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하자”

전혜진 기자 2024. 5. 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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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주민센터 1층.

'주거 급여가 덜 들어왔다'며 복지민원 창구를 찾은 50대 남성 민원인이 소리를 질렀다.

주거급여가 덜 들어왔다며 민원실을 찾은 민원인에게 담당 공무원은 "주택조사가 다 끝나야 받을 수 있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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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주민센터에서 진행된 특이 민원 비상대응 모의 훈련. 주변 민원인 대피, 팀장 대응, 영상 촬영, 경찰 연행 순으로 진행됐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내가 낸 세금 받아 먹으면서 이렇게밖에 못해!”

10일 오후 서울 강동구 강일동주민센터 1층. ‘주거 급여가 덜 들어왔다’며 복지민원 창구를 찾은 50대 남성 민원인이 소리를 질렀다. 응대하던 공무원이 “말씀이 지나치시다”라고 하자 민원인은 “뭐가 지나쳐, 너 몇 살이야! 어디서 자식뻘 같은 게”라고 소리치며 민원대에 놓여 있던 안내 책자를 집어 던졌다.

폭언이 계속되자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직원은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민원인이 이를 발견하고 난동을 피우자 또 다른 직원은 비상벨을 누르고 “민원인이 계속 폭언을 하고 폭행이 발생 우려가 있으니 출동해달라”고 말했다. 몇 분 뒤 도착한 경찰은 해당 민원인을 제압한 뒤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 실제 상황 바탕으로 모의 훈련

이날 펼쳐진 상황은 서울 강동구의 ‘특이민원 대비 비상대응 모의훈련’이었다. 올 3월 경기 김포시 공무원이 악성 민원 전화를 견디다 못해 세상을 떠난 이후 민원 담당 공무원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각 지방자치단체는 자체적으로 모의훈련을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강동구의 모의훈련은 민원인에 의한 폭언·폭행 발생 상황에 대비하고자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주거급여가 덜 들어왔다며 민원실을 찾은 민원인에게 담당 공무원은 “주택조사가 다 끝나야 받을 수 있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안내했다. 이에 민원인은 막무가내로 “지금 당장 처리해달라. 돈 안 넣어주면 유서 쓰고 죽어버리겠다”고 협박했던 사례였다.

이날 민원인 역할을 한 한현수 행정민원팀장(52)은 “지난달 초에도 60대 남성 민원인이 집안 사정으로 뗄 수 없는 자녀의 주민등록등본을 떼 달라고 고성을 지르며 1시간 이상 난동을 피워 경찰에 인계된 일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팀장 역할을 맡은 김희진 복지1팀장(50)은 “민원인이 소리를 지르는 경우도 있지만 낮은 목소리로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김포시 사건을 보면서 억울함이 있었는데, 악성 민원인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직원에 대한 보호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 상담 비용 지원·안전요원 배치도

1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이 폭언·폭행 등 위법행위로 공무원과 민원실의 안전을 위협한 사례는 2019년 3만8054건에서 2022년 4만1559건으로 3500여 건 늘었다. 이에 정부는 악성 민원으로부터 민원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이달 2일 ‘악성민원 방지 및 민원공무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민원이 많은 수도권 지자체도 자체적인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중구의 경우 민원담당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이 개별적으로 상담센터나 병원에서 직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 불안, 무기력증 등이 있는지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비용을 신청하면 1인당 20만 원 이내에서 진료비를 실비로 지원한다. 또 전 직원을 대상으로 운영해왔던 ‘마음 건강 상담실’을 개선해 올해부터는 직원이 원하는 병원에서 자율적으로 상담할 수 있도록 했다. 상담 비용은 1인당 연간 40만 원까지 지원한다. 강서구는 민원 발생 빈도 등을 반영해 구내 동 주민센터 2곳에 안전요원을 배치했다. 관악구는 부서 입구에 게시된 좌석배치도에 직원 사진을 없애는 대신, 부서 내 파티션 위에 직원들의 업무와 이름이 표시된 명패를 부착하도록 했다.

경기도와 인천에서도 악성 민원 대응·근절 대책 마련의 역할을 할 ‘특이민원 대응 전담반(TF)’ 등 전담기구를 꾸려 피해 공무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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