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도 동일인 지정 피한 쿠팡 김범석 의장

이희경 2024. 5. 15.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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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김범석 의장이 올해에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올해부터 친족의 경영 불참여 등 예외 기준에 해당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제도가 처음 마련됐는데, 쿠팡이 그 수혜를 입었다. 하이브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는 사상 처음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쿠팡.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8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18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으로 지정·통지했다고 15일 밝혔다. 작년 대비 공시집단은 6개, 소속회사는 242개 각각 늘었다. 공시집단은 자산총액 5조원(작년 말 기준) 이상 기업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공시, 비상장회사 등 중요사항 공시 등 각종 공시의무를 지고 사익편취행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공정위는 기업집단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동일인도 함께 지정하는데, 관심을 모았던 쿠팡 김 의장은 이번에도 지정을 피했다. 통상 기업집단 최상단회사의 최다출자자 등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며, 동일인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을 공시해야 한다. 만약 정당한 이유 없이 허위 공시하면 형사 처벌될 수 있다. 공정위는 올해부터 국적과 무관하게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기준(시행령)을 마련했는데, 미국 국적의 김 의장은 이를 충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블록체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역시 동일인으로 송치형 회장 대신 법인이 지정됐다.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더라도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사의 범위가 동일하고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 회사를 뺀 국내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고 △해당 자연인의 친족도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임원 재직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자연인·친족과 계열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 대차가 없어 사익 편취 우려가 없는 경우에 모두 해당하면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쿠팡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 논란 일단락

쿠팡의 김범석 의장이 올해에도 동일인(총수)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제도 개선을 촉발한 김 의장이 오히려 혜택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일인으로 지정된 자연인은 정당한 이유 없이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내역 등 공시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될 수 있는 데 김 의장이 이런 부담을 털어냈다는 것이다. 경쟁당국은 하지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더라도 대기업집단 시책이 그대로 적용되는 데다 예외요건을 위반할 경우 언제든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어 규제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 2021년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공시집단)에 이름을 올린 이후 매년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미국 국적을 갖고 있는 김범석 의장에게 형사처벌을 전제로 한 법적 책임을 부과할 수 있을지를 두고 경쟁당국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통상 마찰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는 등 정부 내 불협화음도 노출됐다.

공정위는 이에 시행령을 개정해 국적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판단기준을 올해 처음으로 마련했다. 친족들의 경영참여가 없고, 자연인·친족의 자금대차·채무보증 등이 없는 등 4대 예외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법인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동일인 지정 이유가 공시를 통한 투명한 정보 공개,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사익편취행위 규제 등에 있는 만큼 이런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통상 마찰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동생과 동생 배우자가 쿠팡Inc 소속으로 국내에서 파견 근무 중이지만 이사회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등 예외기준을 모두 충족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쿠팡과 두나무와 같은 신생 기업만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기존 대기업이 역차별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에 대해 “오히려 종전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쿠팡도 이제는 시행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김범석 의장 등이 당연히 동일인으로 지정된다”면서 “기존 기업집단들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예외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려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이행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이브. 연합뉴스
◆하이브, 엔터 기업 최초로 공시집단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원, 대신증권, 하이브, 소노인터내셔널, 원익, 파라다이스 7곳이 공시집단으로 올해 신규 지정됐다. 방탄소년단(BTS), 뉴진스 등이 속한 하이브는 케이팝의 세계화에 따른 앨범·공연·콘텐츠 수익 증가로 자산이 4조8100억원에서 5조2500억원으로 늘면서 엔터테인먼트업 최초로 공시집단에 지정됐다. 동일인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다. 공정위는 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소비심리 회복과 외국인 방한 수요 증가로 카지노·관광업 주력 집단인 파라다이스, 호텔·관광업 주력 소노인터내셔널 등이 새롭게 공시집단에 지정됐다고 덧붙였다.

재계 순위 10위 안에서도 일부 변동이 생겼다. 신규 선박 수주에 따른 계약자산 증가로 HD현대가 8위로 한 계단 올라 9위였던 GS와 순위가 바뀌었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롯데, 한화, HD현대, GD, 농협 순이다.

공정위는 이차전지·온라인 시장 등 신산업 성장에 따라 작년 최초로 공시집단에 이름을 올렸던 에코프로의 재계 순위가 종전 62위에서 47위로 상승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으로 지정됐고, 쿠팡도 공정자산 증가로 순위가 18계단(45→27위) 올랐다고 밝혔다.

상출집단은 종전에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지정됐는데, 올해부터는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5% 이상인 집단’으로 기준이 수정돼 10조4000억원 이상으로 지정 기준이 변경됐다. 이에 따라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이 이 기준에 미달돼 제외되는 등 올해 48개 집단이 지정·통지됐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상출집단이 되면 공시의무에 더해 계열사 간 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등의 의무가 추가된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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