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신혼부부들 주말마다 찾아”…700만명 몰린 한국식 쇼핑몰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4. 5. 15.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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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현장 가보니
놀이터·현지 맛집 유치
젊은 부모들 사이 인기
롯데센터 10년만에 재단장
올 9월까지 매장 70% 바꿔
지난 11일(현지시간) 베트남 고객들이 하노이에 있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 [이효석 기자]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대표 관광지인 서호(西湖·웨스트레이크) 인근 쇼핑몰 앞 중앙광장.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분수 앞에서 직경 약 1m의 반사판을 든 20대 젊은이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은 애슬레저룩으로 멋을 낸 채,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텐사우전드’ 매장 앞에서 저마다의 ‘몰링’을 즐기고 있었다.

이날 만난 기앙 씨(20)와 타오 씨(21)는 “SNS에 올릴 사진을 찍기에 적합한 곳이라 찾게 됐다”며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볼거리가 많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이곳에 들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곳은 베트남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다. 현지에선 ‘롯데몰 떠이호’라고 부른다.

7870억원을 투자한 하노이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식 복합쇼핑몰을 이식한 전략이 주효했다.

쇼핑몰뿐 아니라 호텔, 오피스, 아쿠아리움, 영화관까지 갖추고 있다. 쇼핑몰 내부엔 넓은 동선을 확보했고, 1층 로비는 주기적으로 바뀌는 팝업 매장을 위해 비워뒀다. 다양한 가족 체험공간에도 공을 들였다.

이 복합쇼핑몰은 지난해 9월 개장 후 누적 방문객이 8개월 만에 7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3만명이 이곳을 찾은 셈이다. 현지에선 ‘사진 명소’로 알려져 있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가장 많은 공을 세운 계열사로 롯데백화점을 꼽기도 했다. 약 5년에 걸쳐 유통을 비롯해 건설·호텔 등 롯데그룹의 역량이 동원된 웨스트레이크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일궈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고객들이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4층에 있는 어린이 실내놀이터 ‘챔피언 1250’을 이용하고 있다. [이효석 기자]
매장을 둘러봤더니 한국식 복합쇼핑몰 노하우를 베트남에 이식한 점이 눈에 띄었다.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이뤄진 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이뤄진 쇼핑몰의 1층 로비는 텅 비워 놓았다. 팝업 매장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주로 행사 매대를 배치하던 현지 업체와 차별화한 것이다.

이날 현장에 들렀을 때는 디올 뷰티 팝업 매장이 열려 베트남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지난해 9월과 11월 베트남 최초의 샤넬 팝업도 각각 1층 로비와 야외 중앙광장에서 설치된 적이 있다.

쇼핑몰 통로는 최소 폭 12m 이상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백화점 한가운데서부터 천장까지 비운 ‘보이드’가 대표적이다. 두 개 층을 한 번에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 익스프레스’도 현지에서는 처음이라고 했다.

하노이 젊은 시민들의 수요를 반영해 명품보단 SPA 브랜드를 대거 유치한 점도 주효했다. 쇼핑몰 1층엔 자라, 유니클로, 무지, 마시모두띠 등이 들어서 있다. 베트남에서 글로벌 스파 브랜드 4개를 갖춘 곳은 웨스트레이크가 유일하다.

쇼핑몰의 매출 1위부터 4위까지는 자라, 유니클로, 무지, 마시모두띠가 순서대로 휩쓸고 있다. 자라와 유니클로가 한 달에 올리는 매출만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베트남이 젊은 층의 소비가 많은 젊은 국가라는 점을 공략한 결과다. 김준영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은 “실제로 쇼핑몰 방문 인원의 절반 이상은 35세 미만”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견학 온 아이들로 붐비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1층 모습. [이효석 기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쇼핑 외에 또 있다. 가족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식음료(F&B) 매장 90여 개 외에 아쿠아리움, 영화관, 실내놀이터인 챔피언1250,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인 키자니아 같은 체험공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젊고 비교적 부유한 젊은 층이 많은 베트남 서호의 지역 입지 때문이다. 지난 11일 만난 자오 더 이닌(dao thuy ninh·32)은 아들 둘, 남편과 함께 쇼핑몰을 찾았다. 그는 “아이들이 챔피언1250에서 놀이기구를 타는 걸 좋아해 가족끼리 자주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웨스트레이크의 상품 매장 비중은 45%로 전체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보통의 백화점 매장 비중이 80%를 넘는 것과 대조적이다. 대신 어린이놀이터 등 집객시설(40%), 지역 맛집·K푸드 등 식음료(15%)로 채우는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야간 조명이 켜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전경. [이효석 기자]
한편 하노이 내 롯데의 양대 축으로 평가받는 롯데센터 하노이는 최근 개장 10년을 맞아 재단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백화점 내 노후화된 실내장식을 손보고, 매장의 70%를 바꿔 점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VIP 라운지는 등급별 차별화 서비스를 강화한다. 백화점 내 187개 매장 중 70여 개가 새 옷을 입고, 40여 곳이 새로 입점한다.

지난 2014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롯데센터 하노이는 높이 272m로 하노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65층 전망대 ‘스카이워크’는 매년 30여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다. 롯데센터 하노이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와는 직선 거리로 약 5km 떨어져 있다.

이재진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장은 “롯데센터 하노이가 개장 10년 차를 맞게 되면서 매장과 엔테리어·시설를 새롭게 재편하고 있다”며 “웨스트레이크와 함께 하노이 내 양대 축으로 입지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방문한 롯데센터 하노이점 전경. [이효석 기자]
롯데백화점은 앞으로 베트남에 1~2개 프리미엄 쇼핑몰을 더 출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는 1998년 베트남에 처음 진출한 데 이어, 현재 19개 계열사가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포함해 270개가 넘는 롯데리아 매장과 롯데마트 16개점, 롯데백화점 3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베트남 남부 호찌민에서도 복합 단지인 ‘투티엠 에코스마트시티’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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