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테크] “꼬리 자르는 도마뱀처럼” 건물 붕괴 막는 내진 설계 나왔다

송복규 기자 2024. 5. 16.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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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이나 폭발, 충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내진(耐震) 설계 기술이 개발됐다.

호세 아담(Jose Adam) 스페인 발렌시아 정치대 토목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건물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초기에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계층 기반 붕괴 격리' 내진 설계법을 개발했다"고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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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연구진, 건물 전체 붕괴 막는 기술 개발
붕괴 시작 부분 완전히 무너뜨려 확산 방지
“재건 비용·인명 피해 규모 줄일 수 있어”
호세 아담(Jose Adam) 스페인 발렌시아정치대 토목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계층 기반 붕괴 격리' 설계를 실험한 모습. 앞 부분은 완전히 붕괴했지만, 건물 뒤쪽은 무너지지 않았다./Jose M. Adam

지진이나 폭발, 충돌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내진(耐震) 설계 기술이 개발됐다.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 꼬리를 잘라 달아나는 도마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동안 건물에 가해진 힘을 분산하는 데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기술은 건물 곳곳에 힘이 퍼지는 것을 막아 피해를 줄이는 방식이다.

호세 아담(Jose Adam) 스페인 발렌시아 정치대 토목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건물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초기에 피해가 퍼지지 않도록 하는 ‘계층 기반 붕괴 격리’ 내진 설계법을 개발했다”고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했다.

지난해 2월 튀르키예 지진과 9월 모로코 지진, 지난 1월 일본 이시카와현 지진까지 자연재해는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자연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지난 2000~2019년 20년간 2조9700억달러(4064조원)로, 사망자는 123만명에 달한다. 인명·재산 피해는 대부분 지진과 홍수, 폭풍, 산사태 등으로 건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내진 설계는 자연재해나 폭발로 건물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 기술이다. 현재 내진 설계는 건물 구조를 촘촘하게 연결하고 강도를 높여 초기 충격과 붕괴를 견디게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현재 내진 설계는 초기 붕괴를 견디지 못할 경우 처음 충격을 받은 부분이 나머지 구조물을 쓰러뜨린다는 문제가 있다. 일부분의 충격을 견디다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연구진은 붕괴 전파를 끊어내는 데 주목했다. 도마뱀은 포식자에게 잡혔을 때 생존하기 위해 꼬리를 잘라 도망간다. 연구진도 위험한 부분은 과감히 포기해 건물 일부분이라도 살리는 방법을 고안했다.

호세 아담(Jose Adam) 스페인 발렌시아정치대 토목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계층 기반 붕괴 격리' 설계를 실험하기 전의 모습./Jose M. Adam

연구진은 ‘계층 기반 붕괴 격리(Hierarchy-based Collapse Isolation Design)’ 내진 설계법을 제안했다. 이 내진 설계법은 건물 구조가 무너지는 순서를 정해 붕괴의 전파를 최대한 제한한다. 건물이 부분적으로 충격을 받아 붕괴가 시작되면, 바닥이나 천장을 이루는 슬래브와 하중을 받는 기둥의 연결 부위를 빨리 무너뜨린다. 이 설계를 사용하면 초기에 충격을 받은 부분은 완전히 무너지지만, 붕괴 영향이 건물 전체로 퍼지지 않는다.

계층 기반 붕괴 격리를 실현하기 위해선 대체 하중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기존 내진 설계는 주요 건물 부재들이 휘거나 변형돼도 하중을 균등하게 분배하지만, 새로운 내진 설계는 붕괴가 시작된 부분에 하중을 집중시켜 다른 부분으로의 확산을 막는다.

연구진은 15m 높이의 콘크리트 2층 건물을 만들어 새로운 내진 설계를 검증했다. 새로운 내진 설계는 처음 충격을 받은 건물의 기둥을 없애 건물 붕괴가 전체로 퍼지는 것을 완전히 막았다.

연구진은 “계층 기반 붕괴 격리 설계는 건물의 붕괴 부분 재건과 인명 손실을 줄이기 위한 구조 활동을 돕는다”며 “새로운 내진 설계가 병원과 쇼핑몰 같은 대형 건물에서 재산·인명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참고 자료

Natur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4-072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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