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 연출 '크래시', 이민기·곽선영 태우고 '모범택시' 영광 재연할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15.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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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캐릭터, 디테일한 사건 전개, 확실한 사이다.

공분을 자아내게 만드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극화한 소재들과, 이를 시원한 사이다로 해결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게다가 혹여나 모방범죄가 생길 수도 있는 것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엔딩의 배려까지 <크래시> 에서는 어딘가 <모범택시> 의 진한 향기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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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에서 느껴지는 ‘모범택시’의 진한 향기

[엔터미디어=정덕현] 분명한 캐릭터, 디테일한 사건 전개, 확실한 사이다.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에서는 어딘가 <모범택시>의 진한 향기가 난다. 특히 드라마 회차 엔딩 끝에 이민기가 등장해 '경찰서 사람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방송된 내용 중 사건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 그렇다. 이 내용을 보면 2회까지 방영된 사건이 그저 허구로 창작된 게 아니라, 실제 벌어졌던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범택시>가 그러했던 것처럼.

<크래시>를 연출한 박준우 PD는 <모범택시>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 <그것이 알고 싶다> 같은 탐사 프로그램을 통해 익히 알고 있던 실제 사건들을 드라마 속으로 가져왔다. 그 첫 번째 에피소드는 형사합의지원금을 노리고 할머니들을 고의로 치어 죽게 한 파렴치한 범죄자를 소탕하는 이야기다. 3차례나 사고로 위장해 할머니들을 차로 치어 죽게 만들고 합의지원금으로 1억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기면서 유족들에게는 몇 백만원으로 합의를 해버린 이 범죄는 힘없고 유족도 별로 없는 할머니들을 마치 사냥감 찾듯 찾아내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공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모범택시>에서 이런 실제 사건들이 자아내게 하는 공분과 고구마 정서를 가상의 무지개 운수와 택시기사 김도기(이제훈)가 사적 복수를 대행함으로써 사이다를 안겨주는 드라마로 만들어냈다면, <크래시>는 교통범죄라는 보다 특정 범죄들을 대상으로 실제 벌어졌던 사건들을 꺼내놓고 그걸 시원하게 해결해내는 교통범죄수사팀의 사이다 전개를 드라마로 그려내고 있다.

<모범택시>에서 김도기나 무지개 운수 팀원들의 캐릭터가 중요했던 것처럼, <크래시>에서도 시작부터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구성됐다. 맨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을 선사하는 민소희(곽선영)와 어현경(문희)이라는 두 여성 캐릭터가 먼저 시선을 잡아끌고, 여기에 어딘가 어수룩해보이지만 한 발 물러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팀장 정채만(허성태)과 산만한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섬세함을 보여주는 우동기(이호철)가 팀을 구성했다. 어딘가 걸크러시가 전면에 등장하는 색다른 조합의 팀구성이다.

또 보험회사 사고조사원으로 일하다 상사의 범죄를 고발하고 회사를 나온 차연호(이민기)가 이 팀의 마지막 퍼즐로 등장한다. 뭐든 공부로 배웠을 것 같은 두뇌의 소유자로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사건의 진실만을 들여다보려는 그런 인물이다. 너드미가 넘치는 이 캐릭터는 현장 액션을 보여주는 민소희와 어딘가 잘 어울리는 조합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실제 사건들을 디테일하게 가까이서 들여다 본 박준우 PD의 역량이 느껴지는 건, 혹여나 드라마가 담아 보여준 사건들의 모방범죄가 생겨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말끔히 지워버리는 엔딩 '경찰서 사람들'에 담긴 진심이다. 2회까지 담긴 사건으로서 형사합의지원금을 노린 파렴치한 범죄에 대해 이민기는 2007년에 벌어진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극화했다는 사실을 밝히며 이 사건이 해결되면서 보험정책 또한 전면 개정되었다는 걸 알려줬다.

공분을 자아내게 만드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극화한 소재들과, 이를 시원한 사이다로 해결해주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게다가 혹여나 모방범죄가 생길 수도 있는 것까지 사전에 차단하는 엔딩의 배려까지 <크래시>에서는 어딘가 <모범택시>의 진한 향기가 느껴진다. 특히 이번 <크래시>는 ENA 본방만이 아니라 디즈니 플러스에서도 방영되어 본방을 못 챙긴 시청자들을 서서히 본방으로 끌어올 작정이다. 2회만에 3%(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넘긴 <크래시>가 <모범택시>의 그 성공을 따라갈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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