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오늘 訪中, 코펜하겐선 민주주의 정상회의… 두 진영 ‘격돌’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16. 03:5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스&뷰]
푸틴, 신화통신 인터뷰
“러·중 관계 역대 최고”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5일 러시아에서 만났다./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푸틴의 방중은 통산 23번째다. 지난해 10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고, 지난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첫 해외 순방이다.

미국 주도 서방 진영과의 갈등이라는 공통된 상황에 직면한 두 정상이 끈끈한 스킨십을 보이며 강력한 연대를 과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푸틴은 방중 전날 중국 관영 신화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 관계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했으며, 두 나라의 무역·경제 관계는 외부 도전과 위험에 면역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푸틴은 시진핑을 ‘현명한 정치인’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러·중 관계는 어려운 글로벌 상황에도 더 강해지고 있으며, 이데올로기와 정치 상황 변화를 초월한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어려운 글로벌 상황’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원인이 돼 러시아에 가해진 각종 제재와 중국을 겨냥한 공급망 재편 및 관세율 대폭 인상 등의 불이익을 아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와 중국의 밀착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푸틴은 “현재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조6000억 위안(약 302조원)으로, 지난 5년 동안 두 배로 늘었고, 러시아는 중국의 넷째 무역 상대국에 올랐다”는 등의 구체적 수치를 열거하면서 산업, 우주, 핵에너지 사용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뜻도 밝혔다.

그래픽=이철원

푸틴은 중국과 합심해 미국 주도 국제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의도도 거듭 밝혔다. 중국·러시아 주도로 출범시킨 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를 언급하며 “양국은 외교정책 공조를 강화해 다극화된 세계 질서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SCO는 원래 중앙아시아를 기반으로 한 지역 협력체 성격이 강했지만 2017년 인도·파키스탄이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고 지난해에는 반미·권위주의 진영의 일원인 이란이 가세하는 등 덩치를 키우고 있다. 브릭스 역시 올해 1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이집트 등 6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가 이 협의체들을 쿼드(QUAD, 미국·일본·인도·호주의 안보 협력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미국·한국·일본 등 14국 참여 경제 협의체) 등 미국 주도 협력체의 대항마로 육성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가해진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에서 중국이 러시아의 숨통을 터준 데 대해서도 에둘러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며 중국의 접근법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서방 제재의 우회로를 찾기 위해 중국 의존을 택했다. 유럽으로 보내던 천연가스, 석유 등 에너지를 중국 수출로 돌리고, 반도체·자동차 등을 중국 수입에 의존했다. 거래 대금은 위안화와 루블화로 치르며 ‘탈(脫)달러화’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러 무역액은 지난해 2401.1억달러(약 328조원)에 달해 우크라이나전 직전인 2021년(1468억7000만달러) 대비 63%나 늘었다. 러시아 수출 거래 대금에서 위안화 비율은 2022년 0.4%에서 지난해 34.5%로 급증했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 외환 거래 중 위안화 비율은 2022년 13%에서 작년 42%로 올랐다. 중국 입장에서도 통상·첨단 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유럽연합(EU) 등과 갈등 수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돌파구로 모색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은 수도 베이징 외에 중·러 국경무역이 활발한 동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을 방문해 무역·투자 박람회 개막식에도 참석한다.

2014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아시아 교류 및 신뢰 구축 회의’에서 악수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 연합뉴스

푸틴과 시진핑의 밀월 모드 속에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은 민감한 영역이었던 군사·항공우주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중국청년보에 따르면 지난 1월 중국 최남단 원창 우주발사장 인근의 원창 국제항천성(城)에서 러시아 모스크바 전력 공학 연구소 대학의 분교 착공식이 열렸다. 이곳에 42억위안(약 8000억원)을 들여 지어질 분교는 향후 항공우주 인재 1만명을 수용하게 된다. 러시아가 기술 탈취 우려를 뒤로하고 중국에 연구 시설을 옮겨오고, 중국은 민감한 우주발사장 인근 부지를 내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는 중국의 첨단 로켓과 미사일 시스템 구축을 지원할 의지를 보이고 있고, 중국도 러시아에 자본을 내주고 있다”고 했다. 2022년 말에는 로스코스모스와 중국 국가우주국(CNSA)이 2027년까지 양국 우주 협력을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렇게 밀착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미국은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반도체, 드론, 각종 기계를 공급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전에 필요한 미사일, 탱크, 항공기를 만드는 데 쓰인다”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이를 일축하고 있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3월 20일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은 러시아에 전쟁 물자를 지원한다는 의혹을 받는 중국 기업들을 치밀하게 감시하기 위해 제재 대상을 확대한 데 이어 추가 압박 카드로 중국 은행들을 국제 금융망에서 고립시키는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원유에 이어 천연가스·우라늄 등 핵심 자원의 수출을 틀어막아 전쟁 자금 말리기에 들어갔다.

다만 중국은 유럽 등과 관계 개선도 추구하고 있다. 이번 시진핑과 푸틴의 정상회담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5~10일 유럽 순방에 나섰던 시진핑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 세계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일시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시진핑이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운신 폭을 넓히기 위해 중국과 서방권 전체의 대립 구도 고착은 피하고자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75739

🌎국제퀴즈 풀고 선물도 받으세요!https://www.chosun.com/members-event/?mec=n_quiz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