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에 또 홀인원… 체력도 열정도 나이 무색한 회장님

석남준 기자 2024. 5. 16.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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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3월 두 번째 홀인원 알려져 화제
지난달 경기도 광주시 한 골프장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드라이버로 티샷하는 모습. 김 명예회장은 평소 소식과 걷기로 건강을 유지한다. 그는 지난 13일 대학생 15명에게 장학금을 주는 행사에 참석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동원그룹

지난 3월 3일 경기도 군포시 안양컨트리클럽. 1935년생으로 이전 한국식 세는 나이로 90세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4번홀(파3) 티박스에 섰다. 그의 손에는 5번 유틸리티(하이브리드) 클럽이 들려 있었다. 그린 왼쪽에는 벙커가, 우측에는 연못이 있는 홀이다. 김 명예회장이 친 공은 155m 떨어진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김 명예회장의 생애 두 번째 홀인원이었다. 김 명예회장의 홀인원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재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홀인원, 70대 타수 등 저마다 다양한 기록을 골프 버킷 리스트에 올린다. 그중에서도 ‘에이지 슈트(age shoot·18홀 스코어가 자신의 나이와 같거나 적은 것)’를 높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력은 물론 18홀을 모두 돌 수 있는 체력과 골프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 그리고 함께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동반자까지 두루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골프 실력자로도 꼽히는 김 명예회장은 75세 때 3오버파 75타를 치며 첫 에이지 슈트를 기록했다. 요즘 김 명예회장에겐 에이지 슈트가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골프를 즐기는데, 세 번의 라운드 중 한 번꼴로 에이지 슈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전성기 때 안정적인 80대 초반 타수를 기록했는데, 요즘은 나이와 비슷한 90타 안팎을 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명예회장은 최근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180m 정도라고 한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

맨손으로 큰 기업을 일군 김 명예회장은 1958년 우리나라 최초의 원양어선을 타고 3년 만에 국내 최연소 선장이 됐다. 8년간 마도로스 생활을 하며 폭풍을 만나 ‘죽음의 고비’를 넘은 것도 수차례다. 두주불사였던 김 명예회장은 이제 술은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신다면 소주 한 잔이 전부라고 한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소식(小食)하고 많이 걷는다. 요즘도 골프를 치러 가면 18홀 중 절반은 카트를 타지 않고 걷는다고 한다.

김 명예회장은 지난 2019년 경영 일선에서 은퇴했다. 14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명예회장의 아들 김남정 회장을 동원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요즘 김 명예회장의 고민은 뭘까.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 명예회장은) 나이가 들어서 판단이 희미해지는 것을 가장 걱정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평소 건강을 챙기는 것과 함께 두뇌를 쉬지 않고 움직이게 하려고 노력한다. 평일에는 어김없이 출근해서 주요 신문을 꼼꼼히 읽는다. 신간 경영 서적도 손에서 내려놓지 않는다. 김 명예회장이 오가며 만나는 직원들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신문 열심히 읽고, 책 많이 읽고, 공부 많이 해야 한다.” 이 같은 김 명예회장의 지론에 동원그룹 임원들은 매달 책 1권을 읽고 인사팀에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김 명예회장은 2022년 카이스트(KAIST)에서 명예 과학기술학 박사 학위를, 작년에는 한양대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두 학위 모두 ‘인공지능(AI) 인재 양성에 기여한 공로’라는 점이 같았다. 김 명예회장은 일찌감치 동원그룹 임직원들에게 “AI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말했다. 2019년 동원산업이 한양대에 30억원을 기부해 ‘한양 AI솔루션센터’를 설립했고, 2020년에는 김 명예회장이 카이스트에 사재 500억원을 기부했다. 카이스트 AI 대학원은 ‘김재철AI대학원’으로 명명됐다. 지난 2020년 카이스트 기부 약정식이 열린 자리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바다를 정복하는 AI 마도로스를 길러주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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