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앞둔 이태원 특조위…경험자들이 꼽은 '순항 조건'은?

CBS노컷뉴스 양형욱 기자 2024. 5. 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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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전반 걸친 진상조사…윗선 책임규명도 과제
자료 요구권 축소…"제출 거부 명분될까 우려"
"여야 추천 특조위원, 정쟁에 갇혀선 안 돼"
"수사‧조사 경험 갖춘 '전문' 인력 선별이 관건"
유가족 "정부, 진상규명 위해 국회와 협력해달라"
10.29 이태원참사 합동분향소. 황진환 기자


정부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안을 의결하면서 참사의 진상을 밝혀내야 하는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출범이 가시화됐다. 과거 재난조사기구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과거 특조위가 가졌던 한계점을 극복해야 유가족들이 바라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태원 참사 특조위의 주요 과제는 법에 명시된 목적대로 참사 발생 원인, 수습 과정, 후속 조치 등 전반에 걸친 진상·책임소재 규명이다. 참사 당시 재난관리시스템이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는지, 그에 따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밝혀내야 하는 것이다.

경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내사 종결 처리된 윤희근 경찰청장 등 '윗선'의 책임은 없었는지 따져보는 것도 특조위 활동의 관건으로 꼽힌다.

특조위는 이미 수사기관의 판단을 받은 이들까지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다만 과거 특조위가 가졌던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 제출 요구권'과 '압수수색 영장 청구 의뢰권'은 여당 반대로 이번 특별법 조항에서는 삭제됐다.

특히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 요구권 삭제는 해당 자료를 쥐고 있는 쪽의 '방어 논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세월호 참사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권영빈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할 때도 '예전에 조사했던 사안은 건드리지 말고 새로운 조사만 하자'는 논리가 있어 관련 자료들을 받기까지 일 년 정도 걸렸다"며 "조항 삭제는 (특조위 조사에) 저항하는 세력에게 '그들만의 명분'을 제공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해당 조항 삭제가 불송치·수사 중지 사건에 대한 자료 요구 '불가'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고 권 변호사는 해석했다. 그는 "특별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항이 빠졌다고 해서 자료요구권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조사권에는 당연히 자료 확보권이 포함된다. 조사에 필요하면 사람을 불러서 물어볼 수도 있고, 기존에 있는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특조위가 성공하려면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특조위원장을 빼고 여야 동수로 나뉜 특조위원들이 정쟁에 갇혀서는 안 된다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특별법에 따라 특조위원은 국회의장이 한 명을, 여야가 각각 4명씩 추천해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김영환 전(前) 조사관은 "사참위 활동 당시에 조사관으로서 굉장히 답답했다. (조사관들이 밝힌) 진실에 따라 특조위가 수사 요청을 하거나 특검 요청을 하거나 조사 결과를 공표해야 하지만, 특조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당의 계산에 따라 '더 검토하자', '다음에 의결하자'며 결과를 무마하려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 동수로 추천하는) 특조위원 구성 방식이 민주적으로 보여도, 특조위원들이 자신을 추천한 정당에 유리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태원 특조위는 이러한 조직의 한계를 잘 극복해 조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참사 유가족들. 황진환 기자


사참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했던 황필규 변호사는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조사 전문성을 담보하기 위해 수사기관이나 민간에서 재난 관련 수사‧조사를 담당했던 전문 인력들로 과감하게 특조위를 채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거에도 재난조사기구 대부분이 특별법이 통과된 뒤 일정 기간 활동하다가 해체되기를 반복했고, 이렇게 연속성이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것이다.

황 변호사는 "여야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신속하고 적절하게 조사위원회를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조위에) 기존에 형사 절차나 민간 조사를 통해 밝혀진 부분들이 적절한 시점에 제공되고, 기존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조사에 관여했던 인력들이 조사위원회로 파견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이든 경찰이든 상관없이 조사위에 필요하다면 구성원으로 뽑고, 조사위에는 배제해야 하는 사람들을 특조위 출범 초기부터 배제해야 한다"며 "이런 전제 가운데 하나만 흐트러져도 조사위가 고꾸라지므로 결국 특조위의 출발은 적절한 위원회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박근혜 정부 당시 제기된 '세월호 참사 특조위 조사 방해' 의혹을 언급하며 정부와 국회가 특조위 성공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29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운영위원장은 CBS노컷뉴스 통화에서 "세월호 특조위 사례에서 봤듯이 정부나 기관 상황에 따라 조사 자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며 "여야가 합의해서 구성된 특별법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원인 규명을 위해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덕수 국무총리는 14일 이태원 참사 특별법 공포안이 의결된 국무회의에서 "특별법이 우리 사회가 겪은 공동체의 아픔을 이겨내고 보다 안전한 나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정부도 특조위 구성과 피해자 지원 등 후속 조치들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특별법이 관보에 게재돼 공포되면 대통령은 30일 이내에 특조위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 그 후 1달이 지난 뒤에도 위원 9명이 전부 선임되지 않으면 과반수만으로도 특조위를 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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