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오신날 분위기 바꾼 ‘뉴진스님 열풍’…조계종도 ‘환영’

강윤서 기자 2024. 5. 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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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신자 개그맨 윤성호, ‘부캐’ 활약…‘힙한 불교’ 아이콘 되나
조계종 총무원장이 선물한 헤드셋 쓰고 연등회 공연
‘불교 희화화 우려’에 평론가들 “문화로 바라봐야”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12일 서울 조계사앞사거리에 설치된 무대에서 열린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난장'에서 '뉴진스님'으로 활동하는 개그맨 윤성호가 디제이로 나서 신나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핸섬! 쇼미더 불교 믿어!"

불교계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뉴진스님'이 쏘아올린 '힙한 불교'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다.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지난 12일 열린 연등회는 개최 이래 최대 인파가 몰려들었다. 대미를 장식한 주인공은 개그맨 윤성호 부캐(부 캐릭터)인 뉴진스님이었다. 독특한 가사가 담긴 곡과 화려한 춤사위는 젊은 세대뿐 아니라 조계종의 환영까지 받는 모습이다. 불교계 특유의 차분한 음악문화에 새로운 물살이 들어오면서 대중문화계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종단 주요 인사와 외빈 등이 참석하는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3일 전 이곳에선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연등회가 열려 약 2만명의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축제 무대에 오른 뉴진스님은 진우스님이 선물한 헤드셋을 끼고 EDM(전자 음악)에 맞춰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에 갈 수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가사를 외치며 환호를 끌어냈다.

조계종 관계자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축제에 대해 "진우스님이 뉴진스님을 만나 말한 바와 같이 (연등회에서도) 젊은 세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종교와 개그가 접목된 행사 추진 계획에 대해선 "오늘처럼 연등회보다 더 종교적인 행사에선 (초청이) 어렵겠지만 앞으로 기회나 콘셉트가 맞으면 추진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진우스님은 지난달 30일 뉴진스님을 직접 만나 디제잉 헤드셋과 합장주를 선물하며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불교, 젊은 불교를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대중문화계는 뉴진스님이 불교의 이미지를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윤성호씨가 유튜브 활동을 통해 키워온 인기에 '뉴진스님'이라는 재치있는 작명, 디제잉이라는 음악적 요소가 더해져 대중에게 신선하게 비춰졌다"고 했다. 이어 "불교 캐릭터를 대중 속으로 가져오면서 돌파해야 할 종교·문화 요인들마저 뉴진스님이 지닌 상징성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30 세대가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한다는 관측도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세계적인 트랜드인 디제잉과 젊은 세대 문화가 잘 융합됐다"며 "편하게 어울릴 수 있는 페스티벌 분위기에 '옛날 것, 오늘 것' 구분없이 힙한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젊은 세대의 특징이 더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불교에 대해 편견을 갖기보단 멋있고 편안하게 받아들여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진스님은 2030 세대에게 친숙한 클럽 문화, 춤과 음악을 이용한 공연 형식을 취하면서도 불교적 내용을 전한다. 인기곡인 《극락왕생》은 "이 또한 지나가리" "고통을 이겨내면 극락왕생" "번뇌 멈춰" 등 가사에 불교적 메시지를 담았다. 또 목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면서 "관세음보살"을 외치는 등 불교 문화적 요소도 활용한다. 

윤성호는 실제 오랜 불교 신자다. 그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은 부처님오신날이기에 늦은 오후 사찰에서 108배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부처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불교를 믿은 윤성호는 지난해 활동명을 기존 '일진스님'에서 '뉴진스님'으로 바꿨다. 불교신문사장인 오심스님이 새롭게 나아간다는 뜻의 '뉴진(New-進·나아갈 진)'이라는 법명을 지어줬다. 그는 지난해 연등회에서 찬불가를 EDM으로 바꿔 부르며 인기를 끈데 이어 지난 4월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공연이 화제가 됐다.

12일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난장'에서 디제이로 나선 '뉴진스님'의 개그맨 윤성호 ⓒ연합뉴스

일각 '종교 희화화' 우려도…"문화로서 바라봐야"

모든 불교계가 뉴진스님을 환영한 것은 아니다. 뉴진스님이 대만 등 아시아권에서 인기를 끌며 해외 공연을 이어가던 중 지난 3일 말레이시아 불교계는 '불경스럽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뉴진스님의 한 클럽 공연 모습이 퍼진 뒤 입국을 막아달라는 요청이 나왔고, 예정됐던 공연도 취소됐다. 

국내에선 뉴진스님이 대중과의 접촉을 늘리는 데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종교가 희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조계종 관계자는 "(조계종 측에서도) 각자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종교적 관점으로 해석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도헌 평론가는 "뉴진스님은 개인의 활동으로, 트로트 열풍처럼 하나의 유행처럼 인식되고 있다"며 "이런 콘텐츠가 실제 불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젊은 층의 불교 유입을 유도한다고 보기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젊은 층에게 불교의 이미지 개선을 이뤄냈다 정도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헌식 평론가는 "윤씨가 '뉴진스님' 활동을 불교의 본질이라는 식으로 풀어간다면 곤란하겠지만 (지금처럼) 대중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퍼모먼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교계로서는 뉴진스님의 행사를 통해 불교의 근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관문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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