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떼루 아저씨’ 김영준 레슬링 해설가 별세

향년 76…애틀랜타올림픽 “아, 이럴 땐 빠떼루” 어록

김영준 레슬링해설가. 연합뉴스

피시(PC)통신 시절 ‘빠떼루 아저씨’라는 별명으로 유명세를 얻은 레슬링 경기해설가 김영준 전 경기대 스포츠과학대학원 교수가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김 전 교수가 15일 오전 3시45분쯤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고 전했다. 향년 76.

1948년 전북 부안에서 태어난 김 전 교수는 전주 영생고,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60㎝ 단신에 68㎏으로 손가락과 다리, 목이 짧아 레슬링에 적합한 체격이었던 고인은 고교에서 레슬링에 발을 들였다. 1970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1972 뮌헨올림픽, 1974 테헤란아시안게임에도 국가대표로 나섰다.

1976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고인은 대한주택공사에 입사해 1997년까지 호남지사 과장, 홍보실장 등을 지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한양대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덕분에, 주택공사 레슬링팀이 아닌 일반 부서에서 근무했다.

레슬링 해설은 1984년부터 시작했다.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에스비에스(SBS) 등에서 올림픽 레슬링 종목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며 친근한 해설로 인기를 얻었다. 특히 1996 애틀랜타올림픽 레슬링 해설 중 “아, 이럴 땐 빠떼루(레슬링의 벌칙인 파테르)를 주얍(줘야 합)니다”, “머리끄댕이를 잡고…”, “아, 머리를 들으야(들어야) 함다(합니다)” 등 발언이 피시통신에 ‘빠떼루 아저씨 어록’이라는 제목으로 올라와 주목받았다.

고인은 1983년부터 2년간 레슬링 국가대표 자유형 감독을 맡기도 했다. 1984 엘에이(LA)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인탁을 목에 태우고 경기장을 돌았다. 1988∼1991년 대한레슬링협회 이사, 1991년 아시아레슬링선수권대회 선수단장을 지냈다. 1997년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대통령 후보 특보를 맡는 등 정치권에도 잠시 몸을 담았다. 이후 1998년 경기대 체육학부 겸임교수로 강단에 서기 시작해, 2001∼2013년 스포츠과학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97년 낸 회고록에서 고인은 “아부지(아버지) 소원대로 면서기 못 되고 운동해서 죄송함다(죄송합니다). 그렇지만 레슬링은 제 인생이었습니다”라고 적었다.

유족은 부인 배숙희씨와 사이에 1남1녀로 아들 김지훈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장, 딸 김소원씨와 며느리 정눈실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상무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7시.

정인선 기자 r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