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답]쿠팡·두나무 '법인 동일인' 지정…한기정 "특정 기업 이해 따른 것 아냐"

이철 기자 2024. 5.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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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시기업집단 88개·상호출자제한집단 48개 지정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4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4.5.15/뉴스1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쿠팡, 두나무의 동일인(총수)을 자연인(개인)이 아닌 법인으로 지정한 것과 관련해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됐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한 위원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공정위는 올해 88개 기업집단(소속회사 3318개)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전년 대비 6개 늘어난 규모로 하이브, 파라다이스, 소노인터내셔널 등이 신규 진입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48개(소속회사 2213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수는 지난해와 동일하고, 소속회사 수는 지난해(2169개)보다 44개 증가했다.

아울러 올해 공정거래법 시행령과 관련 지침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동일인(총수) 지정기준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기업집단 쿠팡, 두나무의 동일인이 자연인이 아닌, 법인(쿠팡㈜, 두나무㈜)으로 지정됐다.

구체적인 지정기준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 동일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아야 함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고 임원재직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함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함 등이다.

아래는 한 위원장, 유성욱 기업집단국장과의 일문일답.

-두 가지 질문드린다. 2022년에 5개, 2023년에 6개, 올해도 6개 기업집단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새로 지정됐다. 공정위의 관리 부담도 늘어나는 측면도 있고 마찬가지로 기업의 대응 부담도 커지는 측면이 있다. 현재 대기업집단 기준을 GDP 일정 비율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법 개정 추진하고 있는데, (기존) 5조 원에 더해서 조금 더 올라가는 정도다. 당장 이 기준을 조금 더 현실적으로 높일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로 이번 동일인 지정과 관련해 요건을 보면 사실상 창업 1세대고 친족이 경영에 개입되지 않고 승계 문제가 없는 기업만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보인다. 특정한 유형의 기업만 동일인 지정을 피해 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공시집단 지정기준 조정과 관련해 말씀드린다. 지난해 연구용역,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서 구체적인 방안을 현재 마련하는 중이다. 경제 규모 증가, 정책 여건 변화,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 기준과의 정합성 등을 고려해서 국내총생산(GDP) 연동 방식으로 변경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다만 GDP의 몇 퍼센트 이상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정할 것이냐는 문제는 신중하게 검토할 내용이어서 내부적으로 의견 수렴을 계속하는 상황이다. 지정기준이 지나치게 상향되면 그로 인한 사익 편취, 규제 사각지대 발생 등 여러 우려도 있기 때문에 이를 같이 고려해서 합리적인 기준을 모색하겠다. 그 부분과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공정위의 독자적인 판단으로 할 부분은 아니다. 국회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이 확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두 번째 부분과 관련해서 기존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단시간 내에 예외 요건을 시행령에 규정하는, 즉 법인을 동일인으로 할 수 있는 그 예외 요건을 단기간에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기존 기업집단의 경우도 개정 시행령 적용에는 문제가 없고, 모든 기업집단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기존 기업집단도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통해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결국 시행령을 통해 기존 기업집단의 투명한 지배구조 이행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

-두 가지 질문드린다. 첫 번째는 공정위가 쿠팡 김범석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해외에 있으면서 동생을 (국내 법인인) 쿠팡㈜에 보내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쿠팡㈜의 내부를 사실상 지휘하는 것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공정위가 쿠팡 김범석 의장의 친족 경영 참여 부분을 판단하면서 동생의 직급이 아닌 실질적인 부분을 어떤 식으로,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 궁금하다. 두 번째는 상속세나 증여세법 시행령같이 여러 법령에서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을 원용해서 규제하는 걸로 알고 있다. 동일인을 자연인이 아닌 법인으로 바꾸는 경우 그 동일인을 원용하는 타 법령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검토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첫 번째 부분 관련해 김 의장의 동생 내외가 (미국 법인인) 쿠팡Inc에서 미등기 임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 계열회사의 임원으로는 재직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이 쿠팡Inc 소속으로 국내 쿠팡㈜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사실은 확인된다. 다만, 이사회 참여나 투자 활동, 임원 선임 등 경영 참여 사실은 없는 것으로 소명을 받았다. 동생은 글로벌 물류효율 개선총괄로, 동생의 배우자는 인사관리전산시스템 운영총괄로 재직 중이라는 소명을 받았다. 쿠팡㈜는 조직개편 인사 등 경영상에 대해서는 이사회 또는 대표이사가 결정하고 있고 동생 내외는 이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소명하고 있다. 쿠팡㈜와 김 의장은 시행령상 예외 요건을 인지하고 있고 친족의 국내 계열회사 임원 미재직과 경영 미참여 사실, 위반 시 동일인 변경 및 제재 가능성에 대해서 명확히 확인하고 서명을 한 바 있다. 다음에 대규모 기업집단, 동일인제도와 관련해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40여 개 법령에서 대규모 기업집단과 관련된 규율이 같이 적용되고 있다. 그 부분은 충분히 고려해서 관련된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고 말씀드린다.

