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된 '야생마' 이상훈 “로커 아닌 ‘배커’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박주희 2024. 5.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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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채널 ‘이상훈Backer47 band What!’ 개설
밴드 공연·기타 연습 영상 등으로 일상 공유하고
기타 입문기·임수혁 추모공연 등 통해 과거도 회상
"기회 된다면 언젠가 야구 얘기도 나눌 수 있어"
전 프로야구 LG 투수인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기타로 애국가를 연주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채널 ‘이상훈Backer47 band What!’ 캡처

이달 초 한 유튜브 채널에 강렬한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이 꽉 들어찬 록밴드 공연 영상이 업로드 됐다. 영상 속 로커들은 경기 안양에 위치한 공연장 퍼플홀에서 장발을 휘날리며 ‘까마귀’라는 곡을 연주하고 노래했다. 별다른 부연 없이 3분 43초간 공연을 이어간 밴드는 영상 말미에서야 “밴드 what!입니다”라고 본인들을 소개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영상을 접하게 된 야구팬들이라면 채널명을 확인하고 익숙한 이름과 숫자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전 프로야구 LG 투수인 이상훈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게 유튜브 채널 '이상훈Backer47 band What!’을 시작한 이유를 물었다.

“딱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될 때마다 편하게 영상 하나씩 올리고 있어요.”

이 위원은 최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특유의 덤덤한 말투로 유튜브와의 인연을 설명했다. 그는 “해설위원을 시작한 6년 전부터 야구시즌이 끝날 때마다 (콘텐츠 제작회사들로부터) 유튜브를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며 “몇 번 미팅을 해보니까 아무래도 회사와 계약을 맺으면 채널이 영리 목적으로 운영될 테고, 뜻하지 않은 연출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매번 그냥 넘어갔는데, 몇 년간 유튜브 관련 얘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그 단어가 친숙하게 느껴졌다”는 그는 “’유튜브를 통해서 뭔가를 알리려고 하거나 영상을 제대로 편집해서 올리거나 하지 말고 그냥 시간 될 때 ‘쌩’으로 (영상을) 올려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대부분의 영상은 투박하다. 개인 작업실에서 홀로 핑크플로이드의 유명곡이나 애국가를 기타로 따라 치는 모습을 담거나, 별다른 설명 없이 최근 공연 실황을 쪼개 올리는 식이다. '유명 야구선수 출신' 채널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 같은 분위기는 채널명에 쓴 ‘배커(backer)’라는 단어에도 녹아있다. 이 위원은 “나는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연주를 할 수 있는 사람’ 정도”라며 “로커(rocker)라고 하기에는 모자람이 많기 때문에 ’뒤(백)에서 그림자처럼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backer라는 명칭을 스스로에게 붙였다”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마다하고 밴드 멤버들과의 조화에 방점을 찍었다는 의미다.

이상훈 해설위원이 유튜브 채널 ‘잡학다식스토리(잡스)’와의 인터뷰에서 기타 입문기와 밴드 what! 결성기 등을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이상훈Backer47 band What!’ 캡처

그렇다고 이 위원이 채널 내에서 본인의 존재감을 완전히 지운 것은 아니다. 채널명에 본인의 현역 시절 등번호인 ‘47’을 덧댄 것처럼, 일부 영상을 통해 주인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4회로 나눠 올린 ‘기타스토리’ 영상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 영상을 통해 기타 입문기부터 밴드를 결성한 과정,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전하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해 록밴드 뉴크의 리더이자 동갑내기 친구인 최동섭의 진행으로 유튜브 채널 ‘잡학다식스토리(잡스)’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출연한 영상을 올렸다”고 전했다. 전문가의 손길을 거친 영상인 만큼 ‘음악인’ 이상훈의 성장스토리가 깔끔한 편집기술을 통해 친절하게 소개돼 있다.

또한 그는 고인이 된 전 롯데 포수 임수혁의 추모공연 영상을 직접 찍어 올리기도 했다. 2010년 촬영한 영상이다. 이 위원은 “야구 선수 시절에 중계방송 테이프를 보관했다가 나중에 돌려보는 습관이 생겼다”며 “당시 영향으로 밴드 활동을 하면서도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기록을 남겼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캠코더로 찍은 영상 외에도) 주변 사람들이 휴대폰으로 촬영해서 보내준 영상도 많다”며 “앞으로는 예전 영상들도 꾸준히 올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채널을 개설한 지 한 달여 됐고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14일 기준 구독자 수가 벌써 1,000명 가까이 된다. 대부분의 구독자는 알고리즘을 통해 채널을 발견하거나 입소문으로 유입된 이들이다. 그중에는 ‘야구인’ 이상훈의 영상을 기다리는 팬들도 있다. 이 위원은 이에 “나는 중계 때도 야구를 과학적으로 얘기하기보단 그냥 있는 그대로 설명하는 사람"이라며 "팬들을 설득하고 그들의 이해력을 높일 만한 적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애초에 '유튜브를 이렇게 저렇게 운영하겠다'고 정립하고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상황이 된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라도) 나중에는 야구나 일상 얘기도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상훈 해설위원이 지난해 11월 21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야구공을 던지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박주희 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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