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능을 파고 들었다, 연매출 420억원 대박

진은혜 더비비드 기자 2024.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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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취중잡담] 홈 트레이닝 플랫폼 ‘콰트’ 운영사 엔라이즈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이 창업에 뛰어들며 한국 경제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성장을 돕기 위해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스타트업 취중잡담’을 게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에 취해 있을까요? 그들의 성장기와 고민을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탐색해 보시죠.

엔라이즈의 김봉기 대표. /더비비드

작심삼일 열 번이면 한 달이다. 홈 트레이닝 플랫폼 ‘콰트’는 작심 10분 전략으로 52만명을 앱에 가입시켰다. 운동 시간이 길어질수록 중간에 관둬버리는 습관을 역이용해 짧게 운동하는 습관을 형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10분 전략은 치밀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다. 콰트의 운영사 엔라이즈는 틈틈이 이용자를 분석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갔다. 동네 친구 매칭 서비스 ‘위피’도 그렇게 누적 가입자수 680만명을 유치했다. 엔라이즈의 김봉기 대표(44)를 만나 데이터로 유저를 끌어 모으는 법을 들었다.

◇실패를 자양분 삼은 결과

김 대표는 모씨와 위피를 연이어 성공시켰다. /더비비드

김 대표는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독서광이다. 전자책 시장에 일찍 뛰어들었다. “앞으로 10년 뒤 어떤 산업이 발달할까 생각했을 때 전자책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렇게 전자책 회사에서 8년간 근무했습니다. 개발부터 제휴, 마케팅까지 업무 전반을 관할했죠. 아쉽게도 회사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종이가 아닌 매개로 책을 읽는 게 낯선 시절이었거든요. 너무 이른 타이밍이 화근이었죠.”

모씨 서비스 이미지. /엔라이즈

2010년대에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각종 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했다. 지금이야 말로 전자책 사업을 할 때라고 생각하고 2011년 엔라이즈를 창업했다. “게임, 영상 등 여러 포맷의 영상을 책과 결합하는 디지털포메이션을 시도했어요. 여러 형태의 콘텐츠를 제작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많은 게 남았어요. 기술이죠. 그동안 쌓은 역량을 바탕으로 전자책 솔루션, 콘텐츠 관리 시스템, 모바일 서비스 등을 납품하며 여러 사업을 했습니다.”

위피 앱 화면. /엔라이즈

수중에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내 일’에 대한 갈증이 생겼다. 초심으로 돌아가 사람들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2014년 익명 기반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모씨’를 론칭했다. “사람들을 재미있게 연결하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이름을 지우면 보다 진실한 대화를 나누지 않을까 생각했죠. 익명 서비스에 대한 나쁜 인식이 있는 것도 알지만, 해외 사례를 보니 잘 정착한 서비스가 많았습니다. 예상은 적중했어요. 진솔한 대화, 고민 상담이 활발히 이뤄지며 서비스 초창기부터 유저가 몰렸습니다. 6개월만에 활성이용자 수 100만명을 달성했어요. 투자사로부터 연락도 많이 받았죠.”

페이스북엔 모씨 관련 콘텐츠가 넘쳐나고, 마니아층도 생겼지만 모씨의 방향성은 여전히 불투명했다.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씨의 속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을 낼 올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했어요. 고민 끝에 2017년 동네 친구 매칭 서비스 위피를 론칭했습니다. 데이팅앱에 대한 부담감은 줄이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통했던 것 같아요. 출시 1년 반 만에 월매출 1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꾸준히 성장해 누적 가입자 680만명, 활성 이용자 20만명에 달하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했어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헷갈릴 땐

(왼쪽부터) 바로보드, 바로폼. 콰트로 이용할 수 있는 운동 기구들. 여성들이 필라테스를 선호하는 것에 착안해 집에서 필라테스 동작을 할 수 있도록 간소화된 기구들이다. /엔라이즈

위피에 성공에 안주하기엔 이르다고 판단했다. 보유한 마케팅 역량을 발판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늘 사람의 본능에 주목했어요. 모씨도, 위피도 모두 본능을 겨냥한 것이었죠. 새로 찾은 본능의 영역은 ‘건강’이었습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헬스케어 수요가 증가 추세였어요. 마침 좋은 기회에 운동기기 판매 업체를 인수했습니다. 이 회사의 운동 기기에 모바일 기술을 결합하면 건강 고민을 해결하는 좋은 서비스가 나올 것이라 직감했어요.”

2019년 콰트의 최소기능모델(MVP) 을 출시했다. 처음엔 운동기구 판매에 방점을 뒀다. 기구를 구매하면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구매자 분석을 했더니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보였어요. 여성분들이 관리에 신경을 쓰는 반면 남성분들은 그렇지 않았죠. 운동 전문가와 상의해서 2주, 3주 프로그램으로 구성해서 콘텐츠를 냈더니 또 재미있는 결과가 나왔어요. 남자분들은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이용하는데 관심이 없는 반면 여성분들은 1강부터 차근차근 접근하더군요.”

