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어깨 부상 두 번째 잘안다 격려 문자 보내줬다" 有경험자의 응원, 17일 전문의 수술 기로

노재형 2024. 5. 1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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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가 지난 13일(한국시각)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1회초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플라이를 잡기 위해 펜스 위로 점프해 글러브를 뻗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이정후가 신시내티전에서 펜스에 어깨를 부딪혀 다친 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의 올시즌 운명을 가를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정후는 17일(이하 한국시각) LA 컬란-조브 정형외과 닐 엘라트라체 박사로부터 다친 왼쪽 어깨를 재검진받는다. 어깨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는 엘라트라체 박사의 소견에 따라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무리하게 타구를 잡으려다 펜스에 어깨를 부딪혀 큰 부상을 입었다.

1회초 2사 만루서 상대 우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친 플라이를 잡기 위해 우측 뒤 펜스를 향해 타구를 바라보며 전력질주한 이정후는 워닝 트랙에서 낙하지점을 판단한 뒤 펜스 앞에서 점프해 글러브를 뻗었다. 그러나 타구는 펜스 상단 쿠션을 맞고 안으로 떨어졌고, 이정후는 달려가던 속도 그대로 펜스에 왼쪽 어깨를 부딪힌 뒤 그물망을 훑어내리며 낙하했다.

그 자리에 쓰러진 이정후는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부상이 발생했음을 감지한 밥 멜빈 감독은 데이브 그로슈너 트레이너를 따라 황급히 달려나갔다.

이정후가 어깨를 다친 뒤 트레이드의 도움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가운데 밥 멜빈 감독이 글러브와 모자를 챙겨 옆에서 같이 걷고 있다. AP연합뉴스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플라이를 잡기 위해 펜스로 돌진해 글러브를 뻗은 이정후. AP연합뉴스

이정후는 결국 그로슈너의 부축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물러난 뒤 곧바로 X레이 검진을 받았다. 부상 당일 구단의 공식 발표는 어깨 탈구(dislocation)였다. 그러나 다음 날 샌프란시스코 구단 메디컬 파트에서 MRI 검진을 진행해 15일에 낸 1차 소견은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이다.

같은 자료를 놓고 이제 엘라트라체 박사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모든 이목이 그에게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술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 있게 나온다.

샌프란시스코와 LA 다저스 트레이너를 지낸 스탠 콘트는 15일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과 인터뷰에서 "어깨 와순 일부를 고정시키는 수술이라면 재활에 6~8주 정도가 소요될 것이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어깨에 관해서는 최고 전문가"라며 "난 이정후가 3개월 안에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문제는 어깨가 얼마나 손상됐느냐다. 어깨 앞뒤가 모두 손상됐다면 6개월 이상 재활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악의 경우 시즌을 그대로 마감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정후처럼 어깨 부상 경력이 있는 샌프란시스코 동료 마이클 콘포토는 이 매체 인터뷰에서 "정후는 던지는 쪽 어깨가 아니라 다행이다. 수술을 받을지 모르겠는데, 엘라트라체 박사라면 어깨를 치료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이정후가 어깨를 다친 것이 두 번째라고 알고 있다. (부상 당한)다음 날 문자를 보냈다. 그에게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말해줬다.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했다"고 밝혔다.

우투좌타인 콘포토는 2017년 9월 왼쪽 어깨, 2022년 4월 오른쪽 어깨 수술을 각각 받았다. 이정후는 앞서 KBO 시절인 2018년 가을 왼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샌프란시스코 외야수 마이클 콘포토. AP연합뉴스
중견수 이정후는 수비할 때 몸을 사리지 않은 허슬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이정후의 당시 수비에 대해 아쉬운 의견들도 나온다. 꼭 그렇게 무리하게 돌진해야 했느냐는 것이다.

부상 당일 경기 후 멜빈 감독은 "내가 말하자고 하는 건 이정후가 전력으로 뛰어갔다는 것이다. 이곳 오라클파크는 바람이 타구를 때로는 멀리 보내고, 때로는 덜 날아가게 하는데 그걸 알지 못한 것 같다. 이정후는 펜스에 부딪혀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느낌이 참으로 안 좋다"며 언짢은 마음을 내비쳤다.

외야수가 타구를 향해 전력 질주하는 건 기본이지만, 이정후가 당시 타구의 방향과 속도, 낙하지점을 정확히 판단했다면 펜스에 부딪힐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펜스에 맞고 나오는 공을 수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이정후는 앞서 지난 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자신의 파울타구에 왼발을 맞고 타박상을 입어 3일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이날 리드오프 중견수로 선발출전했으니, 의욕이 지나치게 앞섰을 터.

1회초 선발 카일 해리슨이 시작부터 컨트롤 난조를 보이며 주자들을 내보내며 만루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한 점도 주지 않으려면 결국 칸델라리오의 타구를 잡아내야 했다. 멜빈 감독의 언급대로 외야로 부는 바람을 타고 날아간 이 타구는 거의 홈런에 가까운 발사각 24도, 타구속도 104.3마일, 비거리 407피트짜리였다. 스탯캐스트는 이 타구가 30개 구장 가운데 19곳에서 홈런이 됐을 것으로 봤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한 플레이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내는 건 '금기'다. 그러나 부상이 따르는 위험천만한 플레이는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게 현장의 지론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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