 교사의 판단과 교육활동은 존중되어야 하며, 부모가 함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 물론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초등학생에 대한 생활지도 과정에서 레드카드를 부과하고 교실 청소를 시켰다는 이유로 지속적 담임 교체를 요구했던 학부모에게 교육활동 침해를 인정한 대법원판결의 요지이다.

그렇다고 하여 교사의 교육활동에 무조건 정당성을 부여할 수도 없다. 우리 사회의 높아진 기준에 맞추어 생활지도의 기준을 재설정하고 교사의 전문성과 역량을 높여야 한다.

지난해 개정된 교권 4법은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면책 규정을 신설하면서 생활지도 방식에 대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다. 이제 우리 교실은 교사 개인의 교육방식에 의존하지 않으며, 공적 기준과 학교 구성원의 민주적 의견 수렴 내용을 반영해 운영된다.

한편, 가정교육과 사교육이 할 수 없는 '교사만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학교의 업무에는 더하기만 있을 뿐 빼기가 없었다. 과거의 전통적 업무에 더하여 급식, 교복, 돌봄 등 가정과 사회가 나누어서 하던 일이 모두 학교의 업무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불필요한 영역을 과감히 덜어내고, 가정과 사회는 자신의 영역을 충실히 책임져야 한다. 교사가 필수적 지식의 교육과 인성·생활지도라는 대체 불가한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결국 우리 자녀를 위한 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지식은 점점 주기가 짧아지며, 가치관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엄한교사'의 기준도 함께 변화한다. 시대에 뒤처지는 교사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독려하는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요구된다. 김의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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