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거울처럼 비추는 조각들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5. 1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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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로 만든 조각 작품이 거울처럼 주변을 비춘다.

문신이 1960년대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조각'을 꿈꾸며 조각과 건축의 관계를 놓고 작업한 드로잉·조각 작품 옆에 권 작가의 소파·조명 등 조각 가구 시리즈가 놓였다.

권 작가는 "조각 주변의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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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작가 문신 추상작품과
사진조각가 권오상作 펼쳐
권 "문신 선생에 영감받아"
조각가 문신과 권오상의 2인전 전경.

스테인리스로 만든 조각 작품이 거울처럼 주변을 비춘다. 매끄러운 곡면은 주변 사물의 겉보기를 제멋대로 왜곡시켰지만 생명체의 모습처럼 대칭이 뚜렷한 형태는 균형감을 더해 준다. 조각가 문신의 '무제3'(1995)다. 그 옆에 세워진 것은 다름 아닌 2m 높이의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2024). 후배 작가인 권오상 작가가 문신의 스테인리스 조각을 특유의 '사진 조각'(사진을 콜라주처럼 입힌 조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대칭과 비대칭이 미묘하게 공존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어딘가 서로 닮았다.

시간을 거스른 두 조각가의 특별한 조우가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다양한 매체를 두루 섭렵했던 한국의 1세대 조각가 문신(1922∼1995)과 199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과 같은 매체 실험으로 이름을 알린 권오상 작가(50)의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 나가는(Carving in, Modeling out)'을 통해서다. 6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서로 다른 두 시대의 작가가 공통적으로 추구한 조각의 물질성과 공간성에 대한 실험적인 태도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드로잉 등 작품 총 49점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교류는 1층과 지하 1층뿐만 아니라 3층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문신이 1960년대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조각'을 꿈꾸며 조각과 건축의 관계를 놓고 작업한 드로잉·조각 작품 옆에 권 작가의 소파·조명 등 조각 가구 시리즈가 놓였다. 이를 통해 두 작가는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조각의 다양한 공간감과 사람이 실제 사용하거나 생활을 할 수 있는 조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조각 주변에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멍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권 작가는 다양한 구멍을 발견한 일상 풍경들을 촬영해 조각에 입혔다. 권 작가는 "조각 주변의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권 작가가 집 근처의 한 경매사에서 문신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문헌자료를 뒤져가며 문신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 세계와 철학에 푹 빠지면서 이번 2인전으로 이어졌다. 권 작가가 문신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 '문신의 우주를 향하여'(2024)는 문신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권 작가는 전시를 통해 여성의 얼굴을 한 '리사이클링 피규어'(2024) 등 브론즈 와상·두상 조각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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