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KTX가 '고장 원인' 직접 알린다…똑똑해진 유지보수 기술[모빌리티on]

황보준엽 기자 2024. 5. 1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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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트윈 기술로 열차 정비 전 과정 실시간 관리
20년 빅데이터로 주기적 아닌 '부품' 상태 맞춰 수리

[편집자주] 날이 갈수록 교통의 역할과 기능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수도권 출퇴근 30분'을 천명하며 생활 속에 숨쉬는 대중교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물론 GTX, 전기차, UAM 등의 다양한 첨단교통의 화두는 이미 우리 생활은 물론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가져다 줄 수 있는 미래먹거리로 확정된 지 오래다. 이에 <뉴스1>은 국민의 삶과 밀접한 교통공기업의 다양한 노력을 재조명하고 그 성과를 살펴보고자 한다.

고양차량기지 내 KTX 및 KTX-산천./코레일 제공

(서울=뉴스1) 황보준엽 기자 = # KTX 운행 중 기내 "우리 열차는 동력장치 장애로 잠시 천천히 운행하고 있습니다. 신속히 조치하고 정상 운행하겠습니다"라는 15초 길이의 짧은 안내 방송이 울린다. 장애의 원인은 자동으로 100㎞ 넘는 거리의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고양기지의 직원 스마트폰에 전송된다. 정비단에선 열차가 수리를 위해 입고되기 전부터 필요한 조치와 인원을 배치한다.

이는 지난해 12월 개발된 KTX운행정보시스템 덕분이다. 최고 속도 300㎞로 달리는 열차에서 발생하는 고장을 자체 경영시스템에 자동으로 전송해 유지보수 관리자 스마트폰으로 발송한다.

고장 원인별로 정비 계획을 수립해 분석 및 준비, 정비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열차 내 기장이나 열차팀장에게 직접 기술지원을 해 응급조치도 가능하고 더욱 정확한 상황파악이 가능하다.

운전실 차량 상태뿐만 아니라 차량속도, 객실온도는 물론 고장이력, 통계도 분석할 수 있어 임기응변식 처방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유지보수 계획도 수립할 수 있다.

또 고장 원인을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조건 정보(Context)'도 확인이 가능하다.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로봇팔./코레일 제공

◇정비 전 과정이 '화면' 안에…오류 발생 사전에 점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유지보수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도 녹여냈다. 축구장 11배 크기(7만 9321㎡)에 달하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중정비동에서 진행되는 10여 대 열차의 모든 정비 상태가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85% 일상정비가 진행된 열차와 출고를 앞둔 열차, 정비를 위해 고압전기를 차단한 곳 등의 모든 기지나 생황이 표시된다. 현실세계의 기계나 장비 등을 컴퓨터 속 가상세계에 구현해낸 것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하루 20~30대의 KTX 정비 작업의 모든 공정을 직접 수기로 상황판에 기록해야 했다.

실제 기지에서 진행하는 작업만 하루 270여 가지로 일괄적인 기준으로 진행상황을 집계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에 각 작업을 관리할 수 있는 단계로 통합하고 작업환경에 따라 구분해 △작업시작 △투입상황 △완료 등으로 보고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하는 기지관리시스템을 개발했다.

이에 따라 작업의 진행 단계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영상으로 정확하게 보여줘 작업이 이뤄지는 환경도 함께 검토해, 작업 중 일어날 수 있는 오류도 사전에 점검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차량 정비품질을 높이기 위한 차량기지 스마트팩토리도 구축하고 있다. 기지관리시스템이 통합적인 컨트롤타워라면 스마트팩토리는 개별 공정들을 로봇자동화 등을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수백 kg 무게의 차바퀴를 옮기고, 차량 지붕을 닦는 세척로봇 등 인력으로 작업하기 힘든 작업을 로봇이 대신한다. 열화상카메라와 반응형 첨단 CCTV를 활용해 면밀하고 정확한 상시점검 체계를 구축하기도 한다.

KTX차량 시뮬레이터./코레일 제공

◇고장사례 20년간 빅데이터로…서비스고장거리 60% 늘렸다 현재 수도권전철과 ITX-마음에 일부 적용하고 있는 상태기반유지보수(CBM, Condition Based Maintenance)도 2025년부터 도입하는 신형 고속철도차량부터 보편화된다. 상태기반유지보수는 주기적으로 부품을 교체하고 기기를 정비하는 대신 부품상태에 맞춰서 유지보수를 펼치는 체계이다.

효율적, 경제적인 만큼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센서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더 높은 수준의 안전도가 필요한 고속철도차량이 전철이나 일반열차보다 늦게 도입된 이유이기도 하다.

코레일은 20년간 KTX를 운행하며 누적된 노하우와 고장 사례를 분석해 차량정비내역을 빅데이터화할 수 있었다. 그 결과 주변압기, 차축, 공기압축기, 모터류, 승강문, 냉난방장치, 배전반 등 13품목을 CBM 장치로 선정해 관리하게 하게 됐다.

그 결과 1건의 고장이 발생하기까지 KTX가 달릴 수 있는 '서비스고장거리'(MKBSF, Mean Kilometer Between Service Failure)를 20만㎞로 연장할 수 있다. 기존 12만 5000㎞ 대비 60%를 증대한 것이다.

초음파 탐상장치./코레일 제공

◇"이게 원인입니다"스마트글라스로 실시간 사진·목소리 전송

긴급 출동한 차량정비 직원이 착용하는 스마트글라스도 첨단유지보수장비의 하나이다. 음성인식 기반의 스마트글라스는 목소리와 사진, 영상으로 실시간 차량 상태를 본사 관제실로 전송하고 다자간 통신을 통해 응급조치를 실시할 수 있다.

현재 고속철도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서울역, 부산역, 광주송정역 등 3개 역 기동정비반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10곳으로 확대검토하고 향후 일반열차와 전철 분야까지 사용을 추가 검토할 계획이다.

위상배열 초음파탐상 장비도 KTX차량 정비분야에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강철로 이뤄진 차바퀴(차륜)에 미세한 균열이라도 발생하면 시속 300㎞/h 속도에 열차가 흔들리거나 차바퀴 파손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런 결함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은 열차 승차감과 안전성 확보에 필수적인데, 초음파탐상 장비가 일등공신이다. 기존의 초음파 탐상은 수직 방향으로 한 방향의 균열만 탐지할 수 있어 기울어지거나 짧은 길이 등 이례적인 균열은 감지할 수 없었다.

이에 입체적으로 차륜의 균열을 감지하는 ‘위상배열 초음파 탐상 장비’를 도입해 초음파를 다방향으로 발사하고 그 반사파를 분석해 균열을 조기에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이기철 코레일 차량본부장은 "시속 300㎞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진화해온 KTX 첨단 정비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고속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ns83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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