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 루비니 “美 나홀로 호황, 세계 악영향 주지만 한국엔 기회”

손진석 기자 2024. 5. 16. 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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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
‘닥터 둠’ 루비니 교수 인터뷰
ALC서 전할 세계 경제 전망

“당분간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현재 금리를 유지하더라도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계속 강한 성장세를 보이는 ‘노랜딩(no landing·무착륙)’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연준이 내년에는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닥터 둠(Dr. Doom)’이라는 별명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석학인 누리엘 루비니(66)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는 오는 5월 22~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5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을 앞두고 본지와 화상으로 만나 “미국의 ‘나 홀로 호황’이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이같이 우려했다.

이란계 미국인으로서 터키에서 태어난 루비니 교수는 이탈리아 보코니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이코노미스트로서 연준, 미 재무부, IMF, 세계은행에서 두루 근무했다. 1998년 클린턴 행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기도 했다. 이론은 물론 실무에도 밝다는 평을 듣는다.

그래픽=양진경

◇“내년에 미국 금리 더 오를 수도”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고금리가 오래 지속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작지 않다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 연준이 내년에 금리를 (추가로) 올린다면 (방어를 위해) 많은 나라가 불가피하게 높은 금리를 오래 유지하게 된다”며 “부채가 많은 나라들이 고전하게 될 뿐 아니라 달러 강세에 따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힘들어지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요국의 물가 상승률이 7~9%를 오가다가 3% 수준까지는 내려왔지만 미국 경제가 좋기 때문에 3%에서 (연준의 물가 목표치인) 2%로 내려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의 긴 호황이 미국과 다른 선진국과의 경제적 차이를 키우는 건 문제”라면서도 “한국 경제에는 도움 되는 측면도 있는 복합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내수가 양호하다는 건 한국처럼 수출 주도형 성장을 하는 나라들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라며 “올해 1분기 한국 경제 성장률(1.3%)이 예상보다 좋았던 이유 중 하나가 수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예고 적중

2006년 9월 루비니 교수는 IMF(국제통화기금)에서 강연하면서 “경제 위기가 세계를 덮칠 것”이라며 ‘12단계 붕괴론’을 제시했다. 그때는 이런 전망에 코웃음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08년 그의 예고가 거의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촉발되자 비관론을 대표하는 선지자로 부각됐다.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널리 퍼졌다. ‘위기 경제학(2010년)’ ‘초거대 위협(2022년)’과 같은 저서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루비니 교수는 “내 스스로는 ‘닥터 둠’이라기보다는 ‘닥터 리얼리스트’라고 규정한다”며 “나는 위험을 경고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균형감 있는 관점에서 현실성 있는 정책이나 해결 방법을 제안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국은 강력한 기술의 나라”

루비니 교수는 “조선일보가 주최하는 ALC에 참가하게 돼 영광”이라며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며 다이내믹한 경제를 갖춘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반도체 분야 스타 기업이 있고, 경쟁력 있는 자동차 제조 업체가 있으며, 훌륭한 인적 자원을 갖춘 강력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했다. 다만 그는 “고령화와 저출생을 해소해야 하며, 경제적 불평등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사회의 불안정성을 안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경쟁이 냉전 초입에 있으며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며 미·중의 지정학적 갈등이 가져올 위험에 한국이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중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한국은 중국과의 강한 경제적 연결고리를 어떻게 디리스킹(위험 제거)하느냐가 과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루비니 교수는 “명암이 교차하더라도 한국은 강력한 기술의 나라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계속 강한 경제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며 “더 자세한 것은 ALC에 가서 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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