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서 '대충·포기' 지우니 우승 보여"

韓 최고 세계 23위 안병훈
2년 전 부진해 2부 투어로
스윙 교정하고 생각 바꾸니
2~4위 등 대회 상위권 유지
파리올림픽 국가대표 유력
16일 PGA 챔피언십 출전

지난 13일 기준 남자골프 세계랭킹 23위에 자리한 안병훈은 올해로 한정했을 때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해 100점 이상의 세계랭킹 포인트를 획득한 건 안병훈과 스코티 셰플러(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9명밖에 없다.

눈에 띄는 또 하나의 기록은 2024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페덱스컵 랭킹이다. 준우승 한 번을 포함해 톱10에 5번 이름을 올린 그는 페덱스컵 랭킹 6위를 달리고 있다.

16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을 앞두고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한 안병훈은 최근 활약에 대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개막전 더 센트리를 시작으로 지난 5개월간 13개 대회에 출전했는데 성적이 만족스럽다. 최근에는 매 대회 톱10에 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세계랭킹에서도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하게 돼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올 시즌이 마무리되는 9월 1일까지 멈춤 없이 달려보겠다"고 강조했다.

세계랭킹 23위는 안병훈이 프로에 데뷔한 이후 기록한 최고 순위다. 8년 만에 자신의 최고 세계랭킹을 갈아치운 기분은 어떨까. 잠시 고민하던 안병훈은 "스윙 교정 등 그동안의 노력을 보상받은 것 같아 행복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전 세계 최고의 프로골퍼들이 모이는 PGA 투어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2020~2021시즌과 2021~2022시즌에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페덱스컵 랭킹 125위 안에 들지 못하며 PGA 투어 출전권을 잃은 그는 2022년 2부 투어인 콘페리 투어를 주 무대로 삼기도 했다.

그러나 안병훈에게 포기란 없었다. 앞으로의 10년을 제대로 준비하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쉽게 포기하던 과거와 다르게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안병훈은 "콘페리 투어에 다녀온 뒤로 가장 달라진 게 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이다. 대충과 포기라는 단어는 내 머릿속에 없다"며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기복이 줄어들고 꾸준해진 원동력도 달라진 마음가짐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13일 끝난 웰스파고 챔피언십에서도 끝까지 맞서 싸웠더니 3위라는 값진 결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서운 기세로 세계랭킹 포인트와 페덱스컵 포인트를 쌓고 있는 안병훈이 가장 기다리는 건 PGA 투어 첫 우승이다. 그는 "우승하고 싶은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정상에 오르고 싶지만 인내하는 게 중요한 만큼 각별히 신경 쓰고 있다"며 "올해 2위와 3위, 4위 등 우승을 제외하고 선두권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것 같다.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 올해 안에는 반드시 우승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리올림픽 출전권 2장을 놓고 김주형, 임성재, 김시우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현재 한국 선수 중 세계랭킹이 가장 높지만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다. 출전 명단이 확정되는 다음달 17일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만약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이어 다시 한 번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다면 특별 보너스를 받는 기분일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병훈이 남은 시즌 반드시 이루고 싶다고 밝힌 한 가지는 세계랭킹 10위 진입이다. 그는 "세계랭킹 10위 이내에 내 이름을 올리는 것을 정말 오래전부터 꿈꿔왔다. 연습과 체력 운동 등을 열심히 하는 이유도 세계랭킹 10위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며 "이루지 못할 불가능한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계랭킹을 10위 이내로 끌어올려 진정한 톱랭커 반열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최근 2개 대회 연속 톱5에 든 안병훈은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에서도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내 샷과 퍼트에 대한 믿음이 있는 만큼 메이저 대회 성적도 기대된다. 한국에서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라는 것을 성적으로 증명하겠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