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플랫폼·특고 노동 보호, ‘노동자 인정’이 우선이다

2024. 5.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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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노동법원을 임기 내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률에는 미조직 노동자가 질병·상해·실업 시 도움받을 수 있는 공제회 설치 지원, 비임금노동자 분쟁 해결을 지원하는 분쟁조정협의회 설치, 표준계약서 마련 등을 담을 거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노동법 밖 노동자’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책을 내놓은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는 근로기준법·노동조합법·산업안전보건법을 온전히 적용받지 못한다. 전국사업체조사 기준 2021년 5인 미만 사업장의 임금노동자는 252만여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13.4% 수준이다.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 규모는 850만명에 달한다. 노동법이 변화한 노동 현실을 따라잡지 못해 다수 노동자가 노동법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제시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은 근본적인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 ‘노동법 밖 노동자’ 문제의 핵심은 이들이 노동자임에도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점이다. 해법도 이들의 노동자성을 인정하고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게 순리다. 지난달 유럽연합(EU) 의회가 플랫폼노동자를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추정하고 유급휴가·실업수당·최저임금 등을 보장하는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 지침’을 가결한 것이 비근한 예다. 반면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에는 노동자성을 인정한다는 내용이 없다. 노동관계법을 우회해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근본적 해법을 도외시한 땜질 처방이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동법원 설립은 신속한 노동 권리구제를 위해 일찌감치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지금은 부당해고를 인정받으려고 해도 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 후 1심·2심·3심까지 사실상 5심제를 거쳐야 한다.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고, 그 부담은 약자인 노동자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법원 설립은 노동계와 더불어민주당도 찬성하는 사안이다. 여야와 노사정, 법조계는 머리를 맞대고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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