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북부+경기남부 한국판 실리콘밸리 꿈꾼다

김재근 선임기자 2024. 5. 1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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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희망이다] 충남도 '베이밸리'
단일경제권 목표… IT·탄소중립·항만 등 사업 우선 추진
32조8782억 재원 조달 숙제…정부 전폭지원 이끌어 내야
베이밸리 종합 구상도. 자료=충남도

충남도와 경기도의 초광역경제권 메가시티가 성공할 수 있을까?

충남도 북부권 천안·아산·당진·서산과 경기도 남부권 평택·안성·화성·오산 8개 시·군을 묶어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만드는 '베이밸리(Bay Valley)'가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외화내빈의 대전·세종·충남·충북의 충청권 메가시티보다 앞서가는 모양새다. 주요 사업의 윤곽이 드러나고 일부는 실질적인 추진단계로 들어섰다.

베이밸리는 충남도의 핵심 사업이다. 김태흠 지사가 선거 때 내걸었던 충남 북부권 공약을 하나로 묶고, 이것을 경기도 남부권까지 확대했다. 충남과 경기도 8개 시·군이 아산만(Asan Bay)에 위치한 점에 착안하여 사업의 명칭을 베이밸리로 지었다. 김 지사는 2022년 7월 취임 직후 '대한민국 4차산업 핵심지역 육성을 위한 베이밸리 메가시티'를 가장 먼저 결재했다. 민선 8기 최우선 과제인 셈이다.

충남도의 제안에 경기도도 화답하고 나섰다. 경기도는 수원과 용인에서 남쪽의 평택 천안 아산까지 연결된 삼성반도체라인도 활성화되고, 평택 당진항이 글로벌 항만으로 성장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는 듯하다. 탄소중립산업벨트 구축이나 순환고속도로 및 철도를 조성하는 것도 나쁠 게 없다.

충남도 김태흠지사와 경기도 김동연지사가 2022년 9월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사진=충남도

□ 충남 제안에 경기 화답… 단일경제권 목표

김태흠 충남지사와 김동연 경기지사는 2022년 9월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을 위한 충남·경기 상생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3월에는 충남연구원과 경기연구원이 함께 베이밸리 메가시티 건설 기본계획 연구용역을 수행하기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베이밸리는 충남과 경기가 행정구역을 넘어 초광역경제권을 구축하고,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만드는 사업이다. 아산만권의 충남 천안·아산·당진·서산과 경기 평택·안성·화성·오산 8개 시·군은 현재 인구가 330만명, 기업이 23만개, 대학이 34개, 지역내총생산(GRDP)이 204조원에 이른다. 국내 전체 수출액 중 21.3%를 차지하고 있다. 인적 물적 인프라가 풍부하고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글로벌 기업이 많아 발전 잠재력이 높다.

이곳에 32조8782억원을 투입, 2020년 기준 세계 55위 국가 수준의 지역내총생산(GRDP)을 2050년에는 5000억 달러로 30위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이다. 베이밸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산업기능을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지방 주도의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한다는 것이다.

아산만권 충남과 경기도 8개 시·군은 현재 인구가 증가세이지만 출산율 저하로 감소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충남도 인구는 2036년에 225만5000명으로 정점을 이룬 뒤 2041년부터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역시 2039년 1479만1000명으로 정점을 이루고 2041년부터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감소 시대, 미래를 대비해야 할 시점인 것이다.

충남도는 베이밸리 핵심사업으로 20개를 확정, 이중 8개 사업은 경기도와 공동 추진할 방침이다.

첫째, 베이밸리 탄소중립 산업벨트 구축은 수소특화단지를 공동지정하고 당진과 평택에 수소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LNG기지를 활용하여 블루수소도 생산하게 된다.

반도체와 미래모빌리티 육성은 1조2400억원이 투입되는 베이밸리의 대표적인 사업 중의 하나다. 시스템반도체(후공정) 클러스터 조성, 첨단반도체기술센터 유치, 미래모빌리티산업 육성, K-big2 미래차클러스터 조성 등을 추진한다.

