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같은 AI’ 오픈AI, ‘AI 생태계’ 구글···빅테크 AI 무한경쟁 격화

노도현 기자 2024. 5. 15. 15: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AI가 탑재된 구글포토 검색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구글 유튜브 캡처

“루시아가 언제 수영을 배웠지?”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사진 관리 서비스인 ‘구글포토’에 딸이 처음 수영을 배운 시기를 묻는다. 구글포토는 “2013년 여름”이라며 물안경을 쓴 채 수영장에서 노는 11년 전 루시아 사진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루시아의 수영 실력이 어떻게 늘었는지 보여달라”고 해본다. 그러자 “루시아가 수영선수로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하라”며 생후 10개월 때 해변에서 부모 품에 안긴 사진, 2019년 기본기를 익히는 사진과 지난주 열린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사진이 나타난다. 구글포토에 탑재된 AI가 사진 속 수영 자격증에 기재된 날짜까지 인식해 골라낸 결과물이다.

구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검색엔진부터 구글포토, 업무 도구인 워크스페이스, 안드로이드 등 서비스 전반에 자사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전면 도입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전날 오픈AI가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AI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구글도 유사한 기능을 선보이는 동시에 ‘제미나이 생태계’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갈수록 진화하는 AI를 둘러싼 빅테크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오늘날의 구글을 있게 만든 검색 기능에 AI를 적용한 점이 돋보였다. 구글은 이번 주 미국을 시작으로 검색엔진 전면에 ‘AI 개요’ 서비스를 내세운다. 이용자가 복잡한 질문을 해도 방대하게 쌓인 검색 데이터에서 딱 맞는 결과를 찾아준다. 글자, 이미지를 넘어 동영상을 찍어 검색하는 기능도 공개했다.

시연 영상에서는 “보스턴에서 최적의 요가 스튜디오를 찾아주고 신규 혜택이 어떤 게 있는지, 동네에서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알려줘”라고 검색하자 몇 초 안에 적합한 곳들이 검색 결과 상단에 표시됐다. AFP통신은 “검색엔진에 생성형 AI를 탑재한 건 구글 검색 등장 이후 25년만의 가장 큰 변화”라고 평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1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구글 연례개발자회의(I/O)’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구글은 이날 지난 2월 공개한 멀티모달(텍스트, 이미지, 음성, 영상 등 여러 유형의 정보 활용) AI 모델 제미나이 1.5 프로를 한국어를 포함해 35개 언어로 출시했다. 이 모델보다 가벼우면서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설계된 제미나이 1.5 플래시도 소개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이제 완전히 ‘제미나이 시대’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50분가량 진행된 행사에서 ‘AI’가 언급된 횟수는 121번에 달했다.

구글은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을 한 번에 처리하는 AI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도 선보였다. AI ‘내 안경 어디 있는지 기억해?”라고 물으면 “그럼. 책상 위 사과 옆이야”라고 알려주는 장면이 시연 영상에 담겼다. 이를 소개한 인물은 바둑 두는 AI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로, 구글 합류 10년 만에 처음 I/O 무대에 올랐다. 하지만 구글의 AI비서는 경쟁사 오픈AI가 전날 공개한 새 AI 모델 ‘GPT-4o’(GPT-포오)와 거의 유사해 김이 빠진 면도 있다.

‘제미나이 생태계’가 확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I 분야에서 구글보다 한발 앞서간 경쟁자들이 AI 신기술과 비전을 속속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오픈AI는 챗GPT를 앞세워 구글이 장악하고 있는 검색엔진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이날 텍스트를 입력하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AI 모델 ‘비오’도 공개했는데, 이는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를 겨냥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검색엔진 ‘빙’에 생성형 AI를 탑재하며 점유율을 늘리고 있고, 전 제품에 AI 도우미 ‘코파일럿’을 적용했다.

아이폰 제조사 애플이 자사의 음성 비서인 ‘시리’에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부문에서 제미나이를 보유한 구글과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