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속 빈곤' K-드라마③] "차기작, 우리도 없다"…고용불안에 떠는 스태프
일거리 사라지자 생계 위해 아르바이트 하기도
스태프 임금체불 사례도 늘어나
글로벌 OTT라는 날개를 달고 K콘텐츠가 해외로 뻗어나가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코로나19 이후 제작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며 배우는 물론 제작사, 방송사, 스태프까지 모두가 어려움에 부닥치게 됐다. K콘텐츠 위기론까지 대두된 가운데 <더팩트>가 업계의 현 상황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생긴 드라마 산업의 거품이 빠지며 그 아래 남아있는 사람들이 몹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콘텐츠 시장의 불황으로 배우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은 스태프다. 차기작이 없는 것은 배우나 스태프나 마찬가지지만 회당 고액의 출연료를 받아 온 배우들과 달리 스태프들은 생계 문제로 허덕이고 있다.
드라마 스태프는 대부분 근로소득세가 아닌 3.3%의 용역사업 소득세를 떼는 프리랜서다. 드라마 한 작품을 단위로 계약해 시급이나 일당 위주로 급여를 지급받는다. 이들에게 작품이 없다는 것은 곧 실직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스태프들은 일거리가 없을 때 사회적 안전망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제작사에서 사회보험을 가입시켜 주지 않는다. 일이 없으면 실업급여 같은 걸 받을 수 없다. 일부는 예술인고용보험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 생계 문제 해결 위해 아르바이트하는 스태프들
드라마 산업 인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영화 업계에서 인력이 많이 넘어오며 증가했다. 영화 산업이 위축되고 드라마 산업이 OTT 영향으로 반짝 호황을 누린 영향이다. 인력은 늘었는데 일감은 줄었으니 위기는
스태프 중에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 A 씨는 "스태프 중에 요즘 일이 없어서 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쉬는 상태가 길어지니 업무 감각을 잃어버릴까 봐 조바심이 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어 "그중에는 생계 문제 때문에 배달 등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 기술 스태프 쪽에는 유튜브 콘텐츠 쪽으로 넘어가서 일을 하는 사례도 소수 있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현장 감각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일을 계속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이 어려우니 스태프 인건비도 7~8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한빛센터 이한솔 이사는 "스태프 급여가 2017~2018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물가도 올랐는데 급여까지 떨어졌으니 실질 임금이 많이 하락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 이사는 "이 업계는 갑을 관계가 강하게 형성돼 있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일자리를 하나라도 얻는 게 중요하기에 줄어든 임금을 받고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전했다.
◆ 임금체불 사례도 늘어나
단순히 일감이 줄어든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임금 체불도 큰 문제다. 제작사들이 투자나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작에 들어가고 판매처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들이 전보다 늘었다.
한빛센터 김영민 센터장은 "예전엔 센터에 임금체불 관련 문의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금체불에 대한 문의 빈도가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그램 제작이 엎어졌다거나 여러 이유로 임금체불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대규모 스태프 임금체불 사례도 있다. 한 영세 제작사에서 일한 스태프 전원이 임금을 못 받은 사례도 있다. 관련해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 "배우·스태프 임금 격차 줄여야"
업계 불황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것이 지나치가 높은 배우들의 출연료다. 이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은 배우와 스태프 간 인건비 격차를 줄이고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
김 센터장은 "최근 드라마 관련해서는 주로 톱배우 출연료 많이 올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야기가 과장되면서 출연료 상승을 부추긴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면 스태프 임금은 줄었다. 이로 인해 제작 현장 내에서 톱 배우와 그렇지 않은 배우·스태프 간 인건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당장 구현 방법이 마땅치는 않겠지만 드라마 현장 내부 격차를 완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그저 드라마 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화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김 센터장은 "모두가 급감한 제작 편수가 다시 이전만큼 회복해서 다시 활발히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라고 있다"며 "제도적으로는 고용 안전망이 강화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바람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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