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슈퍼관세 전쟁’… 무역, 불확실성의 시대로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2024. 5. 1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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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트럼프 “對中관세 더 세게” 경쟁… 유럽도 가세 움직임
中 “美 이성잃은 횡포” 맞보복 선언… 한국 ‘새우등 신세’ 우려
바이든 ‘對中관세 인상’ 서명… 中도 맞대응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전기차, 범용 반도체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2∼4배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위쪽 사진). 바이든 대통령과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더 많은 품목에 대해 대중(對中) 관세를 대폭 올리겠다고 밝혔다. 6일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아래쪽 사진)은 유럽 등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해 이런 미국에 맞설 뜻을 밝혔다. 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 출처 백악관 X(옛 트위터)·파리=AP 뉴시스
11월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상 경쟁에 나서면서 전 세계 무역이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공약이 허술하다며 “내가 더 강도 높은 정책을 펼 것”이라고 외치고 있다. 중국은 맞보복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고, 이 같은 움직임이 유럽 등으로 번질 조짐도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또 하나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산(産) 전기차, 범용 반도체,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최소 2∼4배 올리겠다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은 이 모든 제품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전 세계가 소화할 수 있는 양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생산하도록 했다”며 “이는 ‘경쟁’이 아니라 ‘반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 당시 “중국을 오랫동안 먹여 살렸다”고 주장했다.

멕시코 등에서 생산된 중국 제품이 무관세 혜택을 받고 미국 시장에 들어오는 것까지 막겠다며 미국·멕시코·캐나다 3개국의 ‘자유무역협정(USMCA)’ 개정을 요구할 뜻도 시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같은 날 “중국이 지금 미국의 ‘점심(lunch)’을 뺏어 먹고 있다”면서 “바이든은 전기차보다 더 많은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재집권하면 중국의 무역최혜국 대우를 박탈하고 중국산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줄곧 밝혔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세계에서 가장 전형적인 횡포이자 일방적인 괴롭힘”이라며 “미국의 일부 인사가 자기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 이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미국발(發) 관세 인상 움직임은 전 세계에 보호무역주의 ‘도미노’ 현상을 부를 수 있다. 올해 주요7개국(G7) 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잔카를로 조르제티 경제장관은 14일 “유럽도 미국처럼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중 관세를 높였기에 중국의 과잉 생산 제품이 유럽으로 더 많이 몰려들 것이란 이유에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중 관세 인상으로 한국 수출이 일시적인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대중 중간재 수출 감소,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 등 우려해야 할 요인도 적지 않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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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관세전쟁, 불확실성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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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앞두고 ‘中 때리기’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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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 무대에서 벌어진 중국산(産) 제품에 대한 ‘관세 폭탄’ 경쟁이 미중 무역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세계 무역이 다시 불확실성 시대로 접어들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관세 인상 대상으로 삼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등은 한국을 비롯해 동맹국과 함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이 이뤄지고 있는 분야들이다. 그런 만큼 미국의 관세 인상과 중국의 맞불 가능성으로 인한 충격파가 미국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당장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중국의 우회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한 추가 조치까지 예고했다. 이번 관세 인상 움직임이 미국과 중국을 넘어 다른 국가들로도 도미노처럼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中 우회수출도 막자’ 규제 예고, 동맹도 충격파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4일(현지 시간) 중국이 관세를 피해 우회 수출에 나설 가능성에 대해 추가 조치를 예고했다. 타이 대표는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중국) 제품의 수입은 걱정해야 할 부분”이라며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 대표는 “지켜보라(stay tuned)”며 우회 수출 차단 조치 발표가 임박했음을 내비쳤다.

카라 모로 USTR 수석고문도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USTR이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줄이는 방안을 멕시코와 협의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장벽과 수출 규제를 피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인 USMCA를 맺은 멕시코에 생산시설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멕시코가 지난해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된 것 역시 이 같은 우회 수출의 영향이 크다. 실제로 멕시코에 진출한 중국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는 바이든 대통령의 관세 인상 발표 당일 멕시코시티에서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픽업트럭을 출시했다. BYD가 해외에서 신차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미국이 이번 관세 인상에 더해 중국의 우회 수출까지 차단하면 미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 재구축에 참여해 대미 무역흑자가 급증한 국가들이 부메랑을 맞을 수 있다.

● ‘중국산 쓰나미’ 될라, 관세 인상 도미노 조짐

미국이 관세 장벽을 높이면 이에 막힌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유럽 등 다른 시장으로 밀려들 수 있다. 중국의 과잉 생산에 따른 헐값 수출로 ‘제2의 차이나 쇼크’ 비상이 걸린 가운데 주요국에 관세 인상 등 보호무역 조치가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의 조지프 웹스터 선임연구원은 14일 “미국이 관세를 높이면 상당한 양의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이 신속하게 관세를 올리지 않으면 중국산 홍수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EU는 유럽 시장 내 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반(反)보조금 조사를 하고 있다.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이르면 이달부터 예비 관세를 부과하고, 대다수 회원국의 참여가 필요한 영구 관세를 11월에 부과할 수 있다고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EU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은 15일 미국의 급격한 관세 인상에 대해 “이성을 잃었다”며 반발했다. 왕 부장은 “미국은 자기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고 국제 산업·공급망의 정상적인 운영에 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는 같은 날 사설을 통해 “중미 관계가 미국 국내 정치의 희생양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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