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활짝 피어나는 동심… ‘유아숲체험원’ 늘린다

김태영 기자 2024. 5.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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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2027년까지 150곳 조성
오감 활용해 자연 체험하며 교육
지난해 이용 유아 236만 명 달해
노후 시설물 교체해 안전성 개선
13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구룡유아숲체험원에서 어린이와 남성현 산림청장(왼쪽에서 네 번째)이 사람주나무 묘목을 심고 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숲에 오면 시원해서 좋고요. 나무랑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13일 충북 청주시 서원구 구룡유아숲체험원에서 만난 김재원 군(7)은 나무 이파리 아래 생긴 그늘에서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 군은 “풀 위를 막 뛰어다니면 하늘을 나는 것 같아요”라면서 양팔을 날개처럼 들어 올려 퍼덕였다.

구룡유아숲체험원은 2017년 3월에 문을 열었다. 2.1ha(헥타르)에 대피소, 미로 찾기, 거미줄 놀이 등 시설물이 있다. 숲속에 있는 연못과 숲길에서는 오감(五感)으로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청주시의 한 어린이집 아이 20여 명이 유아숲체험원을 찾았다. 노란색 윗도리를 맞춰 입고 파란색 앞치마를 두른 아이들은 삽으로 화분에 있는 흙을 파고 자기 몸통만 한 사람주나무(꽃말 ‘겸손’) 묘목을 집어넣었다. 조그만 손으로 흙을 야무지게 꾹꾹 누르고는 묘목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잘 자라줘”라면서 물뿌리개를 기울였다.

● 숲에서 놀며 몸도 마음도 튼튼

유아숲체험원은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아이의 정서와 지성, 감정, 의지를 키울 수 있도록 지도·교육하는 시설이다. 식생이 다양하고 위험 시설이 없어야 하며 야외 체험학습장과 대피시설, 안전시설을 갖춰야 한다. 2012년 경기와 강원, 경북, 충북 등 7개 지역(국립 5개, 공립 2개)부터 시작돼 지난해 기준 전국에 464곳(국립 85곳, 공립 362곳, 사립 17곳)이 있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만 5세 유아 40명을 반으로 나눠 숲을 체험한 쪽과 일반 야외 활동을 한 쪽을 조사한 결과, 숲을 경험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친사회성은 76%, 차분함은 46% 각각 증가했다. 반면 공격성과 고립성은 44%, 자기중심성은 16%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숲체험원을 찾는 어린이 이용객도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전국 유아숲체험원을 다녀간 어린이는 총 236만6000명이다. 2015년 이용객 20만2000명보다 12배 가까이 증가했다. 청주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김민서 원장(40)은 “숲 전체가 교실이고 놀이터다. 숲에 들어서면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지고 주변을 살피며 많은 질문을 한다”고 했다. 2019년에 세종교육청이 국내 최초로 매일 숲 교육을 하는 공립솔빛 숲유치원을 개원할 때 입학 경쟁률이 300 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 2027년까지 유아숲체험원 150개 조성

산림청은 올해 서울 용산구를 시작으로 35곳에 유아숲체험원을 만들고, 2027년까지 전국에 총 150개 유아숲체험원을 새롭게 조성할 방침이다. 유아숲체험원은 1만 ㎡ 이상의 규모와 유아 인원에 따라 최대 3명의 유아숲지도사를 둬야 지정·운영할 수 있는데 문턱도 낮췄다. 지난해 11월 국무조정실과 산림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자치단체장이 현재 기준의 60% 이하 범위에서 조례로 자유롭게 정하도록 했다.

이날 현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아이들 중심의 공간 구성 등을 요구했다. 조경숙 한국숲유치원협회 충북지부장은 “아이들에게는 숲 자체가 놀이터다. 놀이기구 같은 시설물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더 확대되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오래된 시설물을 정비하고 아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어 달라는 부탁도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하시연 산림과학원 산림휴먼서비스연구과 연구관은 “아이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유아숲체험원을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이 쉽게 자주 올수록 숲의 긍정적 효과가 커진다”고 분석했다.

당국은 지난해 3억 원이었던 안전 관련 예산을 16억 원으로 대폭 늘려 시설물을 보수할 계획이다. 강원과 경북 구미 지역을 포함해 총 31개 유아숲체험원을 대상으로 계단이나 건물 등 오래된 시설물과 배수로, 울타리를 정비한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유아숲체험원은 유아의 인지적, 정서적, 사회적 자아 개념을 키워주고 창의성, 독창성 등 학습 능력을 향상시킨다”며 “유아숲체험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과감히 바꾸고 안전을 꼼꼼하게 챙기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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