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게임 과몰입은 원인 아닌 결과

경기일보 2024. 5.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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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안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장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벌어진 ‘의대생’의 살인사건에 대한 보도가 쏟아졌다. 수많은 보도 가운데 눈에 들어온 기사가 있었다. “(A씨가) 살인자로 전락한 이유를 두고 일각에서는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나 게임 중독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는 보도다. 이 기사에서는 A씨가 게임으로 학업 스트레스를 풀었다는 과거 인터뷰도 함께 소개했다.

극악무도한 살인이 과연 게임 때문일까? 게임이 원인물질일까? 그렇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청소년의 심야 게임을 금지하는 게임 셧다운제 도입과 폐지, 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 중독에 대한 질병 분류 등의 과정에서 ‘게임 때문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과거 TV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TV 중독’,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인터넷 중독’, ‘미디어 중독’이라는 용어들이 등장했고, 정부 차원에서 ‘미디어 중독 대응’이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또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중독’에 대한 걱정들을 한다. ‘SNS 중독’, ‘숏폼 중독’ 등.

게임, 숏폼, SNS가 원인물질이라면, 이것만 끊으면 해결돼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6천여건의 게임 중독 진료를 바탕으로 진행된 조사에서 10명 중 9명은 주의력결핍장애(ADHD), 우울증, 조울증, 아스퍼거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은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규명되진 않았으나 병적으로 게임에 몰입하는 사람은 다른 공존 질환이 함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존 질환의 치료를 통해 게임 과몰입도 호전됐다고 한다.

병적인 상황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일상에서 게임과 관련해 가족 간 갈등은 고민거리다. “대학생인 아들 녀석이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게임만 해요. 밖에서 친구들도 만나지 않고, 연애도 좀 했으면 좋겠는데 속이 터져요.” 어느 방송사 PD의 하소연이다.

맞벌이 부부로 초등 저학년 자녀는 키우고 있는 엄마는 “부모님이 제가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봐주시는데, 부모님 집에 있으면 아이가 게임만 해요. 저희 부부랑 있을 때는 그러지 않거든요.”

두 사람의 불만 속에는 ‘게임 때문에’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관점을 바꿔 보자. 대학생 아들은 밖에 나가려면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야 하는데, 그게 미안해서 집에서 게임을 하는 건 아닐까? 초등학생 아이는 엄마 아빠와 함께 있고 싶은데 그 마음이 채워지지 않아 게임으로 눈을 돌린 건 아닐까? 이 질문에 두 사람은 눈가가 촉촉해지면서 퇴근하고 아이를 잘 관찰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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