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플레이션? 우리 주머니가 위험하다고요?

신소윤 기자 2024. 5.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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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기상 재해 빈번해져 물가 올리는 ‘기후플레이션’
부동산·에너지 비용 상승 등 가계 경제에도 타격
게티이미지뱅크

A. 기후위기가 많은 것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전지구 평균 기온과 해수면을 높여놓은 것은 물론이고,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까지 지목되며 ‘기후플레이션’(기후+인플레이션)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입니다.

지난해 전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45도(±0.12도 오차) 높았습니다. 전 세계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힘을 합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제한하자고 한 약속이 곧 깨질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 1월, 지난해가 관측이 시작된 1850년 이래 가장 더운 한 해였다고 공식 확인한 바 있습니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폭풍·폭염·홍수·가뭄 등 다양한 유형의 기상재난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온이 상승하면 더 많은 물을 모으고, 유지하고, 또 방출할 수 있는 대기 환경이 조성돼 습한 지역은 더 습해지고, 건조한 지역은 더 건조해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상재난은 피해 복구를 위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잡아먹는 것은 물론, 물가를 끌어올려 가정 경제를 갉아먹을 수 있습니다. 폭풍·폭염·홍수·가뭄 등 기상재난으로 인해 우리가 소비하는 농식품 생산량이 감소하여 결과적으로 식품 가격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최근 이목이 집중된 농산물 가격을 한번 볼까요? 지난달 양배추 8㎏당 도매 가격은 1만7240원(상품 기준)으로 평년(2019~2023년) 6627원에 비해 무려 160%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오이맛고추(72%)와 대추방울토마토(67%), 배추(상품 기준 62%), 참외(58%) 등 오르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평범했던 이 식재료들은 이제 별 생각 없이 장바구니에 담기 어려운 수준이 돼버렸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5월 관측보에서 농산물 도매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주산지 기상 악화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 9일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빈도가 높아진 기상 악화를 최근 농산물 가격 급등의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연구원은 평균 기온이 추세 대비 10도 상승할 때 신선식품 가격이 9.42%포인트 상승하고, 평균 강수량이 추세 대비 100㎜ 증가할 때, 최대 0.93%포인트 오른다고 분석했습니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코코아와 올리브유, 커피 등 가격이 줄줄이 인상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미주개발은행은 이미 2019년에 낸 ‘기후변화의 예상치 못한 영향’ 보고서에서 “기온 상승으로 인해 2050년까지 커피 재배에 적합한 지역이 최대 50%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로 인해 수십만명의 커피 농장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커피가 단순한 기호품이 아닌 사치품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과학저널 네이처에는 기상 이변이 식품 물가 뿐만 아니라 전체 인플레이션 수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1996년부터 2021년까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121개 국가의 월별 가격 지수 관측치 2만7000개와 고해상도 기상 관측치를 통합 분석해 내놓은 연구에는 기후 이변으로 인해 식품 인플레이션이 향후 10년 동안 연간 3% 포인트씩 증가할 수 있고, 전체 인플레이션도 연간 0.3% 포인트에서 약 1.2% 포인트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가장 큰 인플레이션 증가는 따뜻한 지역, 저위도에 위치한 국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습니다.

한마디로 기후변화가 다양한 각도에서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아울러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9월 ‘기후변화가 미국 가계 재정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빈번해진 기상 재해로 사업장이 폐쇄될 경우 근무 조건이 불안정해질 수 있고, 홍수 등으로 부동산 등 가계 재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거나, 폭염으로 냉방비가 상승할 수 있다며 많은 가구가 기후변화로 인해 예상치 못한 비용을 지출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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