-김 의장의 동생과 그 배우자의 경우 급여나, 급여가 일반 직원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김유석 씨만 해도 (급여로) 40만 달러 정도, 약 5억 원 정도 받고 그 다음에 두 분 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몇만 주씩 받는 상황이다. 이런 분들이 이사회에 올라와 있지 않는다고 해서 경영 참여가 아니고 임원이 아니라고 하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공정위의 판단에서 이들이 현재 받는 대우가 충분히 고려된 것인지, 실질적으로 이분들이 한 역할에 대해서 어디까지 확인이 된 건지 궁금하다.

▶(유 국장) 일단 쿠팡㈜에 파견 근무하고 있는 김 씨와 부인의 경우에 대략 연봉이 한 4~5억 원 정도 된다고 한다. 등기임원 같은 경우에는 대략 한 30억 원 정도 된다고 이야기한다. 게다가 쿠팡 Inc에서 쿠팡 주식회사로 파견 근무를 하는 인력이 한 170명 정도 된다. 김 씨 내외와 비슷한 직급이 한 140명 정도 있기 때문에 직급 차이 면에서는 임원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RSU의 경우 쿠팡㈜에서 발행된 것이 아니고 미국 회사인 쿠팡Inc에서 RSU를 받았다. 하는 일, 직급, 보수체계 등을 임원 정도까지는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쿠팡㈜, 그리고 김 의장으로부터 소명과 확인서를 받아서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확인받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에 너무 혜택을 주는 거 아니냐, 라는 지적 있다. 또 최근에 국세청이 쿠팡의 역외탈세 의혹을 잡고 특별세무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향후 지배구조의 투명성 부분에 변동이 생긴다면 동일인을 다시 자연인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소급 적용돼서 어떤 식으로 적용되는지 등도 설명 부탁드린다.

▶이번 시행령 개정은 국적 차별 없이 적용할 수 있는 동일인 지정의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대기업집단 지정의 객관성, 합리성,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일관적 목표에 따라 추진됐다. 그래서 특정 기업집단의 이해에 따라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되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익 편취라든가 기업집단 범위 등을 봤을 때 법인으로 지정되든, 자연인으로 지정되든 차이가 없다는 엄격한 요건을 설정해서 문제점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이 추진된 바 있다. 오히려 이번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서 종전에는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기업집단 쿠팡도 이제는 시행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김 의장 등을 당연히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했다는 측면이 있다. 역외탈세 관련된 부분은 저희가 말씀드리기 어려운 부분이다. 동일인 변경과 관련해서는 시행령에 규정된 예외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바로 동일인 변경 지정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 규정돼 있다.

-쿠팡 쪽 확인서를 강조해서 드리는 질문이다. 확인서를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에 큰 차이가 있나? 확인서를 받지 않아도 규정을 어기면 규제를 받는 건 동일한 것 같다.

▶(유 국장) 확인서를 받게 되면 일단 저희가 그렇게 본인(김 의장 등)이 진실한 자료를 냈다고 이미 확인을 한 것이다. 나중에 만약 위반 사실이 밝혀지면 확인서가 강력한 추정 근거가 되기 때문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외요건을 단기간에 충족하기 어려워서 동일인 지정에서 빠진 기업이 두나무랑 쿠팡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혹시 법인 동일인을 준비하고 있거나 공정위에 문의했던 기업집단들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집단들이 있나?

▶(유 국장) 구체적인 집단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한 4~5개 정도 있다고 한다.

-첫 번째로 대기업집단 지정이 우리나라밖에 없는 제도인데, 이를 계속 가져가는 것이 맞는 것인지 물어본다. 두 번째는 앞으로도 만약에 4~5세대 총수가 나왔을 때도 이런 논란이 계속될 경우 동일인 지정 제도를 계속 이런 형식대로 가져가는 게 맞는 것인지도 질문드린다.

▶동일인 제도는 대규모 기업집단 규율을 위한 하나의 도구 개념이다. 총수 일가에 의한 과도한 또는 편법적인 지배력 보조나 강화, 그리고 부당 내부 거래 등을 근절하기 위해서 제도가 존재한다. 총수 일가에 과도한 지배력 확장 또는 부당 내부 거래가 자정된다면 아마 대규모 기업집단 제도의 존속 문제가 아마 심각하게 논의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이슈가 계속 남아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기업집단 그리고 동일인 제도를 지금 당장 폐기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아마 중장기적으로 그러한 문제가 자정되는 시점에 아마 다시 본격적으로 논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ir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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