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편나선 SK 시총 4조 SKIET 판다

강두순 기자(dskang@mk.co.kr), 정승환 전문기자(fanny@mk.co.kr),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5. 15. 1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분가치 2.5조+α 매각추진
SK온 투자자금 조달 포석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용 분리막을 생산하는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경영권 매각을 포함한 배터리 사업부 재편 작업을 추진한다. 전기차 성장 부진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처한 SK온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IET 경영권 매각 등 SK온에 대한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자 접촉에 나섰다. IB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을 지원하려는 사업 재편을 놓고 고민해온 SK 측이 SKIET 매각을 위해 글로벌 IB들과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SKIET 시가총액은 14일 종가 기준 4조854억원으로 SK이노베이션이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SK이노베이션 지분가치는 2조5000억원에 달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으면 이보다 가격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배터리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과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SK그룹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 산하에는 SK온, SK엔무브, SKIET, SK지오센트릭, SK인천석유화학,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이 자회사로 있다. SK측은 최근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제조사 SK온을 살리기 위해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SKIET를 비롯한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포함해 다양한 논의를 진행해왔다.

이 중 SK온과 SK엔무브 합병은 2대 주주인 사모펀드 IMM크레딧솔루션(ICS)의 원칙적인 반대 속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SK 측이 SK엔무브의 상장 시 예상 시장가치로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제안하면 IMM 측이 응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확대가 시급한 SK온은 미국 등 해외 공장 증설을 위한 추가 자금 마련이 절실하다. SK온이 올해 계획한 시설투자(CAPEX) 자금 조달 규모는 약 7조5000억원에 달한다. 현재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 후속 투자 유치(1조원), 사모 신종자본증권 발행(5000억원) 등으로 SK온이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수조 원 규모의 추가 자금 유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SK 배터리 구하기 총력전 매각 성사되면 SK온 '숨통'

SKIET 매각이 성사된다면 당분간 자금 보릿고개를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온은 지난해 연결 기준 58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손실(1조727억원) 대비 크게 개선된 것이지만, SK온은 분사 첫해 손실(3137억원)에 이어 3년 연속 적자를 내게 됐다.

고금리와 실물 경기 부진으로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구간에 접어들면서 올해 1분기 SK온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1조6836억원, 3315억원을 기록했다.

SK온은 올 하반기에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온의 누적 수주는 400조원이 넘었으며, 생산 수율은 90%대에 이른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1분기 실적발표에서 "고객사의 재고 조정 완료와 미국 판매 증가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증가, 신차 라인업 확대 등 시장 환경 개선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SK 측이 SKIET 매각을 본격화한다고 해도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SKIET 매출액 중 SK그룹 국내외 계열사와의 거래 비중은 약 73%(2022년 기준)에 달한다. SK그룹이 일정 기간 매출을 보장하지 않는 한 인수 주체로선 선뜻 거래하기가 망설여지는 대목이다.

최근 실적도 부진하다. SKIET는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이 674억원으로 전년 동기(영업이익 17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69억원을 올렸지만 1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낸 것이다. 전기차(EV)용 분리막 판매가 주요 고객사 보유 재고 조정으로 급감했고, 가동률 감소에 따른 비가동손실 증가 영향도 받았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최태원 회장 등 SK그룹 경영진은 그룹 사활이 걸린 SK온 살리기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최 회장은 최근 "경제계에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퇴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배터리 상황은 EV 캐즘 중 일부"라면서 "EV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도 "전동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정해진 미래"라면서 "현재 캐즘은 SK온에 위기이자 좋은 기회이며 상장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의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는 지난달 30일 SK온과 포드 자회사 블루오벌SK에 대한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설비투자 목적이며 규모는 9796억원이다.

또한 블루오벌SK는 미국 에너지부 첨단기술차량제조(ATVM)의 조건부 확약을 확보해 최종 파이낸싱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SK온 지분 89.5%를 가진 SK이노베이션은 35조원이 넘는 현금이 있으며 사업 매각 등을 통한 현금 유입도 계속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월 말 기준 35조456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다. 1분기 매출은 18조8551억원, 영업이익은 6247억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어스온은 최근 미국 미드오션에너지에 페루LNG 지분 20%를 2억5650만달러(약 3500억원)에 매각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SK그룹은 다음달 열리는 확대경영회의에서 배터리 등 '사업 리밸런싱'을 점검할 예정이다. SK 주요 계열사들은 연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과 멤버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지난달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리밸런싱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와 그린 사업에서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강두순 기자 / 정승환 기자 / 나현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