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거울처럼 비추는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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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인리스로 만든 조각 작품이 거울처럼 주변을 비춘다.
문신이 1960년대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조각'을 꿈꾸며 조각과 건축의 관계를 놓고 작업한 드로잉·조각 작품 옆에 권 작가의 소파·조명 등 조각 가구 시리즈가 놓였다.
권 작가는 "조각 주변의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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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각가 권오상作 펼쳐
권 "문신 선생에 영감받아"
스테인리스로 만든 조각 작품이 거울처럼 주변을 비춘다. 매끄러운 곡면은 주변 사물의 겉보기를 제멋대로 왜곡시켰지만 생명체의 모습처럼 대칭이 뚜렷한 형태는 균형감을 더해 준다. 조각가 문신의 '무제3'(1995)다. 그 옆에 세워진 것은 다름 아닌 2m 높이의 '권오상 조각 스튜디오를 비추는 문신'(2024). 후배 작가인 권오상 작가가 문신의 스테인리스 조각을 특유의 '사진 조각'(사진을 콜라주처럼 입힌 조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대칭과 비대칭이 미묘하게 공존하는 두 작가의 작업은 어딘가 서로 닮았다.
시간을 거스른 두 조각가의 특별한 조우가 펼쳐진다. 일제강점기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다양한 매체를 두루 섭렵했던 한국의 1세대 조각가 문신(1922∼1995)과 1990년대 후반부터 사진 조각과 같은 매체 실험으로 이름을 알린 권오상 작가(50)의 2인전 '깎아 들어가고, 붙여 나가는(Carving in, Modeling out)'을 통해서다. 6월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열린다. 서로 다른 두 시대의 작가가 공통적으로 추구한 조각의 물질성과 공간성에 대한 실험적인 태도를 살펴보는 이번 전시에서는 조각, 드로잉 등 작품 총 49점을 선보인다.
두 작가의 교류는 1층과 지하 1층뿐만 아니라 3층 전시에서도 이어진다. 문신이 1960년대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조각'을 꿈꾸며 조각과 건축의 관계를 놓고 작업한 드로잉·조각 작품 옆에 권 작가의 소파·조명 등 조각 가구 시리즈가 놓였다. 이를 통해 두 작가는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조각의 다양한 공간감과 사람이 실제 사용하거나 생활을 할 수 있는 조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특히 조각 주변에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구멍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권 작가는 다양한 구멍을 발견한 일상 풍경들을 촬영해 조각에 입혔다. 권 작가는 "조각 주변의 빈 공간도 작품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해 권 작가가 집 근처의 한 경매사에서 문신의 작품을 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문헌자료를 뒤져가며 문신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그의 작품 세계와 철학에 푹 빠지면서 이번 2인전으로 이어졌다. 권 작가가 문신의 작품을 오마주한 작품 '문신의 우주를 향하여'(2024)는 문신에 대한 존경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권 작가는 전시를 통해 여성의 얼굴을 한 '리사이클링 피규어'(2024) 등 브론즈 와상·두상 조각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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