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사태 배후는 日자민당…지지율 노려 ‘경제전쟁’ 일으켰다”

공성윤 기자 2024. 5. 15.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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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카 유지 교수, 본인 유튜브에서 ”라인사태 이후 지지율 7%P↑…경제전쟁 잘한다는 평가 반영돼”
배후 핵심으로는 ‘불법 정치자금 의혹’ 안고 사퇴한 아마리 아키라 자민당 본부장 지목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이른바 '라인 사태'를 일으킨 일본 정부의 조치 뒤에 자민당이 숨겨져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저조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라인야후를 압박함으로써 일부러 '경제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5월14일 본인 유튜브 채널 '호사카유지TV'를 통해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에 대한) 행정지도와 라인야후의 야망을 강조하는데, 사실 그 배후에 대해서는 많이 보도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 배후는 일본 자민당"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행정안전부 격인 총무성은 지난 3~4월 두 차례에 걸쳐 메신저 '라인'의 운영사 라인야후에 "보안 체계와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는 라인 사태의 시발점이 됐다.

5월14일 유튜브 채널 '호사카유지TV'에서 방영된 '네이버 라인 사태, 진짜 배후는 누구인가? 과연 일본에 뺏길 것인가?' 방송에서 발언 중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유튜브 캡처

자민당 경제안보팀, 일본 경제 좌우하는 숨은 세력

호사카 교수는 "현재 일본 정부보다 자민당 내 정무조사회 등 여러 부회(部會)의 힘이 강하다"고 했다. 정무조사회는 선거 관련 정책과 입법을 조사∙심의하는 자민당 기구로 산하에 재무금융부회, 법무부회, 외교부회 등을 두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 외교의 경우 외교부회가 굉장히 많은 정책을 입안하고 있고 외무성에 영향을 끼친다"며 "(라인 사태와 같은) 보안 문제에 있어서는 자민당 내 경제안보팀이 있는데 여기서 정책안을 만들어 관련 부처에 전달하면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체제가 일본 정부"라고 했다.

특히 호사카 교수는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74)를 배후의 주축으로 꼽았다. 호사카 교수는 "아마리는 경제 안보통으로 대단히 유명하고 기시다 내각을 출범시킨 일등 공신"이라며 "일단 비리 문제로 뒤로 물러난 상태지만 일본 정부의 경제안보 문제에 대해선 입김이 가장 센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 내각 때부터 핵심 역할을 해 온 아마리는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2021년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했다. 이후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에서 자민당 경제안전보장추진본부 본부장으로 기용됐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측근 각료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생담당상이 2016년 1월28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입술을 깨물고 있다. 아마리 경제재생담당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회사 등으로부터 불법 선거자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향후 국회 심의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료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라인야후 지분 못 갖고오면 소프트뱅크 압박 강해질 것"

아마리 본부장은 지난 4월 라인야후에 두 번째 행정지도를 한 직후 "플랫폼 사업자는 사기업인 동시에 공공재"라고 발언한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5월9일 "라인야후는 명실공히 일본 인프라가 아니면 안 된다"는 자민당 일부 의원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에 아마리가 '라인야후가 네이버의 지분을 갖고 올 수 없다면 소프트뱅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압박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는 네이버와 함께 라인야후 모회사인 A홀딩스의 지분을 50%씩 갖고 있다. 호사카 교수는 "소프트뱅크 입장에서는 네이버에 더 강하게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마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있다"고 호사카 교수는 주장했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의 지분을 단 1%라도 갖고 오면 일본 국민들이 '경제 전쟁에서 이겼다'라고 보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호사카 교수는 "라인 사태 이후 갑자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7% (포인트) 올랐다"며 "일본 정부가 경제 전쟁에서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들어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5월14일 유튜브 채널 '호사카유지TV'에서 방영된 '네이버 라인 사태, 진짜 배후는 누구인가? 과연 일본에 뺏길 것인가?' 방송에서 발언 중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 유튜브 캡처

네이버 자회사 넘기거나 거액의 AI 사업자금 받아내야

실제 현지 민영방송 JNN이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4월 22.8%에서 5월 29.8%로 올랐다. 일본 정치권에는 지지율이 20% 아래로 떨어지면 총리가 자진 사퇴하는 소위 '20%룰'이 불문율처럼 굳어져 있다. 작년 12월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0%를 밑돌며 퇴진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회복하는 분위기다.

호사카 교수는 라인 사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 라인의 보안 문제를 담당하는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 클라우드'를 넘기거나, 소프트뱅크가 자체적으로 네이버 클라우드 같은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이다. 혹은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면 네이버의 중장기 과제인 AI 사업을 하는 데 충분할 만큼 거액의 매각대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사카 교수는 "한국의 사명은 한국의 국익,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할 지 지켜봐야 한다"는 말로 끝맺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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