콰트는 운동 기구 커머스로 출발했다가 운동 콘텐츠 서비스로 노선을 변경했다. /더비비드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기구 판매와 운동 콘텐츠 중 무엇에 역점을 둘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2021년 1월 구독형 모델을 론칭했다. “여러 실험 끝에 콘텐츠를 메인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콘텐츠를 구독하면 운동기구를 무상으로 주는 방식이죠. 빅씨스 같은 유명 운동 코치에게 연락해서 저희의 진정성을 어필했어요. F45처럼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인기 운동 프로그램도 입점했고요. 의도한 건 아닌데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려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용자들의 운동 습관을 형성하는데 초점 뒀다. “기본 제공되는 운동 기구는 좋은 촉매제입니다. ‘어떻게든 운동을 시작하게 한다’가 콰트의 미션인데요. 눈 앞에 운동기구가 있으면 운동을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생겨요. 그래서 운동기구를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는데 집중했어요. 운동 시간도 짧게 조절했습니다. 시간이 길어지면 앱 켜는 게 싫어져요. 실제로 이용자 행태를 추적했더니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운동을 멈춰 버리더군요. 운동 콘텐츠의 시간을 10분~15분으로 맞췄습니다. 아주 드물게 1시간 하는 것보단 매일 조금이라도 하는 게 더 의미 있으니까요.”

◇데이터 분석으로 서비스 고도화

전용 스튜디오에서 운동 콘텐츠를 촬영하는 모습. 운동 콘텐츠 전문가가 코치들을 지도하고 있다. /엔라이즈

타 홈 트레이닝 콘텐츠와 차별화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한다.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코치들은 유저보다는 자신의 전문 종목이나 루틴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짜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희는 철저하기 사용자 중심으로 콘텐츠를 설계했어요.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이탈자가 발생하면 원인을 분석합니다. 카메라 앵글이 문제면 다시 촬영하고 동작이 문제면 그 부분을 바꿔요. 콘텐츠를 일단 올렸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해당 콘텐츠를 계속 개선하죠. 콘텐츠팀 내부에 ‘코치들의 코치’도 있습니다. 운동 콘텐츠 전문가가 코치들의 발성과 큐잉을 지도해요. 코치들도 강의력과 운동 프로그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새로 배우는 느낌이라고 좋아합니다.”

콰트 앱 화면. /엔라이즈

콰트를 안정궤도에 올리고 난 후 콘텐츠 고도화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엔 여성의 생애주기에 주목하고 있다. “콰트의 진성 유저는 누굴까 궁금했어요. 데이터를 분석하니 의외로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많았습니다. 임신 중인 여성분도 다수였고요. 생리 주기에 맞춰서 운동하는 법을 모르겠다는 의견도 자주 접수됐죠. 메인 유저를 타깃으로 ‘여성을 위한 라이프타임 케어’ 섹션을 편성해 산후 및 산전 관리, 임산부 요가, 탈모 예방, 월경 주기 케어 등의 운동 프로그램을 추가했습니다.”

최근 프레시코드를 인수해 식단까지 아우르는 서비스로 확장했다. /엔라이즈

2023년, 샐러드 정기배송 서비스 프레시코드를 인수하며 커머스 영역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운동과 식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운동 습관에 식단을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하다가 커머스까지 진출했어요. 건강을 꾸준히 관리할 수 있도록 올해 초부터 샐러드 정기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콰트에서 운동을 하면 포인트나 쿠폰을 제공해 제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식으로 보상책을 마련했어요. 지금은 커머스로 사업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 보다는 콰트를 식단과 운동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플랫폼으로 정착시키는데 중점 두고 있습니다.”

◇혹한기 건너뛰고 급성장, 매출 420억원

운동과 식단까지, 콰트를 건강을 챙겨주는 서비스로 키우는 게 목표다. /더비비드

위피와 콰트의 연이은 성공으로 스타트업 혹한기도 비켜갔다. 엔라이즈는 벤처 투자의 씨가 말랐던 2022년 12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누적 투자액 200억원을 달성했다. 2023년 연매출 420억원을 기록했다. 유명세를 타면서 먼저 콰트의 문을 두드리는 코치도 늘었다. 현재 70명 안팎의 운동 코치가 콰트에서 활동 중이다.

당장의 목표는 구독자를 더 모으는 것이다. “콰트 구독 서비스를 론칭한 지 2년이 됐습니다. 구독자수가 최소 10만명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비스 초창기때 함께 운동을 시작한 분들이 이제는 운동 실력이 늘었는지 중상급자용 콘텐츠를 추가해달라고들 요청하는데요. 중상급자 콘텐츠를 보강하고, 이용자의 운동 루틴 공유 기능을 추가할 예정입니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운동기구나 동작을 쉽게 선택하는 식으로 추천 기능도 고도화 중입니다. 콰트가 습관이 되면 구독자도 자연스레 늘겠죠.”

운동과 식단까지, 건강을 챙겨주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는 게 콰트의 미션이다. “한 이용자의 후기가 기억에 남아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이었는데요. 콰트 광고를 보고 운동을 시작해 8개월간 매일 땀흘린 덕에 인생의 위험한 순간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40년간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분이었는데 이제는 어려운 동작도 척척 수행하고 있다고 해요. 진심이 느껴지는 피드백이었어요. 정부도 어려워하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저희가 이루고자 합니다. 코치진들은 좋은 운동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저희는 데이터를 활용할 인사이트를 갖고 있으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작이 어렵지 습관이 되면 어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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