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들의 뜨거운 삶·고귀한 사상, 붓글씨로 만나다

도재기 기자 2024. 5. 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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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국민신탁, 덕수궁 돈덕전서 ‘국봉~’ 특별전···의친왕·김가진 등 유묵 20여점 나와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에선 ‘한국 근현대 자수’ 기획전도
문화유산국민신탁의 소장품 특별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독립운동가 동농 김가진의 ‘從吾所好’(종오소호·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 문화재청 제공

‘험난한 이 세상은 이제 더러는 짐작할 수도 없는 틀이나 함정이 설치된 듯합니다.’ 앞으로 닥칠 일제의 탄압과 만행을 예견이라도 하는 것일까. 유학자이자 독립운동가 곽종석(1846~1919)이 1902년 4월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從吾所好’(종오소호·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 농상공부대신·주일공사 등을 지낸 관료 출신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동농 김가진(1846~1922)은 논어에서 ‘종오소호’를 골라 진한 먹물의 농묵으로 네 글자를 흘려 썼다. 서예가로도 잘 알려진 그는 항일단체 조선민족대동단(대동단) 총재로, 대한민국임시정부 고문으로 활약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이 덕수궁 내 돈덕전에서 열고 있는 특별전 ‘국봉~’의 전시장 일부 모습. 도재기 선임기자

일제강점기에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내건 독립운동가들의 글씨와 초상화 등 20여 점의 유물이 한 자리에 모였다. 문화재청·문화유산국민신탁이 온라인게임사 라이엇게임즈의 유물 매입 및 후원으로 덕수궁 내 돈덕전 기획전시실에 마련한 특별전 ‘국봉(國奉)-나라를 받들어 열렬한 마음이 차오르다’(31일까지)이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 뒷편에 자리한 돈덕전은 대한제국 당시 외교 공간으로 건립됐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헐린 것을 지난해 재건한 건축물이다.

전시회는 독립운동가들이 생전에 남긴 글씨를 통해 그들의 삶과 사상 등을 엿볼 수있는 자리다. 김가진·곽종석의 글을 비롯해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자 황족 가운데 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유명한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유묵 3점도 나왔다. ‘可雲修省’(가운수성)은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다’는 뜻으로 해서체 현판 글씨다. 중국 남북조시대 시인인 유신의 대주가(對酒歌))를 행서로 쓴 글씨도 있다. 의친왕은 독립투사들과 협력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로의 탈출을 시도하다 발각되는 바람에 강제 송환되기도 했다.

고종의 다섯째 아들이자 독립운동을 한 의친왕 이강의 작품 ‘可雲修省’(가운수성, 마음을 가다듬고 성찰하다). 문화재청 제공

전시장에는 의병장 신돌석과 함께 치열한 항일 무장투쟁을 벌인 백남수(1875~1950)의 편지를 비롯해 정진한(1867~1947) 김예진1896~1950 허헌(1885~1951) 이동수(1884~?) 이병우(1888~1941) 안경수(1888-1952) 등의 유묵도 만날 수있다. 윤봉길·안창호·손병희 초상화, 일장기에 먹을 칠해 만든 태극기로 유명한 ‘서울 진관사 태극기’(보물)의 영인본 등도 선보이고 있다.

문화유산국민신탁 김종규 이사장은 “전시회를 통해 독립운동의 가치와 독립운동가들의 삶, 나라 사랑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007년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자산에 관한 국민신탁법’에 따라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로 문화유산의 보전관리 및 활용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법인이다. 기부와 증여·위탁 등을 통해 문화유산을 매입하거나 보전관리하고 다양한 문화유산 활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돈덕전 앞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의 포스터.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한편 돈덕전 앞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분관에서는 바느질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수놓은 자수(刺繡)를 여성들의 취미·교양 차원이 아니라 당당한 미술작품으로 처음 조명하는 기획전 ‘한국 근현대 자수- 태양을 잡으려는 새들’이 현재 큰 호응 속에 열리고 있다.

국내외 개인·기관이 소장한 19세기 전통자수부터 현대 자수작품 170여 점을 통해 자수의 진면목,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살펴봐 미술계 안팎의 주목을 받는 전시여서 찾아볼 만하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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