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내역 보면 느낌이 '딱' … 해외진출 테스트 명동만한 곳 없죠"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5. 1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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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윤화섭 상무·남신구 이사
애플·무신사 등 명동에 거점
입지 선정·계약 이끈 주역들
글로벌화 꾀하는 MZ브랜드
명동 한복판서 성패 가려줘
뷰티케어·관광·쇼핑 등 압축
원스톱 해결돼 관광지 각광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윤화섭 상무(왼쪽)와 남신구 이사. 이승환 기자

"명동은 외국인에게 명실상부한 한국의 '제1상권'이기 때문에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고서라도 글로벌 브랜드로 한 단계 뛰어오르려는 브랜드들이 전략적으로 들어가는 곳이에요. 외국인 고객에게 상품이 먹힐지 확실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지역으로 명동만한 곳이 없죠."

부동산 전문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의 윤화섭 상무와 남신구 이사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명동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들은 애플, 무신사, 룰루레몬 등 명동 거점에 자리 잡은 대형 브랜드의 입지 선정과 임대차 계약을 이끌어 명동 재단장의 숨은 주역으로 불린다.

외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하는 대규모 유동인구가 몰리는 명동에는 대형 브랜드들이 플래그십 매장을 앞다퉈 내고 있다. 2022년 문을 연 애플스토어를 필두로 룰루레몬과 무신사스탠다드가 각각 올해 1월과 3월 대로변에 줄지어 매장을 냈다. 중앙길·유네스코길에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글로벌화를 꾀하는 '토종 MZ 브랜드'에 명동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대인 셈이다.

남 이사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이미스, 마르디메크르디 등은 과거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에서 성장해 해외 시장을 위해 단독 매장까지 여는 브랜드"라며 "명동 매장에서 카드 데이터를 분석하면 국가별로 매출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 수 있고 이때 예를 들어 일본인 매출이 크다면 일본 진출에 자신감을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외국인 발길이 끊기며 위기를 맞았던 명동 상권은 엔데믹 이후 빠르게 새로운 모습으로 재편되고 있다. 먼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기존의 대형 브랜드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플래그십 매장을 명동 한복판인 중앙길과 유네스코길에 선보였다.

비좁고 노후화된 이곳에서 만족할 만큼 넓은 추가 입지를 찾지 못한 애플, 무신사 같은 브랜드들은 을지로입구역 부근 대로변(남대문로) 상권으로 진출하면서 명동 상권이 연쇄적으로 바뀌었다.

윤 상무는 "해외 주요 상권이나 국내 강남·홍대 등을 돌이켜보면 역사적으로도 상권이 발달하면 대로변으로 중심이 옮겨간다"며 "롯데백화점이 자리 잡은 대로변 상권이 유망하다고 판단했고 애플과 무신사 등도 동의해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의 뷰티 브랜드들이 의료관광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점도 이곳의 상권 경쟁력으로 꼽힌다. 피부 관리 등을 중심으로 하는 뷰티케어 클리닉들이 관광객을 겨냥해 명동에 자리 잡았다. 과거 강남에서 외과 수술을 중심으로 '성형외과 투어'가 성행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의료관광객에게는 시술을 마친 뒤 명동 올리브영에 들러 화장품을 대량으로 사가는 것까지가 정형화된 코스다.

이들은 명동은 비교적 좁은 공간에 다양한 종류의 인프라스트럭처가 집약됐다는 점에서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상권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역·신사·청담 등이 넓게 포진한 강남 상권보다 압축적이고, 한남·성수 등 신흥 상권보다는 다채롭다. 명동이라는 단일 상권 안에서 관광, 의료, 식사, 쇼핑 등을 모두 해결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쏠린다는 것이다.

윤 상무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명동의 높은 임대료도 매출과 연동하는 식으로 합리적으로 조정됐다"며 "주요 상권에 패션·뷰티·가전 브랜드가 입점하고 임대료가 저렴한 이면도로 쪽에 식음료 브랜드가 자리 잡는 식으로 강남역처럼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명동에 자리 잡으려면 우선 명동 상권만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면적이 좁은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명동 특성상 2개 이상의 층수를 묶어서 임대하는 곳이 많거나 식음료 업장이 들어설 만한 물리적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건물도 있다는 것이다. 비전문가 사업가가 발을 들이기 전에 전문가와 함께 상권과 건물의 적합도를 분석해야 하는 이유다.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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