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수상한 남자 이민기, TCI 합류... 누구냐 넌?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4. 5. 15.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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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1년 전에 남자는 “그럼 또 뵙죠.”란 말을 남기고 떠났었다. 생뚱맞았다. “또 볼 일이 뭐가 있다구.” 그리고 남자 말처럼 또 보게 됐다. 같은 경위 계급을 단 동료형사로.

ENA 월화드라마 ‘크래시’에 전직 보험조사관 차연호(이민기)가 합류했다. 팀장 정채만(허성태)이 돼지불백집에서 차연호를 소개할 때 민소희(곽선영)는 어이 없었다.

보험조사원으로서의 수사능력은 인정한다. 보험사기를 위해 연쇄살인을 저지른 정호규(배유람)·송지만(조의진)의 범죄를 입증한 것이 바로 차연호였으니까. 하지만 그가 조직생활과는 어울릴 수 없는 오서독스한 아웃사이더임도 진작에 눈치 챈 바 였다. 도저히 그런 그와 동료가 될 자신이 없었다.

14일 방영된 ‘크래시’ 2화는 새롭게 TCI에 합류한 차연호 소개에 상당시간을 할애했다.

차연호는 경찰과 손잡은 조석태(이도군)를 죽이려던 차량연쇄살인범 정호규의 차를 저지하다 나뒹군다. 깜빡 정신을 잃은 사이 역시 차에 치인 채 원망스런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하던 한 여인을 보면서 안타까워하다 깬다. 2화의 도입부다.

여자의 정체는 차연호가 납골당을 찾으며 드러난다. 故 이현수. 음력 1986년 7월 24일생. 양력 2014년 10월 3일 졸. 그녀의 납골함엔 태아사진도 놓여있다.

그런 차연호에게 다가선 노년의 인물은 이현수의 부친(하성광 분)였다. “시간 참 빨라. 벌써 10년 됐네. 우리 현수 떠난 지. 이제 그만 와. 자네도 할만큼 했어.” 그런 노인에게 차연호는 보험조사원 일을 그만뒀다면서 하고싶은 일이 있다며 “예전에 아버님 하신 일요.”라고 말한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간 ‘자네’니 ‘아버님’이니 하는 호칭이 눈길을 끈다.

차연호는 1990년생이다. 故 이현수는 그 보다 4살 연상이다. 이현수가 죽은 2014년 10월에 차연호는 카이스트를 졸업했다. 그리고 전공인 수학과는 무관하게 보험조사 분석사(2017년) -도로교통사고분석사(2018년)-도로교통사고감정사(2019년)-교통기술사자격증(2020년)-미국화재폭발조사관(2021년) 등의 자격증을 수집한다.

경력도 보험조사 분석사를 딴 2017년부터 메리트생명-삼진생명-KM손해보험을 거치며 보험조사관으로 활동했다. 즉, 이현수의 죽음이 차연호의 인생을 뒤바꾼 터닝포인트였음을 보여준다.

차연호의 신상에 관한 새로운 정보도 등장했다. 남강경찰서장 구경모(백현진 분)는 수사과장 고재덕(김광식 분)으로부터 첩보를 입수한다. 차기 서울청장으로 유력한 본청 차규민 수사국장 아들이 경채시험에 합격했으며 그 이름이 차연호라는 것. TCI의 차연호가 그 차연호인 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구경모는 차연호와 가까워질 결심을 한다.

에필로그를 통해선 정채만이 진작부터 차연호를 알고 있었다는 정보도 공개된다. 정호규 차량연쇄살인 사건 때도 모른 채 했던 정채만은 차연호가 막 떠난 납골당에서 이현수의 부친과 만난다.

그리고 차연호의 뒷모습을 보며 대뜸 던진 한마디가 “안밉습니까. 차연호?”였다. “저 애도 피해자야”하는 대꾸에는 “속도 좋으시네”라고 푸념도 한다. 차연호가 경찰에 관심있단 말을 듣고는 “근데 왜 하필 경찰이랍니까?”묻고 “꼭 해야될 일이 있대.”라는 대답엔 지그시 차연호의 뒤를 바라본다.

故 이현수의 사망 원인은 교통사고다. 차연호의 환상 속 이현수의 원망 어린 시선을 감안할 때 직접 가해자가 차연호일 수도 있다. 대리주차조차 거부한 채 자전거만 끌고 다니는 차연호를 보면 사고로 인한 트라우마를 의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냥 그렇게만 볼 수 없는 게 사고 후 차연호가 교통사고 관련 자격증 수집에 올인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사고 가해자라면 불필요한 과정이다. 이 경우 이현수 사건은 사고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미제사건일 가능성이 높고 차연호는 그 원인을 규명하고 싶은 것일 테다.

그 이현수의 납골당을 차연호는 10년째 찾고 있다. 고로 이현수와 차연호는 각별한 관계일 것이고 ‘자네’니 ‘아버님’이니 하는 대사로 보아 연인 관계였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유골함의 태아사진은 둘 사이 사랑의 결실일 수도 있다. 비록 4살 연상-연하 커플이고 당시 차연호 신분이 대학생이더라도 가능한 관계다.

“안밉습니까. 차연호?” “저 애도 피해자야”하는 대사를 보면 차연호가 직접 가해한 것은 아니더라도 이현수의 죽음엔 일정부분 차연호의 원죄가 포함된 것으로도 보인다.

과거의 차연호가 어쨌건 간에 현재의 차연호는 사회생활에 관심없는 아웃사이더다. 서장 차와의 접촉사고도 끝내 과실비율 8.5:1.5를 관철시키는 원칙주의자며 서장이 권하는 술잔도 알콜분해효소가 없다는 이유로 당연히 거부할만큼 주변을 고려하지 않는다.

주변만 고려치 않는 게 아니다. 싸움도 못하는 주제에 모친 살해범을 혼자 만나러 가 불타 죽을 위기를 자초하거나, 돌진하는 차량을 자전거로 거리낌 없이 막아서는 모습을 보면 민소희 표현 ‘생각보다 무모한 사람’ 정도가 아니라 ‘나 따위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자포자기의 심리상태마저 보인다.

이 차연호의 합류가 남강경찰서 TCI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까? 차연호가 꼭 해야 될 일이란 것은 또 무엇일까? 일단은 터널 속 소복 귀신 사건부터 살펴볼 일이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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