베이밸리 주요 목표. 자료=충남도

□ IT·탄소중립·항만·철도 등 8개 사업 우선 추진

청년 창업생태계 조성은 벤처투자조합(펀드) 조성 등이 사업 내용이다.

베이밸리개발청은 특별지방자치단체로서 베이밸리 메가시티 사업을 전담, 지속적 안정적 사업 추진과 운영을 맡게 된다.

글로벌 복합항만 조성은 4조776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과제이다. 신에너지 밸류체인으로 당진항 배후단지를 개발하고, 아산항과 대산항을 다기능복합항으로 업그레이드한다.

베이밸리 순환철도는 천안·아산·당진·평택 등을 둥글게 연결하는 것으로 잠정 비용이 6조6067억원에 이른다. 중부 동서횡단철도 신설, 서해선-경부선 KTX연결, GTX-C 천안아산 연장 등이 포함돼 있다.

K-골드코스트 조성은 서해안에 명품가도를 조성하는 것으로 마리나(종합 관광시설) 네트워크 구축, 체류형 해양관광거점과 당진 관광벨트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지속가능한 생태환경 조성은 공동으로 해양쓰레기를 수거처리하는 것 등이 골자이다.

충남도와 경기도는 지난 2월 열린 베이밸리 공동연구용역 보고회에서 미래차 클러스터, 서해안권 탄소중립 수소경제 클러스터, 제3서해안고속도로, 베이밸리 순환철도 수도권 확장, 서해선-경부선 고속철도(KTX) 연결 및 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GTX-C) 확장, 서해안권 경제자유구역 벨트 구축 등 12개 협력사업 추진에 공감을 표시했다.

충남도가 단독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당진항에 핵심광물 자원 비축기지 등을 설치하는 Economic Security Sector 조성 △대산 신규 국가산단 조성과 국립치의학연구원 설립, 메디컬바이오스타트업 타운 조성 등을 담은 바이오·신소재 산업 육성 △출입국·이민관리청 유치 등을 추진하는 선진 이민제도 기반 조성 △경제자유구역 내 국제학교 설립 등을 담은 한국형 국제교육도시 조성 등이 있다.

양도는 이달 중으로 50개 세부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실무추진단을 구성 운영하고, 6월에는 충남도와 경기도가 함께 비전선포식도 가질 예정이다.

충남도와 경기도, 충남 4개 시군 및 경기 4개 시군이 참여하는 베이밸리 추진 체계. 자료=충남도

□ 정부, 국가계획 반영 국비지원이 성패 좌우

베이밸리는 부산-울산-경남, 대전-세종-충남-충북처럼 영남이나 충청끼리 메가시티를 추진하던 것과 크게 다르다. 충청권과 수도권이 뭉쳤고, 두 도지사의 소속 정당도 다르다. 흐지부지된 부울경이나 유명무실한 충청권 메가시티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사업을 발굴, 추진하고 있다. 지역현안이나 4차산업시대에 필요한 과제들을 선제적으로 발굴,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양도의 지사가 강한 의지를 드러내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23만 개 기업과 34개의 대학 등 경기도와 충남이 상생하면,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김동연 경기지사도 "철도나 배 뿐 아니라 경기도가 추진하는 경기국제공항도 같이 이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산만권 잠재력. 자료=충남도

베이밸리 성공에는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32조8782억원에 이르는 재원 조달이다. 중앙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정부는 주요 국책사업과 관련 수도권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으로 영남 호남에 하나씩 떼어주는 식으로 추진해왔다. 충청도 몫을 배려한 적이 거의 없다.

아산만권은 인구와 대학, 세계적인 IT 기업 등 4차산업시대를 이끌 만한 기반과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고 그 효과를 남쪽으로 확산하기에도 매우 유리하다. 일본은 도쿄권, 오사카권, 도카이권(중부권) 등 3대 경제권이 경쟁적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고 있다. 대한민국도 수도권에 필적할 만한 제2, 제3의 경제권이 형성돼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수도권 기능 분산과 소멸위기의 지방 살리기는 절박한 국정과제이다. 중앙정부는 베이밸리 주요사업을 국가계획에 반영하고 예산을 적극 지원해주는 등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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