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광주 찾는 유승민···당권 도전 결심 굳히나
팬미팅·강연 등 최근 정치적 행보 넓혀
출마 여부에 "당에 바람직할지 고민 중"
"현행 규정이 당 망쳐" 전대 룰 개정 촉구
여조 비중 높일 시 유력 당권주자 우뚝
국민의힘의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유승민 전 의원이 16일 광주를 찾는다. 4·10 총선을 기점으로 활발한 대외 행보를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어 사실상 당 대표 출마 의지를 굳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 대표 지지도 여론조사에서도 우위를 차지하는 만큼 유 전 의원의 등판 여부가 여당의 수장 자리를 둘러싼 경쟁 구도에 최대 변수로 꼽힌다.
16일 서울경제의 취재를 종합하면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4시30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할 예정이다. 유 전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매년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다”며 “국회에 있을 때 주로 5월 17일에 갔는데, 이날 생방송 토론회가 예정돼 있어 같은 날로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날 광주MBC에서 ‘끊임없는 5.18왜곡, 정치권의 역할은’ 주제로 박구용 전남대 교수와 토론회를 진행한다. 박 교수는 2022년 더불어민주당 호남 몫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됐다가 사퇴 의사를 밝힌 인사다. 유 전 의원은 지난해 5월 15일에도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최근 보폭을 넓히고 있는 유 전 의원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더불어 유력한 당 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 11일 팬클럽 ‘유심초’ 회원들과 5년 만에 팬 미팅을 가졌고, 지난 2일과 9일에는 각각 인천대와 연세대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유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전당대회 출마를 위한 ‘몸풀기’에 나선 것으로 본다. 그는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해 “아직 고민 중”이라며 “나의 출마가 당의 변화를 위해 바람직한지 판단하고 있는 단계”라고 답했다.
유 전 의원이 본격적인 정치활동 재개에 나선 배경에는 총선 전후로 여권 내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영향력이 약화된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경선 패배 이후 잠행을 이어오던 유 전 의원은 ‘용산발(發) 실책’에 총선 패배의 암운이 드리워진 지난 3월부터 공개 활동을 본격화했다. 여당 일부 후보들의 구원 투수로 나선 동시에 윤 대통령을 향해 쓴 소리를 쏟아내며 좁아졌던 정치적 입지를 회복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떨어질수록 ‘유승민 역할론’이 선명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총선 참패 뒤에도 ‘친윤(친윤석열)’ 지도부가 굳건한 점도 ‘비윤계’의 대표격인 유 전 의원의 등판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시각이 있다. 지난 9일 취임한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해 ‘황우여 비상대책위원회’에 합류한 정점식(정책위의장) 의원, 유상범·엄태영·전주혜(비상대책위원) 의원 등이 친윤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는 차기 당 대표는 수도권 확장과 당 혁신을 이끌 수 있는 비윤 인사가 맡아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변수는 ‘당원투표 100%’인 현행 전당대회 룰의 개정 여부다. 현행 규정은 윤 정부와 각을 세우는 당내 비주류 인사들에게 극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 안철수·윤상현 의원 등 ‘비윤’ 당권 후보들이 규정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유 전 의원도 “전당대회 룰 개정과 나의 출마 여부는 관련 없다”면서도 “전당대회 룰이 어떻게 당을 망쳐왔는지에 대한 문제제기는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역선택’ 우려에 대해서는 “2021년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뽑을 때 민심 100%를 반영했는데, 역선택은 없었지 않았느냐”며 “윤 대통령과 그를 맹종하는 세력들이 만든 현행 룰은 민심 반영을 통한 외연 확장이 불가능하고 당원들만 좋아하는 대표를 뽑는 방식이다"고 비판했다.
차기 전당대회에서 국민 여론조사 비중이 높아질 경우 유 전 의원의 당권 획득이 가시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별 적합도에서 유 전 의원은 28%로 한 전 비대위원장(26%)을 제치고 선두를 기록했다. 이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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