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보려면 차로 한시간”…10곳 중 6곳 ‘식품사막’ 마을

이설화 2024. 5. 16.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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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청평리에 사는 김재길(76)씨는 춘천 시내에 나올 때마다 계란을 두 판씩 산다.

지난 14일 병원 검진차 시내에 나온 김 씨의 손에는 계란과 두부, 북어, 콩나물 등 식료품이 잔뜩 들려있었다.

청평2리 이장을 맡고 있는 김재길 씨는 "내가 우리 마을에서 두 번 째로 젊다"며 "시내에 나갈 땐 마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사다주기도 한다"고 했다.

같은 마을에 사는 정정림(70)씨 역시 한 달에 두 번, 장을 볼 때마다 2ℓ짜리 생수 30병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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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리 64.2% 식료품 소매점 전무
고령층 다수·택배 서비스 한계
점포 접근성 향상 등 대책 시급
▲ 춘천 청평2리에 사는 정정림씨는 한 번 장을 볼 때마다 2ℓ짜리 생수 30병을 산다. 마트까지 나오는 데 1시간은 족히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날 정씨가 산 생수는 2주 분량이다. 이설화

춘천 청평리에 사는 김재길(76)씨는 춘천 시내에 나올 때마다 계란을 두 판씩 산다. 지난 14일 병원 검진차 시내에 나온 김 씨의 손에는 계란과 두부, 북어, 콩나물 등 식료품이 잔뜩 들려있었다. 김 씨는 “신북의 마트까지 나오는 데 한 시간이 걸린다. 한 번 나올 때 최소 보름치를 산다”고 말했다.

저출산 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농산어촌 인구 수가 줄자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마을이 10곳 중 6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차를 타고 60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도내 6곳이 해당됐다. 이 지역 거주자는 ‘이동약자’인 고령층이 대다수여서 대책이 절실하다.

본지가 통계청 농림어업총조사(2020년)를 분석한 결과, 강원도내 2266개 행정리 가운데 식료품 소매점이 없는 곳이 1457곳(64.2%)으로 파악됐다. 신선식품을 사기 어려운 지역을 뜻하는 ‘식품 사막’이 강원도내 절반 이상인 셈이다.

읍·면별로 춘천 북산면 15개리 모든 곳에 식료품 소매점이 없었고, 평창군 평창읍(97.5%), 홍천 북방면(95%), 삼척 미로면·평창 봉평면(94.7%), 원주 부론면·삼척 노곡면(93.7%)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특히, 차를 타고 60분 이상 나가야 하는 마을도 춘천 북산면(4곳)과 사북면(1곳), 철원 갈말읍(1곳) 등 도내 6곳에 해당됐다.

이 지역은 특히 이동약자인 고령 인구의 비중이 높다. 청평2리 이장을 맡고 있는 김재길 씨는 “내가 우리 마을에서 두 번 째로 젊다”며 “시내에 나갈 땐 마을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식료품을 사다주기도 한다”고 했다. 청평2리가 속한 북산면은 주민의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층(51.3%)이다.

같은 마을에 사는 정정림(70)씨 역시 한 달에 두 번, 장을 볼 때마다 2ℓ짜리 생수 30병을 산다. 정 씨는 “차를 끌고 나가 장을 보면 한나절이 지난다”며 “택배 배송도 집 앞까지 오지 않아 면사무소 근처로 찾으러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희(60대·춘천 대곡리)씨는 “배를 타고 10분, 뭍에 차를 대고 20분 걸려 양구지역 마트를 간다”며 “지역 중간 즈음에 식자재 마트가 있으면 훨씬 편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지역소멸정책이 식료품점 접근성, 대중교통 운행 등 지역주민 실생활 개선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재길 씨는 “인구정책이라고 거대담론을 이야기하는데, 오지에 사는 주민들은 버스 운행, 상수도 설치가 시급하다”며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맞춤형 정책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다. 이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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