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구, 149㎞의 류현진··· 류현진도 한화도 반등의 여지는 충분
한화 류현진(37)은 14일 대전 NC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을 2실점으로 막았다. 6회까지 공 110개를 던졌다. 올 시즌 KBO 복귀 이후 최다 투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도 LA다저스 시절이던 2019년 5월 13일 워싱턴전(116구) 이후 5년 만의 최다 투구였다.
1회부터 공이 좋았다. 140㎞ 중반대 빠른공을 앞세워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했고, 주 무기 체인지업으로 타자들을 솎아냈다. 시즌 개막전 150㎞ 이후 가장 빠른 149㎞를 던졌고, 2회 김형준을 상대로는 7구 연속 체인지업만 던지며 삼진을 잡았다. 이날 전까지 피안타율 5할을 기록한 ‘마의 5회’ 선제 실점을 했지만, 투구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빗맞은 내야 안타로 선두 타자를 내보냈고, 2사 후 다시 빗맞은 타구가 내야 가운데를 지나갔다. 매타자 삼진을 잡아내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이 나오는 일이다.
5회까지 90구를 던진 류현진은 6회 등판도 자청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4일 휴식하고 일요일(19일) 다시 등판을 해야 하니 고민도 했지만, 공이 워낙 좋았다”면서 “현진이한테도 의사를 물어봤는데 6회까지는 마무리를 하고 싶어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6회 2사 후 도태훈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후속 손아섭을 5구 만에 삼진으로 잡아내며 1선발로 소임을 다했다. 마지막 110구째 빠른공에 손아섭의 방망이가 헛돌았다. 전광판에는 147㎞가 찍혔다.
이날 류현진은 6이닝 동안 삼진 8개를 잡고 8안타 2볼넷을 내줬다. 피안타가 적지는 않았지만 빗맞은 안타가 많았다. 이닝에 비해 투구수가 많은 게 아쉬웠지만, 한편으론 110구를 던지면서도 구위를 유지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최 감독은 “아무래도 나이도 있고, 지난해 수술받고 복귀해서 스태미너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는데 100구를 넘기고 나서도 구위가 크게 떨어지지 않더라”며 “이제 복귀 후 적응 단계는 완전히 다 끝났다”고 말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류현진은 이날까지 올 시즌 9차례 선발 등판했다. 호투와 부진이 반복되는 중이다. 개막전 3.2이닝 2실점으로 무너지고, 바로 다음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으로 반등했다. 지난달 17일 NC전 7이닝 3실점으로 복귀 후 최고에 가까운 피칭을 했지만, 바로 다음 경기 KT전엔 5이닝 7피안타로 5실점을 했다. 잘 던지다가도 어느 순간 연속안타를 맞으며 대량 실점을 하고 교체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날 류현진은 8안타를 맞았지만, 연속안타는 좀처럼 허용하지 않았다. 이제까지 부진했던 경기에서 조급하게 빠른 승부를 펼치다 안타를 얻어맞았다면, 이날 경기에선 볼 카운트를 최대한 활용하며 상황을 헤쳐나갔다. 그 때문에 다소 투구수가 늘기도 했지만, 류현진 정도의 투수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 최 감독도 피안타는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위기 상황에서 연속 안타를 막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선발 투수는 제 몫을 다한 거라는 설명이다.
류현진이 호투한 이 날, 퓨처스리그에서는 문동주가 불펜으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세 타자를 상대로 11구를 던졌고 그중 스트라이크가 10개였다. 문동주는 주말쯤 퓨처스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상태를 확인하고 1군 복귀 시점을 가늠할 계획이다. 류현진이 정상궤도에 진입하고, 문동주가 좋았던 모습으로 1군에 돌아온다면 한화 선발진은 다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한화의 반등도 그때부터다.
대전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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