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치지직, 선정적 방송 막아낼 수 있을까

금준경 기자 2024. 5. 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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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턱밑까지 추격한 치지직, 정식 출시
선정적 방송 최소화 수익화 과정에서 이용자 호응 관건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 네이버 치지직 서비스 홍보 갈무리

국내 포털 사업자들이 유독 약세를 보인 것이 '동영상 시장'이다. 네이버는 '네이버TV' '나우' 등 서비스를 선보였으나 유튜브와 틱톡, 릴스 등 서비스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런 가운데 라이브 스트리밍 전문 서비스인 치지직이 반향을 일으켰지만 과제도 적지 않다.

트위치 철수 국면서 이용자 확보

지난 9일 정식 출시한 치지직 서비스는 이용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했다. 경쟁사업자인 트위치가 국내에서 철수하면서 이용자를 흡수하게 된 것이다. 트위치에서 활동했던 스트리머(인터넷방송진행자)들은 치지직과 아프리카TV 양쪽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승기는 치지직이 잡았다.

데이터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 4월18일 공개한 <개인방송 앱 트렌드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184만 명이 트위치에서 치지직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돼 아프리카TV(87만 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이용자를 흡수했다. 이 조사는 스마트폰 앱을 대상으로 표본조사 방식으로 실시했다.

▲ 트위치 장례식 콘셉트로 진행한 침착맨(이말년 작가) 콘텐츠 갈무리

치지직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프리카TV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해 12월 220만 명에서 지난 3월 248만 명으로 소폭 늘었다. 반면 치지직의 경우 지난해 12월 130만 명에서 지난 3월 227만 명으로 급증했고 아프리카TV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치지직은 △경쟁자인 아프리카TV가 '선정적 방송'을 한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점 △치지직이 트위치와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선보인 점 △네이버라는 유력 기업의 서비스인 점 △네이버페이 등 네이버 내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가 가능한 점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난 1월 인터넷방송인 풍월량은 콘텐츠를 통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아프리카TV가 치지직에 비해 밀리는 건 이미지밖에 없다”면서도 “네이버는 새로 시작하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미 네이버 치지직 리더는 “베타기간 동안 꼼꼼히 서비스의 사용성 및 안정성을 점검하며 완성도를 높여갔고, 스트리밍 시장의 대표 서비스로 빠르게 안착했다”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선정적 방송 막아낼 수 있을까

그러나 치지직 서비스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선정적 방송 대응이 관건이다. 선정적 방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과거 아프리카TV가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치지직에서 노출이 이뤄지거나 욱일기 옷을 입고 방송을 한 경우 등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이 됐다.

치지직은 논란을 의식해 강력한 약관을 마련했다. 치지직은 지난 2월 약관을 개정해 중대범죄자, 심각한 명예훼손·차별·혐오표현 등 전력을 가진 자, 정책에 부합하지 않을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합리적 의심이 들 경우에 방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유튜브 등 다른 서비스에서 문제가 된 인터넷방송진행자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로 과거 행적을 검토해 방송개설 권한을 막은 건 이례적이다.

▲ 치지직, 트위치, 아프리카TV 로고

다만 심의 자체가 딜레마도 있다. 적극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과잉 검열'이라는 반발에 부닥칠 가능성도 있다. 유튜브의 '노란딱지'(수익제한조치)처럼 AI를 활용할 경우 부적절하게 적용돼 논란이 될 수 있다.

수익성 조치 이용자와 충돌 가능성

치지직은 수익성을 위해 여러 개편을 단행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용자와 충돌하고 있다. 최근 네이버 치지직 콘텐츠 다시보기에 중간광고가 등장해 반발을 샀다. 기존에는 영상 시청 전 광고만 있었기에 이용자들의 불만이 제기됐고 특히 스트리머를 정기후원하는 후원자들도 중간광고를 시청하게 돼 논란이 됐다. 치지직은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제공되어 모든 유저에게 보이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영상 다시보기 기능 혜택도 줄고 있다. 당초 스트리머 루키 등급 기준 다시보기 영상 서비스 기간에 제한이 없었지만 지난 1월부터 기간을 14일로 줄였고, 5월부턴 7일로 더 줄였다.

여기에 치지직이 지난 10일 그리드(P2P) 시스템 적용을 공식화하면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 자리에서 “상반기 중 치지직 서비스에 그리드(Grid) 기술을 적용해 망 사용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드 기술은 이용자 컴퓨터들이 직접 통신하는 P2P 네트워크 방식으로 고화질 영상을 보다 쾌적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컴퓨터가 전송 장치로 쓰이고 컴퓨터 성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불만도 있다.

과거 트위치는 한국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16년 아프리카TV '갑질' 논란을 계기로 급성장하게 된다. 당시 아프리카TV는 상업방송에 관한 규제와 타 플랫폼 동시송출 금지 등 정책이 BJ(인터넷방송진행자)들의 반발을 샀고 '엑소더스'라고 불릴 정도로 BJ와 이용자들의 이탈 규모가 컸다. 이는 다른 서비스 역시 예외가 아니다.

IT업계 관계자는 “동영상 사업은 유지비가 많이 들고 막대한 망 이용대가를 내야 해 수익성을 확보하기 까다롭다”며 “트위치에서도 화질제한 조치나 VOD 축소 등에 따른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수익화 과정에서 이용자와 스트리머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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