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로 탄소중립한 만큼 보상하는 정책 참신하다 [왜냐면]

한겨레 2024. 5. 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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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모빌리티 공유자전거. 연합뉴스

정현미 | (재)숲과나눔 자전거시민포럼 정책위원장

최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를 비롯한 정부가 참신한 자전거 정책을 발표했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대가로 인센티브 제공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시의 따릉이와 같은 공공자전거 이용에 대해서 현금과 같은 탄소중립 포인트를 지급한다. 더 나아가서 지자체 및 민간의 공유자전거를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인정받아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점이 참신하다. 올해부터 따릉이 이용까지 포함된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가 나오는 등, 부분적이나마 공공자전거에 대해서 온실가스 감축과 인정을 위한 참신한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이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용자가 가장 많고 이동거리가 길 것으로 예상하는 일반 자전거에 대해서는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크레딧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기반 조성을 지원한다고 한다. 바른 방향이다. 건강도 챙기고 탄소중립에도 기여하고 약간의 금전적인 이익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디지털 사회에서 데이터는 돈이다. 그런데일반 자전거 이용자들의 자전거 주행은 기록되지 않거나, 기록되어도 개인 용도로 있다 보니 데이터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통계나 정책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데,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기록되고 크레딧을 받는 인센티브가 광범위하게 작동한다면 그 데이터가 정책에 반영되고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동참을 끌어내는 혁신적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현재 자발적 탄소배출권 시장 플랫폼이나, 자전거 출퇴근챌린지에서는 자전거 주행 1㎞당 10원가량 제공된다. 탄소 가격이 t당 10만원 수준인 유럽과 달리 t당 1만원 수준에 불과한 국내 탄소 가격이 앞으로 계속 상승할 거라는 희망스러운 전제 아래, 시민들의 일반 자전거 이용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늘어나야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유의미한 탄소 감축 선순환의 사이클이 형성될 수 있다.

하천이 많은 대한민국은 대다수 도시가 하천을 끼고발달해 있다. 자전거 도로가 기존 자동차 도로와의 충돌을 피해 하천변에 주로 있어 레저용 자전거를 타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자전거 인구도 1300만명 정도에 육박한다. 하지만 레저 중심의 자전거 증가는 한계에 이른 듯하고, 상호 보완 역할을 할 생활 자전거는 오히려 자동차 중심의 교통문화와 여건으로 인하여 설 공간을 위협받고 있다. 실질적인 탄소중립에 기여하려면 생활 자전거가 개인 승용차 수요를 대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 이용의 40%를 차지하는 5㎞ 이내 단거리 이용을 탄소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대체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시가 일상생활에서 자전거 타기에 안전하고 편한 자전거 친화 도시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지난 2월 국회정책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전거친화도시1010’은 가장 많이 움직이는 일상 생활권 10분 거리는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생활 자전거 캠페인이다. 아울러 자전거 이용률 10%라는 사회 공동의 목표를 제시했다. 열번 이동할 때 한번은, 혹은 열명 가운데 한명은 자전거를 이용하자는 것이다. 걸어서 10분 거리는 통상 1㎞ 이내인데, 자전거로 10분 거리는 2~3㎞로서, 무탄소 이동 면적을 4~9배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자전거 이용률 평가 방법과 같이 자전거 친화 도시의 요건과 지표 등에 대한 가이드를 제공하여 각 지자체가 지형, 인구와 문화, 산업 등 자신의 여건에 맞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이를 점검·평가할 수 있는 자전거 데이터와 통계 수단을 발굴하고 장려하여 시도, 시군구, 읍면동 지자체 단위에서 자전거 친화 도시로 갈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여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국가탄소중립기본계획 발표에 이어 올해 4월 광역지자체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시군구 단위의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지자체 단위에서 탄소중립 자전거 친화 도시를 위한 현황과 정책을 검토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내가 사는 도시와 동네를 자전거 친화 도시로 만들어 탄소 감축에도 기여하고 건강한 생활도 영위하고자 하는 활기찬 노력이 도시마다 잔잔한 물결처럼 번지기를 고대하고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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