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만 1306가구… ‘미분양 무덤’ 대구가 떨고 있다

정순우 기자 2024. 5. 16.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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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PF 옥석 가리기에 ‘정리 대상 1순위’ 초긴장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연착륙을 위해 최대 23조원 규모 사업장을 구조 조정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지방 건설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현장이 지방에 몰려 있는 만큼 구조 조정의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최근 1년 사이 악성 미분양이 5배로 늘어날 정도로 상황이 나쁜 대구에서는 “가뜩이나 아무도 땅을 사려고 하지 않는 상황인데 정리 대상 PF 사업지까지 줄줄이 공매에 부쳐지면 주택 시장이 붕괴하고 기업이 줄도산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부실 사업장 정리도 중요하지만, 시장에 너무 큰 충격을 주지 않도록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최대 23조원 규모의 개발 사업장을 구조 조정하기로 하면서 최근 미분양 문제가 가장 심각한 대구 건설업계가 타격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대구 도심에 잇달아 지어진 아파트들. /사진=뉴스1, 그래픽=김현국

◇'미분양 무덤’ 대구, PF 구조 조정 직격탄 맞나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대구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1306가구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최초 분양에서 미분양이 나오더라도 2~3년간의 공사 기간 마케팅 활동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대부분 정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입주할 때까지도 털어내지 못한 미분양은 ‘악성 미분양’으로 통한다.

대구는 2022년부터 미분양이 급증해 작년 1월부터 시 차원에서 주택 건설 신규 인허가를 중단하는 초강수를 뒀다. 그럼에도 과거 분양된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작년 1월 277가구였던 악성 미분양은 올해 3월 1306가구로 급증했다. 올해도 연간 적정 공급 물량(1만1843가구)의 배(倍) 가까운 2만1869가구가 입주 예정이어서 미분양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건설사는 악성 미분양을 털고자 최초 분양가보다 20~30% 낮춘 가격에 처분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분양가를 모두 낸 기존 입주자가 할인가에 분양받은 입주자들의 단지 출입을 막거나 관리비를 추가로 요구하면서 주민 간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대구는 금융권의 PF ‘옥석 가리기’에서도 정리 대상 1순위로 꼽힌다. 금융 당국 지침에 따라 금융사는 토지 매입, 인허가, 공사 진행, 분양 등 부동산 개발의 단계별 진척도를 따져서 부실 우려 사업장을 솎아내게 된다. 정리 대상이 된 사업장의 대주단은 공매를 통해 토지를 처분하고 출자 비율에 따라 자금을 회수한다. 매각 금액에 따라 다르겠지만, 기존 사업자는 토지 계약금 마련이나 인허가를 위해 자체적으로 투입한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미분양 해소 대책도 병행돼야”

대구의 PF 부실 위험 현장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통상 주택 인허가로부터 2년 후쯤 착공 및 분양이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때 2021~2022년 인허가 통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사이 대구에선 5만1370가구에 달하는 아파트 인허가가 이뤄졌다. 2022년 하반기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PF 금리가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간 아파트 인허가를 받은 사업자 상당수가 대출로 연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에서 아파트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한 시행사 대표는 “정부 발표를 보면 대출받은 후 사업 진척이 늦거나 분양 실적이 저조하면 정리 대상이 되는 것 같은데, 지금 대구에 그런 현장이 적게 잡아도 3만가구는 될 것”이라며 “금리가 낮아지거나 건설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정상화될 수 있는 사업장까지 무더기로 공매에 부쳐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PF 시장 정상화를 위해 구조 조정은 필요하지만,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PF 구조 조정이 오히려 지방 건설 경기 침체를 부추기는 부작용을 막으려면 ‘지금만 넘기면 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심리가 생겨야 한다”며 “기존 미분양을 해결할 수 있도록 다주택자 세금 및 대출 규제를 완화하거나 우량 사업장에 대해서는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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