쭉쭉 뻗는 '직구'·힘빠진 '역직구'…1분기 무역수지 1.2조 적자

김민우 기자 2024. 5. 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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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직구-직구 무역수지/그래픽=윤선정


올해 1분기 1조 2485억원의 역직구(해외직접판매)-직구(해외직접구매) 무역수지 적자가 났다. 분기 기준 4년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적자폭은 7배 가까이 커졌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e커머스(C-커머스)의 공세로 직구 규모가 커졌지만 한국 상품을 해외로 직접 판매하는 역직구액의 증가폭은 소폭에 그치면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직구액은 1조6476억원, 역직구액은 3991억원으로 1조2485억원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기준 2018년 1367억원이었던 직구액은 해마다 커져 7년만에 2배 이상(138%) 늘었다.반면 역직구액은 1분기 2018년 8288억원에서 2020년 1분기 1조5312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해마다 줄어 지난해 1분기 2913억까지 줄었다. 올해 1분기 399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소폭 증가하긴 했으나 여전히 2018년 대비 절반(48%) 수준이다.

연간 단위로 봐도 역직구-직구 무역수지 적자폭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2019년 2조8512억원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는데 지난해에는 6조449억원으로 적자폭이 더 커졌다.

C-커머스의 국내 진출 이후 직구 시장은 커졌는데 국내 중소기업과 판매자(셀러)들은 상품을 해외로 수출할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역직구 규모에는 외국인의 온라인면세점 판매액도 함께 포함하는데 온라인 면세점 판매액을 제외하면 한국 기업의 역직구 실적은 더 처참하다.

올해 1분기 역직구액에서 온라인 면세점 판매액을 제외한 '순수 역직구액'은 1592억원으로 전년동기(1801억)원) 대비 11.6%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순수 역직구액으로 직구액 대비 무역수지를 따져보면 적자규모는 1조4884억원으로 더 커진다.

한국상품의 경쟁력이 낮은 것은 아니다. 2020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국가별 제조업 경쟁력을 분석한 제조업경쟁력지수(CIP) 순위에서 한국은 4위를 기록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최근 K콘텐츠 열풍과 함께 한국상품의 선호도는 더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소상공 제조업의 해외 직접 진출은 한계가 있다. 해외 인프라 활용 및 직접 투자에 어려움 있고, 과감하게 투자했다가 실패할 경우 사업 위기로 돌아오는 탓이다.

대기업이 아닌 이상 많은 중소기업들은 e커머스를 통해 해외 수출 판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그마저도 일부 기업에 그친다. 기업은 해외 수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고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은 아직 해외 네트워크를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외 e커머스 플랫폼이 한국의 역직구 시장을 공략하고 나섰다. 직접 한국 상품들을 유치해 해외로 판로를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알리바바의 알리익스프레스는 올해부터 K셀러(한국상품 판매자)를 모집하고 국내에 물류센터 건립을 추진중이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이를 통해 K셀러의 국내외 통합물류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는 그동안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한국 상품을 해외 구매자와 연결해주는 기업간 중개(B2B) 사업을 운영해왔는데 판매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국내 흥행을 계기로 한국 셀러를 확보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한 B2C(기업과 소비자간 중개) 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물류 허브인 한국의 항공배송망을 활용해 중국 상품뿐 아닐 한국 상품도 해외에 직접 판매할수 있독록 중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텐센트가 최대주주인 동남아시아 e커머스 플랫폼 '쇼피'도 국내 이커머스 셀러 확보에 나섰다. 최근에는 국내 판매자들의 상품을 보관, 배송까지 모두 책임지는 풀필먼스서비스도 시작했다.

손 놓고 있다가는 역직구 시장마저 C커머스에 내줄수 있다는 토로가 국내 유통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내 e커머스 업계도 손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역직구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중이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인수한 해외 직구 플랫폼 큐텐은 자사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국내외 통합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물건을 판매하고 동시에 큐텐이 가진 큐익스프레스를 통해 해외에서도 판매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큐텐은 최근 북미와 유럽 시장을 기반으로 두고 있는 e커머스 플랫폼 위시를 인수한 후 큐텐닷컴의 이름을 위시플러스 '위시플러스(Wish+)'로 바꿨다. 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 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G마켓은 몽골 쇼핑 플랫폼인 '쇼피'와 협력하는 등 해외 e커머스 사업자와 손잡고 역직구 시장을 넓히는 방향을 모색중이다. 향후 G마켓은 유럽 e커머스와도 협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쿠팡은 현재 대만에 직접 진출해 한국 상품을 대만에 판매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인수한 중고명품 플랫폼 '파페치'도 해외 판매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목적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C커머스가 해외 직구 시장은 물론 역직구 시장까지 사업영역을 호시탐탐 확장하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시장은 성장성에서 한계가 있는 만큼 국내 e커머스 플랫폼은 역직구 시장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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