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동청, 강제동원재단 ‘직장 내 괴롭힘’ 의혹 조사…‘육휴’ 다녀온 후 무슨 일이?

강은 기자 2024. 5. 1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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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1년 후 담당 업무 변경
자신이 조사했던 상사 밑에 배치
직위도 팀장서 ‘팀원’으로 강등
해당 직원은 법 위반 진정 제기
서민정 외교부 아태국장과 심규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4월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일관계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기자실로 들어서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동 당국이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직원 A씨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뒤 앞서 맡았던 업무와 연관성이 전혀 없는 부서로 발령 난 데다 과거 직장 내 괴롭힘 혐의가 제기돼 자신이 조사했던 상사 밑에 배치돼 부당하다고 진정을 제기하면서다. A씨가 지난해 국정감사 시기 이사장 관련 자료를 야당 의원에게 유출한 당사자로 오인돼 불이익을 당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달 재단 직원 A씨가 심규선 이사장과 노모 사무처장을 상대로 낸 직장 내 괴롭힘 및 남녀고용평등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진정서를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전 인사팀장 A씨는 2014년 재단 설립 당시부터 줄곧 인사 업무를 맡아왔지만 1년간 육아휴직을 했다가 지난 2월 복귀하자 담당 업무가 ‘재단사 발간’으로 바뀌고 직위도 팀원으로 강등됐다.

A씨는 진정서에서 “재단사 발간은 이전까지 맡았던 인사 업무와 전혀 관련성이 없는 데다 이를 위해 고용한 기간제 근로자가 담당하는 단순 업무”라며 “팀원으로 직위가 바뀌면서 팀장 수당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녀고용평등법 19조4항은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규정했다.

A씨는 자신이 과거 인사팀장으로 일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조사했던 직원이 상사로 배치된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A씨는 “직속 상사는 2021년 내부신고가 들어온 후 조사에 따라 괴롭힘 사실이 인정된 사람”이라면서 “왜 이런 발령을 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으며 사직서를 내라는 말로 들린다”고 적었다. A씨는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인사발령 사전 협의는 없었고 복직 후 이사장 면담 등에서 어떤 정당한 이유도 듣지 못했다”면서 “운영관리를 총괄하는 사무처장은 어떤 설명도 없이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자신이 지난해 국정감사 시기 심규선 재단 이사장의 인사 자료가 국회를 통해 공개되도록 한 ‘제보자’로 지목돼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A씨가 노동청에 제출한 녹취록을 보면 A씨가 복직한 지난 2월1일 심 이사장은 그와 면담하면서 “재단 이사장 지원 당시 제출했던 이력서 등 자료가 국회로 넘어갔다”며 “이건 어떤 과정을 거쳐야만 나가는 거다”라고 말했다. A씨가 “저는 넘기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심 이사장은 “어쨌든 그대로 넘어갔다. 수사 의뢰가 가능한가”라고 수차례 캐물었다.
심 이사장이 말한 자료는 지난해 10월 야당 의원이 언론에 공개한 이사장 선임 당시 제출했던 자기소개서·직무수행계획서 등을 말한다. 심 이사장은 2022년 10월 선임되기 전 재단 인사팀에 제출한 지원 서류에 재단을 가해자인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정부·기업 등이 강제동원피해자에게 배상하는 ‘제3자 변제안’ 실행기관으로 탈바꿈시키는 구상을 담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정부가 제3자 변제안을 공식화하기 6개월 전에 작성한 서류였다. 이 때문에 심 이사장이 선임되기 전 정부와 사전 교감을 거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심 이사장은 당시 언론에 평소 생각을 적었던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하며 정부와의 사전 교감설을 부인했다.

심 이사장 등은 지난달 노동청에서 피신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 이사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또는 그 배경에 관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심 이사장은 “직원 관련 내용을 이사장이 일일이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노동청 조사에서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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