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유가 상승…4월 수출입 물가도 고공행진

임태균 기자 2024. 5. 15.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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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수입가격 1년 사이 47% 급등
원화 가치 하락으로 수입물가 상승

지난 4월 원화 가치 하락과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며 국내 수출입 제품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특히 커피 수입 가격이 한달 사이 14.6%가량 급등하는 등 기후변화로 농작물 생산이 줄어들어 가격이 높아지는 ‘기후 인플레이션’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와 무역지수 통계에 따르면, 4월 수출물가지수‧수입물가지수‧교역조건지수 모두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 수출물가지수(원화 기준 잠정치·2020년 기준 100)는 132.17로 전월 대비 4.1% 상승했다. 이는 2022년 3월(6.2%) 이후 약 2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서도 6.2% 높아 4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품목별로는 반도체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컴퓨터·전자·광학기기가 7.3% 뛰었고, 국제유가 오름세가 반영돼 화학제품도 3.3% 올랐다. 세부 품목으로는 D램(16.4%), 플래시메모리(11.4%), 휘발유(9.2%), 자일렌(6.1%) 등의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유성욱 한국은행 물가통계팀장은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관련 품목이 크게 올랐고, 유가 상승 영향으로 화학제품도 오름세를 타게 됐다”고 설명했다.

환율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도 수출물가는 전월보다 1.6% 상승했다.

4월 수출물가지수. 한국은행

수입물가지수도 143.68로 전월 대비 3.9% 올라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8월(4.1%)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2.9% 높은 수준으로, 3개월 만에 다시 오름세로 전환됐다.

용도별로 보면 원재료 수입가격이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광산품(5.6%) 등을 중심으로 5.5% 뛰었다. 실제 4월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는 전월 평균 84.18달러에서 89.17달러로 5.9% 상승했다.

중간재 수입가격도 1차 금속제품(6.2%)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5.6%) 등이 오르면서 3.7% 높아졌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가격 또한 각각 1.9%씩 상승했는데, 환율 상승 여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부 품목에서는 ▲커피(14.6%) ▲동정련품(12.4%) ▲알루미늄정련품(12.5%) ▲액정표시장치용부품(7.8%) ▲산업용액체펌프(10.8%) 등의 수입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환율효과를 제외한 계약통화 기준으로는 수입물가가 1.4% 상승에 그쳤다.

특히 커피 수입물가지수는 1년 만에 46.7% 올라 같은 기간 원유 상승률(10.7%)의 4배를 넘었다. 커피 가격 급등은 인스턴트용으로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생산국 1위인 베트남이 심각한 가뭄을 겪고, 커피 전문점에서 주로 쓰는 아라비카도 최대 산지인 브라질이 이상기후로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4월 수입물가지수. 한국은행

4월 수출입 물량과 금액을 종합한 무역지수 역시 1년 전보다 높아졌다. 수출금액지수는 131.74로 13.1%, 수출물량지수는 114.44로 9.8% 각각 상승했다. 2023년 10월과 8월 이후 7개월과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컴퓨터·전자·광학기기의 물량(17.4%)과 금액(38.1%)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수입 측면에서도 금액지수는 140.71로 4.9%, 물량지수는 113.09로 7.1% 각각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품목별로는 광산품과 컴퓨터·전자·광학기기 수입이 견인했다.

수출입 물가와 물량의 동반 상승에 힘입어 우리나라 교역조건도 개선 흐름을 이어갔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2.53으로 1년 전보다 5.2% 올라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수출가격 상승(3.1%)과 수입가격 하락(-2.0%) 영향으로, 한 단위 수출품으로 교환 가능한 수입품 양이 전년 동기보다 늘어난 셈이다.

소득교역조건지수 역시 수출물량(9.8%)과 순상품교역조건(5.2%)의 동반 호조로 105.89를 기록해 15.4% 올랐다. 이 지수는 전체 수출 실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 양을 가리키는데, 교역 여건이 크게 개선됐음을 방증한다.

4월 수출입물량지수. 한국은행

한편 한국은행은 이번 수출입 물가와 무역 지수 통계를 작성하며 기준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했다. 아울러 업계 기준 분류체계 개편 내용을 반영해 각 지수 체계도 정비했다. 최신 산업구조와 통계 현실을 반영하기 위한 개선 작업이다.

4월 국내 수출입 물가와 교역조건이 호조를 보인 것은 대외 여건 변화, 특히 원·달러 환율 상승과 유가 오름세가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물가와 교역조건 개선 지속 여부는 환율과 유가 동향, 주요 교역품목 단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최근 수출입 단가와 물량의 동반 상승세가 과연 지속 가능할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등 비용 상승분이 제품 가격에 반영되면서 물량 수요까지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향후 국내 기업과 가계의 지출, 국제 교역량에 미칠 파급 영향을 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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